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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살피는 마음 – 이나리 단원

서류작업을 하다 문득 쉬고 있는데, 늘과 같이 할아버지가 (지금은 할아버지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사람의 이름 말고 관계 속에 존재하는 그 호칭으로서) 손자를 학교로 데리러 갔다. 엄마는(주민팀장) 일하느라 바빴고.

더르찌가(주민팀장의 아들) 재밌게 놀다 목을 좀 다쳤나 보다. 항상 활짝 피어있던 그 얼굴이 한껏 가라앉아있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을 끌며 입이 뾰루퉁 튀어나온 채로 침대에 등을 보이고 눕는다.

‘정말 오랜만인 나의 어여쁜, 하나밖에 없는 손자야!’ (내가 해석하기로는, 혹은 해석하고 싶은 이야기로서) 하고 손을 넓게 벌려 살이 통통 오른 한 아이를 환대해준다. 그래도 기분이 안좋은가 보다. 아이는 몸을 소라처럼 한껏 웅크린 채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 소곤소곤, 아이는 할머니에게 금방의 일을 전하고 할머니는 등을 어루만지며 그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런데도 더르찌 표정이 계속 구겨져 있다.

징징- 연장 가는 소리 속에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연신 부른다.

‘체뎅발. 체뎅발, 체뎅발.!’

할아버지가 어리둥절, 게르로 들어오신다. 간단한 상황전달 후 서로 간의 별다른 의사소통도 없었지만 금세 차례대로 의자 위에 두 사람이 앉는다. 할아버지가 정성껏 이쪽 목과 저쪽 어깨를 크고 투박한 손으로 어루만져준다. 그저 불투명하던 어린 얼굴에서 툭툭, 눈물길이 생긴다. 수건으로 눈을 꾸욱 눌러버린다.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많이 아팠나 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도 아려왔다.

많이 아팠구나, 늘 그렇듯 더르찌 성격대로 조용히 그 일을 몸에 담아서 왔구나.
작은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잠시동안만 서럽게 울었다.

할아버지가 계속 큰 손으로 아이의 작은 목을 이리저리 눌러주고 살뜰히 보아준다.

그곳에서 나는, 여기 있는 나를 보아달라며 매번 다른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원하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단단한 어린아이의 기반을 목격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저번엔 그 아이가 내겐 너무 불편했다. 끊임없이 안절부절, 어른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칭얼대며 사랑을 달라고 조르던 아이의 얼굴과 그 기운. 또 몸을 크게 키워 무서운 목소리로 다그치던 아이의 엄마.

너무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었다.
잠깐의 지루함을 때우려 아이에게 밝게 웃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그 장면이 왜그렇게 마음에 연결되었을까.
불현듯 그게 날 툭 건드렸다.

나는 몇 분 남짓 그 사이, 서로의 성의가 오가는 소중한 마음을 보았고,
그래서 단단해졌을 한 존재의 뿌리를 보았다.
정말 짧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