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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0-[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식물의 수분 방법 2

프로필_송상훈

전 회에서는 충매화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풍매화에 대해 알아보자.

풍매화는 바람을 통해 수분하는 식물들이다. 대체로 꽃들은 작고 꿀과 향이 없거나 적고 꽃 색깔도 녹색 일변으로 단순하다.

곤충이 직접 화분을 배달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풍매화의 수분 성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풍매화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싣는데 꽃가루는 작고 가벼우며 표면이 매끄럽고 끈적임이 없어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

풍매화의 종류로는 속씨식물인 벼과, 사초과, 너도밤나무과, 국화과 등이 있고 겉씨식물(나자식물 裸子植物) 중 목본인 침엽수와 은행나무 모두를 포함한다.

속씨식물로는 오리나무, 자작나무, 개암나무, 서어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너도밤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뽕나무, 닥나무, 박달나무, 아까시나무, 플라타너스, 칠엽수, 피나무, 물푸레나무, 딱총나무, 팽나무, 상수리,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버드나무, 미루나무, 포플러, 사시나무, 은사시나무, 벼, 보리, 밀, 억새, 강아지풀, 포아풀, 오리새, 참새귀리, 향모, 포아풀, 뚝새풀, 수크렁, 억새, 갈대, 줄, 피, 띠, 쑥, 돼지풀, 환삼성굴, 쐐기풀, 노루오줌, 소리쟁이, 명아주, 댑싸리, 비름, 질경이, 구아바, 파파야, 옥수수, 구아바, 카카오 등을 들 수 있다.

아까시나무는 강한 향기와 많은 꿀이 있지만 충매화가 아닌 풍매화다. 토종벌의 혀는 짧아서 꿀샘에 닿지 못하기에 양봉에 의해서만 꿀 채취 가능하다. 밤나무와 버드나무는 풍매화와 충매화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풍매화의 속씨식물은 보통 수꽃과 암꽃으로 나뉘어 있다. 한 그루에 암수꽃이 따로 피거나 딴 그루에 암수꽃이 나뉘어 핀다. 바람에 날려온 꽃가루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수술은 밖으로 도드라진다. 가령 밤나무의 꼬리꽃차례에는 암꽃과 수꽃이 함께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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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은행나무는 암수 딴 그루이다. 은행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 때문이다. 겉껍질을 감싼 과육질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냄새의 진원지다. 예전에는 대체로 암그루는 가지가 퍼지고 수그루는 가지가 솟구치는 정도로 구분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나무의 암수를 구별할 기술이 개발되어 차후 수그루를 가로수로 심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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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엽수와 은행나무는 중생대 대표식물

전 회에서 겉씨식물(나자식물)인 침엽수와 은행나무를 논한 바 있는데 이들은 중생대의 대표식물로 지금까지 생존하고 화석식물이라 할 수 있다. 은행나무와 소철(사고야자)은 초기 겉씨식물이며 나머지 침엽수는 후기 겉씨식물로 1000여종 이상이 현존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 꽃에서 보는 수술과 암술이 없는 대신 양치류의 포자 또는 속씨식물의 꽃의 역할을 하는 스트로빌루스(strobilus)라는 기관이 이 있다. 이는 양치식물의 정자를 만드는 소포자낭과 난자를 만드는 대포자낭이 진화한 것일 뿐 꽃이 아니다. 편의상 겉씨실물에게도 암수꽃을 거론하지만 이는 편의상 그리한 것이다. 꽃이 없으니 꽃가루도 없고 꽃가루가 없으니 엄격히 말하면 침엽수는 풍매화라 할 수도 없다. 꽃이 없으니 당연히 열매도 없다. 그러나 은행나무와 소철나무를 제외한 침엽수는 열매 비슷한 구과(솔방울이나 견과)가 있어 겉씨를 생성한다. 은행도 독특한 방식으로 겉씨를 생성한다. 이들 모두 엄격히 말해 과실은 아니지만 견과라 부르기는 한다. 다만 일반적 개념과 너무 동떨어졌기에 함께 묶어 풍매화로 분류한 것이다.

