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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3-[엄민용 전문기자의 <우리말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⑨>] 올 추석에는 ‘정종’ 대신 ‘청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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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한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벌써부터 마음이 들뜹니다. 특히 추석 전날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대체공휴일 하루가 생겨 토요일까지 더하면 올해는 연휴는 5일(9월22~26일)이나 됩니다. 그야말로 마음까지 넉넉해집니다.
그런데요. 여러분은 이 즐거운 명절 ‘추석’이 왜 추석인지 아세요? 추석은 대체 무슨 뜻이냐고요?
한자로 보면 추석(秋夕)은 ‘가을[秋] 저녁[夕]’을 의미합니다. 하루를 아침·낮·저녁·밤으로 나눈다면,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때입니다. 따라서 ‘가을 저녁’이면 가을이 끝날 때를 가리키게 됩니다. 하지만 추석 무렵은 ‘가을의 중간’입니다. 이는 추석을 달리 부르는 말인 ‘한가위’와 ‘중추절’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선 ‘한가위’는 “크다”를 뜻하는 ‘한’과 “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8월 한가운데의 큰날(명절)”을 가리킵니다.
한편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음력 1~3월을 봄, 4~6월을 여름, 7~9월을 가을, 10~12월을 겨울로 여겼습니다. 음력 1월1일인 ‘설’이 큰 명절이 된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점”이기 때문이죠. 
이런 계절 나눔으로 보면 음력 8월15일은 ‘가을의 딱 중간’입니다. 그래서 한자로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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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추석’은 가을의 중간 무렵인데, 왜 ‘가을의 저녁’으로 불리게 됐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 중국에서 추석을 중추(中秋) 또는 월석(月夕)이라고 불렀는데, 한자가 널리 쓰이게 된 신라 중엽부터 중추(中秋)와 월석(月夕)에서 한 글자씩 따서 조합했다는 설입니다. 
또 하나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추석월’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사기>에 나오는 ‘추석월’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물론 온갖 포털 등에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추석월’이 나온다”는 글귀가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인 듯합니다. 몇몇 전문가들이 <예기>를 다 뒤졌는데, ‘추석월’이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무튼 ‘추석’이라는 말은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한자말이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추석’이라는 말은 우리만의 글자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음력 8월15일을 ‘추석’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말에도 [슈세키(秋夕)]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그냥 “가을 밤”을 뜻합니다. 또 중국에서는 한가위를 뜻하는 말로는 주로 [중추(中秋)]나 [바웨제(八月節)]를 씁니다. 결국 한가위를 뜻하는 추석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어입니다.
그건 그렇고요. ‘추석’ 하면 문득 떠오르는 술이 하나 있습니다. 흔히 ‘정종’이라고 부르는 것 말입니다. 차례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술이죠. 그러나 ‘정종’은 술의 종류가 아니고, 우리가 쓸 필요도 없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정종’은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인 다테 마사무네(伊達正宗)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다테 마사무네는 당시 이름이 높던 인물인데요. 그의 가문에서는 두 가지 자랑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주 정교하고 예리하게 만드는 칼이고, 다른 하나는 쌀과 국화로 빚은 청주였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청주를 빚으면서 가문의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요. 다테 마사무네 가문이 빚은 술 역시 ‘국정종(菊正宗)’으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훗날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한 청주 회사가 우리나라에 들여온 청주의 상표명이 ‘국정종’을 본뜬 ‘정종(正宗)’이었지요.
즉 ‘정종’은 일본말 마사무네(正宗)를 우리 음으로 읽은 것이지, 술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사케’를 대신할 우리말이 아니라는 얘기죠.
한국과 일본에서 예부터 “맑은 술”을 뜻하는 말로 쓴 것은 ‘정종’이 아니라 ‘청주(淸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