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독새037

vol.90-[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⑱] 쏙독새(북한명: 외쏙독이) Grey Nightj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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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새는 귀신처럼 나타나 귀신처럼 사라진다. 나방들이 출몰할 때 함께 보였다가, 나방이 사라지면 이 새들 또한 사라진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새를 여간해서 보기가 힘들다. 다만 그 소리만 귀에 익숙해 있을 따름이다.
그만큼 쏙독새는 은밀한 새다. 깃털이 흑갈색에다 낙엽무늬가 나 있어서, 환한 낮이라도 땅에 엎드려 있으면 그곳에 쏙독새가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없다. 이렇듯 위장색에 대해 자신이 만만한지, 쏙독새는 자기 곁으로 사람이 3미터 정도 다가가도 날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땅에 더 바짝 엎드려 숨어버린다. 그러다가 사람이 더 가까이 접근해 위협이 느껴지면 그때 비로소 날아간다.


쏙독새는 5월 하순 맨땅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에게도 둥지가 필요 없다. 낮에는 은밀한 곳에서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주로 활동을 한다.
쏙독새는 위장의 천재이기도 하지만, 몸의 구조도 특이하다. 다리와 발톱은 짤막해도, 먹잇감인 나방들을 잡기에 안성맞춤인 크고 시력 좋은 눈과 입을 가졌다. 또 입 가장자리에는 포획당해 버둥대는 곤충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잘 발달한 털이 나 있다. 날개는 숲속의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고 회전할 수 있게 폭이 좁으면서도 길며, 꼬리 깃도 황조롱이처럼 잘 발달해 있다. 암수가 모양은 똑같지만, 수컷은 가슴과 꼬리에 흰 무늬가 있다.

김연수 생태사진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