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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몽골에서 #어떻게든(5) – 박정현 단원

꼼짝없이 게르에 갇혀있다. 아침에 조림장을 둘러보던 중 이슬에 등산화와 양말이 다 젖어버려 말려야하기 때문이다. 생존율 조사로 한창 바쁜 중인데, 분주한 마음을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아니, 실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인게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할까 고민하던 중, 점심 식사를 준비하시기 위해 이흐마 에그체와 에르덴바트 아하가 들어왔다. 그리고 항상 그러던 것처럼 한 명은 밀가루 반죽을 하고, 한 명은 감자와 고기를 깎으신다. 밖에서는 항상 그러던 것처럼 경비원 아주머니가 저 멀리 있는 누군가를 소리쳐 부르고 있다. 그래, 항상 그러던 것처럼.

두 주 전 어느 날이었다. 아마, 통합출근부를 작성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도 참 마음이 분주했더랬지. 열심히 컴퓨터 작업을 하는 중에 있는데, 경비원 아주머니께서 옆에서 기웃거리셨다. 그리고 무어라 말씀을 하시는데 전혀 난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내 눈 앞에 일이 급했기에 귀 기울일 생각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계속 어떤 단어를 말씀하셨고, 이윽고 나는 일을 접어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해석하기 시작했다. 해석을 하고, 나는 순간 멍해졌다.

“우리 잊지 않을거지?”

나는 이 조림장에서 4월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고, 10월에 일을 마무리할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이 8월은 조림사업의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가는 시기. 이 8월이, 여름이 끝나면 실은 사업을 마무리하며 우리의 모든 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그래,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더라. 분명,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다섯 시에 집을 나서면 막 해가 한창 뜨고 있었는데, 이제 네 시는 일출이 시작되기도 전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겨울의 해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다가와 문을 두들겨 나를 깨우고 있었는데, 나는 이제야 일어나버렸다.

항상 그러던 것은
항상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항상 들리던 감자 써는 소리,
항상 가득하던 고기 굽는 냄새.
항상 소란스럽던 우리네 사람들.
항상 있을 것만 같던 그 무엇도
항상 여기 있진 않을 것이다.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내가 이 곳에 남길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남겨, 내가 없다 하더라도 나의 흔적을 딛고 올라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실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쏟아야겠다. 정을 주시고 일원으로 받아주신 이분들을 위해, 나도 무언가를 끝내 이루어내야 하겠다.

#몽골에서 #어떻게든 #잊지않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