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4-[대학생기자단-여지윤] 지하철역 우산 비닐 커버 사라졌다, 과연 그 결과는?

출퇴근길 붐비는 지하철, 비 오는 날이면 불쾌지수가 오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하철 출근길에 오른 양 모 씨(25)는 비 오는 날 ‘지옥철’을 경험했다.

우산 비닐 커버가 사라진 후 승객들이 젖은 우산을 들고 타는 바람에 불편함이 가중됐다. 양 씨는 “지하철에 승객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우산을 피할 길이 없었다”며 “바닥도 물이 뚝뚝 흘러 미끄러웠으며 펼쳐놓은 우산에 가방, 옷까지 모두 젖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산 비닐 커버를 없앤 건 환경적 취지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활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선 대용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대용품이 마련되지 않는 곳은 진짜 나름 빗물을 턴다고 해도 물이 떨어지고 이동 시 위험할 때가 많다. 특히 바쁜 출퇴근 길에는 정말 정신이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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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내부에 붙여진 우산 비닐 커버가 사라졌음을 알리는 안내문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사용된 1회용 우산 비닐 커버가 한해 평균 500만 장에 달하자 서울시는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올해 5월 1일부터 우산 비닐 커버 제공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4월 비닐 수거 문제에 관한 쓰레기 대란이 심각해지자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역 등 공공시설에서 사용하고 있던 우산 비닐 커버 역시 한 번 쓰고 버리는 데다 물기에 젖은 비닐은 재활용도 되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한 터였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연간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비닐봉지 숫자는 약 190억 장으로 1인당 370장을 쓴다. 유럽의 경우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에선 1인당 10장 미만,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에서도 연간 60~70장 수준에 그치는 것을 보면 비닐봉지 사용량이 많은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라며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비닐봉지는 평균 사용시간에 비해 쓰레기로 남아있는 시간이 엄청나다. 비닐봉지 하나의 평균 사용시간을 25분으로 봤을 때, 하나가 쓰레기로 남는 시간은 무려 20년에서 길게는 100년까지 가기 때문에 환경보호 차원에서 강하게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특히 비 오는 날 사용되는 우산 비닐 커버의 경우 비닐에 담겨있는 물기로 인해 재활용이 되지 않고 폐비닐로 버려지는데, 매립이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대기로 배출된다. 이는 단순히 토양오염뿐 아니라 대기오염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비닐우산 커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모색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환경오염 논란에 때맞춰 사라진 우산 비닐 커버, 그 대용품으로 제시된 것은 우산 털이개(빗물제거제), 카펫, 빗물털이통이었다. 하지만 모든 지하철역이 이 대용품들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준비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산을 좌우로 강하게 흔들어 물방울을 떨어뜨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우산 털이개의 경우 예산 문제로 많은 곳에 설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빗물털이통 또한 개찰구를 통과하기 전 역 입구에 설치되었다.
살펴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모습을 보였다. 물기가 그대로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통에 털지 않고 가는 박 모 씨(32)는 “통이 바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솔직히 저기서 몇 번 우산을 흔들어 터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나 싶기도 하고 바쁜 시간에 저기 서서 털 겨를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보통 역으로 들어오기 전에 대충 털고 우산을 접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냥 지나가던 김 모 씨(19) 또한 “밖에서 터는 것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라며 빗물털이통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사라진 우산 비닐 커버, 환경적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대용품은 턱없이 부족하며 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또한 부족한 상태다. 9월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이 시점에 청결하고 안전한 지하철 이용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여지윤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