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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조림지에서의 여섯 달– 양효선 단원

[겨울 냄새]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 좋고, 겨울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공기 냄새를 정말 좋아한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음, 나는 ‘겨울 냄새’하면 학창시절 겨울날, 교실에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훅 끼쳐오던 냄새가 떠오른다. 교복 마이 위에 두툼한 패딩을 입고 그걸로도 부족해 목도리까지 칭칭 두르고 등교하던 시절. 교문을 지나 교실에 들어가기 전 목도리를 살짝 내리면 틈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데, 그때의 공기 냄새. 너무 좋다. 11월이나 되어서야 맡을 수 있는 냄새였는데 여기선 벌써 맡아 보았다. 9월 둘째 주부터 갑자기 추워지더니 공기가 겨울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단풍과 맑디 맑은 하늘이라 가을 같은데 공기는 냉기를 뿜는 게 정말 겨울 같다. 여름이 짧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은 몰랐다. 여름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도 전에 찬 공기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9월_단원에세이_양효선단원_사진 1

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겨울은 물론 너무너무 춥지만! 그럼에도 ‘따뜻하고 포근한 계절’이라는 느낌들이 먼저 생각난다. 거실에서 전기장판을 틀고 엄마랑 아빠랑 이불을 덮고 앉아 귤을 까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던 기억. 할머니 댁에 살던 때, 뜨끈하게 데워주신 바닥으로도 모자라 따뜻하게 데운 물을 안고 자라고 주시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 초등학생 때, 흔하지 않게 폭설로 휴교령이 내려진 어느 날 온 동네 애들이 뛰쳐나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빠랑 오빠랑 박스로 신나게 썰매 타던 기억. 야자하던 시절, 위에는 패딩을 입고 밑에는 담요를 두르고 앉아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매점을 쏘다니던 기억. 몽골에서 지내는 겨울이라……, 내 겨울 추억들에 어떤 기억을 더하게 될까. 일단, 눈사람 백 개는 거뜬히 만들고 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히히. 고요한 집 창가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펑펑 내리는 새하얀 눈과 창문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고 싶다. ‘얼른’이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금방 그때가 찾아올 것 같다. 아, 다만 걱정되는 건 바람이다. 몽골은 정말 글자 그대로 바람의 나라인 것 같다. 이렇게 모래와 함께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아직 적응이 안 됐다. 아니, 적응을 못할 것 같다. 바람 진짜 너무 열심히 일한다. 바람님.. 조금만 설렁설렁 일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