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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1-[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⑲] 계곡의 멋쟁이 큰유리새(Blue-and-white Fly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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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며 곤충을 주로 잡는 딱샛과의 새들 가운데 아름다운 깃털로 품 나는 녀석이 있다. 계곡의 멋쟁이 큰유리새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딱새는 지빠귓과이고 흰눈썹황금새, 큰유리새, 노랑딱새 등이 딱샛과이다. 이 녀석들은 깃털이 매우 다양하며 주로 나무에서 생활한다. 날아다니면서 곤충을 잡기에 편리하도록 부리 주위에 딱딱한 털이 나 있다. 암컷과 수컷의 깃털색이 다른데, 수컷의 깃털이 훨씬 화려하다.
딱샛과는 대개 넓게 트인 산림과 공원에서 서식하며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지만, 큰유리새만은 좀 독특하다. 큰유리새는 어둠침침한 계곡을 좋아하여, 둥지도 나뭇가지가 아닌 평지의 바위틈에 마련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큰유리새의 둥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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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새 암컷

2004년 5월 30일, 충북 충주시 소태면 계곡에서 우연히 큰유리새들을 만났다.
“삐, 삐, 삐잇, 삐이지잇”
위장막을 치고 물까치둥지를 관찰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처음 듣는 새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며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뭇가지 하나에 파란 깃털의 큰유리새 수컷이 부리에 귀뚜라미를 물고 앉아서 계곡 쪽을 향해 가냘프게 읊어대고 있는 게 아닌가. 뜻밖의 수확이었다.
나는 관찰하고 있던 물까치를 제쳐놓고, 위장막을 계곡 쪽으로 옮겨서 녀석의 동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주변에 낯선 물체가 등장해서 그런지, 녀석은 즐겨 앉는 듯한 버드나무까지만 다가올 뿐, 좀처럼 둥지로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필시 새끼들이 배가 고파서 목 놓아 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위장막을 좀 멀리 이동했다. 그리고 쌍안경으로 녀석의 동태를 계속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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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새 수컷

한 30분 남짓 지났을까, 마침내 큰유리새 수컷은 둥지로 향했다. 곧 이어 새끼들의 요란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녀석이 부리에 새끼들의 배설물을 물고 황급히 둥지에서 뛰쳐나왔다. 둥지는 바로 조금 전까지 내가 자리 잡고 있었던 위장막 바로 코앞의 바위틈에 있었다. 그러니 아까 녀석은 얼마나 조바심을 쳤을까.
더구나 둥지는 큰비가 내리면 금방이라도 씻겨 내려갈 것 같은 곳에 있다. 주변은 습기가 많아 온통 축축하고 바위에는 푸른 이끼와 곰팡이가 뒤덮여 있고, 그 틈새에도 축축한 물기가 잔뜩 배어 있다. 그 바위틈새 아래로 이끼와 풀뿌리를 겹겹이 쌓아 만든 둥지가 오도카니 앉아 있다. 둥지 속에는 부화한 지 3~4일 정도 되어 보이는 새끼 5마리가 바짝 엎드려 죽은 시늉을 하고 있었다.

큰유리새암컷육추

큰 유리새 암컷 육추

먹이사냥은 주로 수컷이 담당했다. 먹이를 물고 둥지를 찾는 회수가 암컷에 비해 수컷이 3배 이상 잦다. 푸른 빛깔의 수컷은 화사해 보인다면, 푸르스름한 빛깔이 감도는 갈색의 암컷은 소박하면서도 그 자태가 우아하다. 둥지를 드나들 때도 수컷보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피고, 둥지에서 멀리 떠나지도 않는다.
어미들이 먹이를 찾아 둥지를 떠나면, 내가 자리 잡고 있는 위장막에서는 새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죽은 듯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미들이 먹이를 잡아가지고 둥지 가까이 왔다는 신호음을 보내면, 새끼들은 노란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면서 서로 받아먹으려고 일어선다. 그 모습은 흡사 파란 이끼 위에서 피어난 다섯 송이의 꽃이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 같았다.

김연수 생태사진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