좀 더 살펴보자. 꽃이란 암술과 수술과 꽃잎과 꽃받침이 있는 것을 말하며 때로 이중 몇 개가 빠진 안갖운꽃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속씨식물은 꽃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겉씨식물은 암술이 없으니 암술의 씨방벽이 없고 씨방벽이 없으니 열매가 되지 못한다. 더불어 수술의 꽃밥도 수술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침엽수는 꽃도 없고 열매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침엽수의 암꽃, 수꽃을 말한다 해도 의미가 통하면 족하므로 굳이 잘못된 용어사용을 지적할 일은 아니지만 암꽃이라 부는 것은 암구화수(암毬花穗)이고 수꽃은 수구화수(수毬花穗)이며 솔방울은 구과(毬果. 가시가 있는 둥근 껍데기)라 칭한다. 구과는 암수화수와 수구화수가 연도를 더하면서 묵은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구과처럼 보이지 않는 개체도 있다.
개비나나무, 주목, 나한송은 암구화수가 퇴화한 대신 씨껍질이 감싼 종자가 달린다. 이유야 어떠하건 밑씨로부터 씨방에 싸여 있지 않고 종자가 드러나는 나자식물(裸子植物)인 것이다.
수구화수와 암구화수가 같은 식물체에서 생산되는 자웅동주로는 소나무과가 대표적이다.
수구화수와 암구화수가 다른 식물체에서 생산되는 것을 자웅이주라 하는데 향나무속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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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 쌀, 조, 보리, 옥수수 등 온갖 곡물은 모두 풍매화인 벼과식물

풍매화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식물이다. 인류의 양식인 밀, 쌀, 조, 보리, 옥수수 등 온갖 곡물은 모두 풍매화인 벼과식물로부터 생산된다. 밤, 잣, 호두, 코코넛 등 유용한 견과류도 대부분 풍매화이다.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과 풍성과 과일을 선사하는 충매화에 비해 꽃은 보잘것없고 향기도 없는 편이지만 세상 풀과 숲을 지배하는 대단한 종들이다. 산과 들, 심지어 도심의 보도블럭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발길 닿는 곳에는 벼과 잡초들이 자라고 있다. 이들 잡초 대부분은 유용한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익한 풍매화지만 개중에는 알레르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고, 알레르기는 아니지만 결막염과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연은 자연대로의 생리가 있는데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편리에 안주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식물을 탓하게 된 인간 중심의 이기주의 병이라 할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당장 사람들에게 장애로 다가오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알아보자. 이미 2년전 알레르기 유발식물에 대해서 필자가 논한 바 있다. 여기서도 이를 상당부분 재인용 하겠다.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환자는 1980년대 초에는 5%에 불과했으나, 90년대 후반에는 전체인구의 15%, 2000년대는 20%, 2010년대에는 25%까지 치솟았고 이 가운데 30% 정도는 꽃가루 알레르기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양대 조사에 따르면 시골보다 도시의 꽃가루가 무려 57배나 독하며 그 이유는 도시가 시골보다 CO2 농도가 2배 이상이기 때문이라 한다. 과도한 CO2 농도가 꽃가루에 영양을 더 많이 공급해줘 강해지는 것이라 한다.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성장이 왕성해진 일부 수종은 이전보다 더 많은 꽃가루를 날리며 기간도 길어져 알레르기 환자는 계속 증가세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0년~2014년’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진료현황을 보면 10대, 30대, 40대에서 상대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많았다. 면역력이 가장 왕성한 20대를 제외하면 어느 연령층도 안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보통은 풍매화와 수목류 꽃가루에 의한 기전을 화분증이라 하며, 모든 꽃가루가 알러지원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알레르기라 하지만 혼용해 사용한다.

# 풍매화의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100~1,000km까지 이동 가능

풍매화의 꽃가루는 20~50㎛(1㎛는100만분의 1m. 미세먼지는 10㎛ 이하, 초미세먼지인 스모그는 2.5㎛ 이하) 크기로써 눈에 보이지 않으며 100~1,000km까지 이동 가능하다.

풍매화 꽃가루는 3~5월, 8~9월에 특히 많이 날리며 봄철 나무 꽃가루보다 가을 잡초의 꽃가루가 재채기·결막염·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을 더 심하게 일으킨다.

