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4-[대학생기자단-한지형] 모두가 즐기는 축제? 자연도 웃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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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축제의 계절, 가을
푹푹 찌는 여름과 매서운 태풍이 지나고 나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오는 이치는 변함이 없어 다행이다. 파란 하늘은 더욱 깊은 색으로 물들어가고 가로수의 낙엽들은 하나둘 떨어져가는 요즘 유난했던 지난 폭염에, 올 가을의 시원한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한강 둔치에서 친구끼리, 연인끼리 산책을 하거나 빨갛게 물들어가는 산을 오르며 이 여유로운 가을을 만끽한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도 열기가 식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현장이다. 매년 열리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축제 중 하나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있다. 올 가을도 10월 6일에 개최하며, 시민들은 한 달 전부터 축제를 즐기러 갈 계획을 세운다. 또 이와 비슷하게 10월 27일에는 부산불꽃축제가 개최된다. 매년 10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멀티미디어 해상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국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 외에도 수원화성문화제, 서울억새축제, 횡성한우축제 등 문화와 불꽃, 먹거리, 단풍 등을 주제로 한 각종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축제와 행사가 개최되면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뒤에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쓰레기 문제는 매번 ‘부끄러운 숙제’로 나타난다.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생각하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축제도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해야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와 같이 환경을 생각하는 행사가 하나둘 기획되어 실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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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시흥갯골축제 포스터

# 환경친화적인 축제
환경친화적으로 개최되었던 축제로는 시행갯골축제가 있다. 이 행사는 지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열렸다. 벌써 13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8년 유망축제이기도 하다. 갯골생태공원의 자연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차 없는 축제’, ‘쓰레기 없는 축제’를 모토로 진행되었다. 3일간의 기간 동안 개인 차량 출입은 모두 통제되었고 오직 셔틀버스를 통해 방문객 입장이 가능했다.
또한 ‘쓰레기 없는 축제’를 목표로 하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 자연 속에서 행사를 즐기자는 캠페인도 진행되었다. 축제 현장에서 나온 쓰레기 및 폐기물들을 그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아니라, 흥미로운 방식으로 처리하는 갯골클리너 캠페인을 실시해 친환경 축제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아울러 텀블러나 개인 식기를 가져온 고객들에게 푸드트럭 존에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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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국제불빛축제의 ‘재활용 분리수거 투표’
(사진출처: 경북일보/http://www.kyongbuk.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033525)

포항국제불빛축제는 참신하고 효과적인 쓰레기 정책을 실시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축제부터 전체적인 운영을 맡은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 자원순환과 등은 쓰레기 처리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해 실시했다. 그 중 하나는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 물회 중 더 좋아하는 음식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도록 유도하는 ‘재활용 분리수거 투표’였다. 병과 플라스틱 용기 등만 넣도록 장려하여서 방문객들이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또한 바른 쓰레기 배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정답자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증정하기도 했다. 이는 관광객들이 축제도 즐기고 분리수거의 중요성도 깨우치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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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있는 쓰레기 더미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쓰레기 처리 무대책 축제
반면 쓰레기 처리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않거나, 시민들의 환경 의식이 부족하여 자연 파괴를 부추기는 축제도 아직까지 많다. 대표적으로 올여름에 열렸던 물총 축제가 있다. 7월 8일과 9일 이틀 간 열린 신촌 물총 축제는 올 2018년 벌써 6년째 이어지며 서울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6년이라는 햇수가 무색하게 축제가 끝나고 난 후의 거리 모습은 그야말로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모습이었다. 길거리와 벤치 곳곳은 축제 참여자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물총과 음식물 쓰레기, 우비로 가득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이미 각종 폐기물들로 넘치고, 온통 물에 젖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축제 뒤의 쓰레기 폭탄을 맞은 거리를 보며, 서로서로 배려하는 올바른 시민의식이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봄, 5월 17일부터 20일까지는 제60회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열렸다. 밀양아리랑의 보존 및 발전을 위해 매년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 첨단문화콘텐츠인 밀양강 오딧세이 실경멀티미디어쇼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축제행사장 인근 강변 곳곳에서는 현장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그대로 남겨져있었다. 축제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등이 쌓여있던 것이다. 이 외에, 영주선비문화축제장도 행사 뒤 모습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등 아직까지 축제는 환경보호와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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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앞서 말한 서울세계불꽃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부산불꽃축제 등의 대형 행사 말고도 대학 축제를 비롯한 소규모 행사도 여럿 열린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문제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요즘, 더 이상 자연을 외면하는 축제가 개최되어서는 안 된다. 올 가을에는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연환경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한지형 푸른아시아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