vol.95-[대학생기자단-전혜지] 우리는 황무지를 꿈꾸는 가

야자나무와 이스터 섬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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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스터 섬의 모아이석상, 우 이스터 섬의 황폐화 원인으로 유추되는 폴리네시아 쥐
(이미지 출처: 위키 백과)

이스터 섬은 칠레에서 서쪽으로 약 3,500㎞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언젠가 이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지리적 이유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 지구에 사는 것으로 여기고 그들이 사는 땅을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인 ‘테 피토 테 헤누아’ 라고 불렀다. 이후 1722년 네덜란드의 해군 제독이 태평양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발견하였고, 부활절에 발견하였다고 해서 부활을 의미하는 이스터(Easter)라고 이름 붙였다한다. 현재 이스터 섬은 나무 한그루 없는 허허벌판과 모아이(Moai)라 불리는 거대한 석상만이 쓸쓸히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 크기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척박한 섬에 약 1000여개 가까운 거대한 석상만이 남아있는 이유는 고고학계에서 큰 논란이다. 지질조사에 따르면 분명 과거 비옥했을 대지가 현재는 황무지가 되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이다. 외계인설, 초고대문명설, 석상조각 과열설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석상조각의 경쟁 과열로 원주민들이 나무를 몽땅 베어내어 스스로 자멸했다는 설이 유명했지만 이는 ‘이렇게 미개한 원주민을 백인이 구원했다 카더라’식의 식민사관의 입김이 큰 가설로 분류되었다. 최근 등장한 설중 하나는 쥐로 인한 섬 생태계 변화설이다. 아래는 이 설을 중심으로 모아이가 황폐해진 이유를 유추한 것이다.

최초의 이스터섬은 여러 생물이 모여 사는 풍요로운 땅이었다. 이주한 사람들은 밭을 경작할 평야와 마을이 필요해 야자나무숲을 태웠다. 그렇게 정착한 사람들은 거대석상 모아이를 조각하여 조상을 기렸다. 후에 이는 명예와 과시의 수단이 되어 더 많은 야자나무를 베어내어 모아이를 제작하였다. 여기서 문제는 섬에 사람들이 이주할 때 쥐도 같이 들어왔는데 이 쥐가 야자나무의 뿌리와 함께 종자까지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경작과 모아이 그리고 쥐의 삼박자로 그렇게 야자나무는 사라졌다. 야자나무의 부재는 야자나무를 서식지로 하는 동·식물에 악영향을 주었고 차츰 생물종을 잃었다. 원주민들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았으나 노예상선의 등장과 외부에서 온 전염병으로 한정된 자원을 두고 부족 간 충돌이 일어났고, 그렇게 모아이 조각상만이 남겨졌다.

위는 다양한 추측 중 하나로, 안타깝게도 아직 이스터 섬의 황폐화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스터 섬 이야기에서 주목해야하는 점은 어떤 이유로 야자나무가 사라졌으며, 야자나무의 부재는 비옥했던 섬 전체의 황폐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평형, 생산자와 소비자의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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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간략히 나타낸 그림 (출처:위키백과)

생태계는 그 안에서 서식하는 생물 군집의 구성이나 개체 수, 물질의 양, 에너지의 흐름 등을 안정된 상태로 유지한다. 이를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한다. 먹이 그물이 복잡할수록 건강한 생태계로 본다. 한 생물 군집이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군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순환을 간략히 나타내면 피라미드 구조이다. 제일 밑이 생산자, 중간이 1차 소비자, 그리고 제일 위를 2차 소비자로 볼 수 있다. 편의상 생산자를 식물 군집, 1차 소비자를 초식동물 그리고 2차 소비자를 육식동물로 볼 수 있다. 보통 안정된 생태계는 어느 단계에서 일시적인 변동이 일어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균형을 되찾는다. 이를 생태계의 회복과정이라고 한다. 아래는 생태계의 회복과정을 간단한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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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의 대지가 비옥해서 식물(생산자)이 잘 자랐다. 풀을 주식으로 하는 토끼(1차 소비자)는 풍족한 먹이에 자연히 개체수가 늘어났다. 토끼(1차 소비자)의 개체수가 많아지자 풀(생산자)이 잠시 부족해졌다. 그러나 토끼(1차 소비자)를 주식으로 하는 호랑이(2차 소비자) 또한 개체수가 늘어났고 이에 토끼(1차 소비자)의 개체 수도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아간다.