대표적인 식물을 살펴 보면, 봄에는 주로 오리나무, 자작나무, 참나무(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 수목류와 가을에는 돼지풀, 환삼덩굴 등 잡초와 심지어 쑥까지 포함된다.

얼마나 많은 꽃가루가 날릴까? 예를 들면, 자작나무 꽃차례 1개에는 500만개 이상의 꽃가루가 생성되어 바람에 날린다. 물론 자작나무 한그루에는 수백 수천의 꽃차례가 주렁주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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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은행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독일가문비, 느릅나무, 가래나무, 물오리나무, 중국굴피나무, 가래나무, 물박달나무, 물푸레나무,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네군도단풍, 팽나무, 산뽕나무, 잔디, 우산잔디, 질경이, 오리새, 큰조아재비, 대마, 개비름, 명아주, 가시박 등 많은 100여종 이상의 식물들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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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풀은 사람은 물론 우리 토양생태계까지 교란시키므로 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

돼지풀을 제거하지 않고 두면 마치 해바라기처럼 2~3m 높이로 크게 자라며 대도 매우 단단하고 두껍게 자라 곧 사방을 잠식한다. 돼지풀은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쑥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체에 짧고 거친 털이 많으며 쑥향이 없다.

잎으로만 보면 가늘고 잎이 패인 정도가 깊으며 갈라진 잎의 길이와 폭이 일정해서 가지런한 느낌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집마당에서 정성스레 기르기도 하는데 안될 일이다.

어떤 이들은 돼지풀을 개똥쑥이라고 착각하고 채취하기도 한다. 돼지풀 제거에 도움은 되겠으나 독성 있는 식물을 복용해서는 안된다.

돼지풀은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풍잎돼지풀과 둥근잎돼지풀이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어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산행해서 산초입과 임도에 단풍잎돼지풀이 엄청나게 번식한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하는지 한숨 쉬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의 급속한 번식은 기후변화와 관계 있다는 보고가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기후변화가 알레르기 발현식물에 미치는 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 모두 최근 기후변화와 더불어 도심권에서 분포지를 확장하고 있으며 알레르기 증상과 상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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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은 약으로도, 차로도 이용되므로 유익한 측면도 있다. 최근에는 돼지풀에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을 발견하여 기능성 화장품으로 개발한다는 보고도 있어 유해식물이 유용한 식물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 버드나무 흰솜털이 알레르기 주범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

반면, 봄이면 거리를 하얗게 뒤덮고 집안까지 굴러다니는 버드나무 흰솜털(꽃가루가 아님)이 알레르기 주범으로 알려져 눈총을 받았으나 이는 잘 못 알려진 것이라 한다.

입자가 크고 눈에 보이는 송홧가루(소나무 수꽃가루)나 아까시의 꽃씨도 꽃가루 알레르기와 큰 상관이 없다고 한다.

향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리기다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독일가문비 등 많은 침엽수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데 우리 산에 많은 소나무는 알레르기와 상관없으니 매우 다행스럽다.

그러나 송홧가루 또한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조피부염 환자에게 가끔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어 꽃가루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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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꽃가루는 기상에도 관계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텍사스 A&M 대학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5~150㎛ 크기였던 꽃가루가 수분을 흡수하면서 원래 크기의 수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노미터(nm) 크기로 쪼개져 응결핵 (condensation nucleus. 대기 중에서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 알갱이가 생길 때 그 중심이 되는 알갱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꽃가루가 수증기처럼 구름을 만드는 기본재료가 되며, 지표는 물론 대류권 상층까지 퍼져 나가 집중호우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꽃가루가 비를 만들고 비가 숲을 이루며 숲이 다시 꽃가루를 만드는 현상은 자연의 심오함을 보여준다. 꽃가루가 건강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의 한축으로 작동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나뿐인 지구의 숲과 초원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 풍매화, 인류의 양식이면서 기후변화와 관계있고 알레르기의 원인으로도 작동하는 풍매화의 다양한 모습을 숙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식물의 수분방법은 다음 회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