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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3-[대학생기자단-여지윤] “머그잔에 드려도 될까요?” 새로운 제도에 환영? 불만?

일회용 컵 대란 속 플라스틱 규제, 커피전문점 현장르포

“드시고 가시나요? 그러면 머그잔에 드려도 될까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커피전문점에 가면 점원들이 하는 말이다. 자원재활용법 제10조가 발효된 이후 현상이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은 식품접대업의 경우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것이다.

플라스틱 규제 후, 커피전문점의 상황은?
기자는 실제 이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16일 홍대와 신촌 일대의 커피전문점 4곳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해 보았다.
홍대 인근 S매장 경우 음료를 주문하자 테이크아웃 여부에 대해 물었고 ‘매장 내에서 먹을 것’이라는 대답에 음료를 머그잔에 준비해주었다. 확인 결과, 매장을 이용한다는 의사를 밝힌 고객들에게 머그잔이나 유리잔 등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반면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일회용 컵 사용 금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물어보기 위해 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는 20대 안 모씨를 인터뷰했다. 안씨는 “확실히 매장 내 머그잔 사용이 많아졌다. 변화가 눈에 띄게 보여서 환경에 대한 노력이 조금씩 실천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플락스틱 컵 사용을 줄이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 정부의 정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그런데 종이컵 사용은 여전히 많은데 이것에 대한 규제는 따로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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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은 자원재활용법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빠져…
이에 조사해본 결과, 종이컵은 자원재활용법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그러므로 종이컵에 음료를 받은 손님은 매장에 머물다 갈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전까지는 종이컵도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규제를 완화하여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도 “종이컵이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더 잘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환경 부담이 적다고 봐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종이는 물에 젖는 성질이 있어 종이컵 내부를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하는데 이를 일반 폐지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되지 않고 분리가 어렵다. 분리 작업 비용이 증가하게 되자 결국 종이컵은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폴리에틸렌을 소각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또 매립하면 100% 자연 분해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종이컵 역시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에 현재 분리배출 체계 정비와 사용 규제를 포함하는 자원재활용법 수정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규제 후의 문제점
S매장뿐 아니라 P매장, T매장 등도 고객들에게 테이크아웃 여부를 물은 후 상황에 맞게 음료를 건넸다. E커피 신촌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장 직원은 “사람이 많을 때 모든 분들의 음료를 머그잔에 제공하는 것이 힘들다. 설거지도 일이지만 종종 컵이 모자라기도 하다. 그래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일부 고객들은 목소리를 높이시며 불만을 제기하는 분이 있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머그잔에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그냥 일회용 컵에 줘요. 금방 나갈 거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직원은 “매장을 잠깐이라도 이용할 경우엔 일회용 컵을 드릴 수 없다는 제도를 설명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매장을 이용하던 50대 김 씨는 “일회용 컵을 원하는 이유는 머그잔의 청결 상태에 대한 의심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 많아 바쁜데 과연 컵을 깨끗하게 씻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머그잔을 받으면서도 빨대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회용 컵 사용량이 줄어든 반면 빨대는 여전히 머그잔에 꽂혀 나온다. 카페 직원들도 “빨대는 직접 가져가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일회용 컵보다 작지만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 수는 상당하다. 빨대는 앞서 말한 종이컵과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에 빠진 품목이라 환경부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기준 환경부 추정치인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은 26억 개 정도라고 한다. 환경부에서도 “업계 자율적으로 감축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법적인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빨대 대체재와 관련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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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점주, 소비자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 필요
전체적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제한되어 다회용 컵 사용과 함께 소비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지고 오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소규모 골목 카페나 개인 카페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매장처럼 일회용 컵 제한에 대해 체계적인 서비스를 교육받거나 충분한 양의 다회용 컵을 마련하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하나의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정부, 점주, 소비자 사이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여지윤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