생태계가 평형을 유지하는 능력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 한계를 넘는 요인이 등장하면 생태계의 평형이 깨진다. 보통 홍수와 산사태 등의 자연 재해나 외래종의 유입 등이 원인이었지만 최근엔 인간에 의한 생물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기후변화가 가장 대다수의 경우를 차지한다.

6번째 대멸종의 서막, 우리는 이스터의 전철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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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실제 멸종위기 동물 개체수의 감소 그래프, 우 멸종위기여부를 묻는 설문의 오답률
(출처: PLoS Biology)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의 서식지 파괴는 대형 포유류의 최후를 예고했다. 지난 4월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 생물학(PLoS Biology)’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새로 발견된 기린 4종 중 3종이 지난 35년간 52%~97%로 개체수가 대폭 감소하였다. 이에 기린은 세계의 자원과 자연을 관리하고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보호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를 받게 될 전망이다.

사자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대 규모의 8%에도 못 미치는 개체수를 보이고 있다. 표범 또한 서식지의 75%를 잃어, 9개의 종 모두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4종의 고릴라 중 2종은 몇 백마리로 분열된 작은 무리로 개체수를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2종은 20년 내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연구진은 “멸종위기동물을 광고나 잡지, 로고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기에 이러한 동물들이 실제로 풍부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생활 속 익숙함은 사람들이 현재 동물이 처한 상황을 잊게 한다.”며 강하게 지적했다. 실제 연구진이 전 세계 69개국 4,522명에게 위의 동물들이 멸종위기여부를 물었고, 오답률이 기린은 60.1%, 사자 57.8%, 표범 55.9%, 고릴라 49.6%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멸종위기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no time for caution: 경고의 시간은 이미 지났다

최초의 지구가 만들어졌을 때로 돌아가 보자. 우주는 무에서 태어났다. 빅뱅이 일어난 후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이 생겼으며, 빅뱅의 여파로 우주는 지금까지 팽창중이다. 운석의 충돌 속에 우리 은하에 지구가 자리 잡았다. 운석 충돌이 줄어들자, 지구가 식어가면서 40억 년부터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렸다. 이 비는 수백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지속되었고 현재의 바다가 되었다.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인 원세포가 등장하였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육지로 진출하였고, 각자의 진화와 퇴화를 반복하여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하였다. 현재 지구의 나이를 24시로 가정했을 때 인류는 23시 59분 40초에 등장하였다고 한다. 23시간 이상의 시간이 안정적인 생태계조성에 쓰였으나, 단 20초 만에 이를 흔들리게 하는 대단히 엄청난 사고를 우리가 친 것이다. 학자들의 경고, 환경단체의 우려의 목소리 그리고 환경 난민의 아픔을 외면한 대가는 이미 우리 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기 중에는 미세먼지가, 바다에는 플라스틱 섬이 등장하였으며 홍수와 가뭄, 폭염과 폭설 등의 극단적인 자연재해는 정도를 더하고 있다. 더 이상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라는 점이 개탄스럽다.

지난 2014년 대히트를 친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영화에서 인류는 지구를 이스터 섬과 같은 황무지로 만들어버려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졌고, 생존이 가능한 다른 별을 찾아 헤매는 절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ost 중 가사 없이 화음으로 이루어진 곡인 은 우주선이 도킹할 때 배경음으로 등장한다. 경고의 시간이 지나 눈앞의 다급한 상황에 울려 퍼지는 화음은 스스로가 만든 재앙에게 일말의 변명조차 못하고 고통에 비명 지르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전혜지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