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0-[대학생 기자단-정지웅·한지형] 네프론 – 재활용 쓰레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한해 600억 원에 육박하는 빈병 보증금을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고 있다. 이는 재활용 쓰레기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자원순환 시스템이 필요함을 말한다. 미국,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경우는- 재활용 자판기를 통해 재활용 쓰레기의 가치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는 ‘수퍼빈’의 네프론이 이러한 기술을 선보였다.

■ 네프론 이모저모 : 개념과 기능

네프론은 2016년 국내의 한 스타트업 기업인 ‘수퍼빈’에서 개발된 후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 현재는 17대의 네프론(서울시 은평구와 광진구, 경북 구미시와 의성군, 경기도 과천시 등)이 설치되어 있다. 네프론은 우리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필요 영양소와 혈액을 정화하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신장(콩팥)내 가장 작은 기능 단위를 의미한다. ‘수퍼빈’은 이 이름을 통해 다음 세대와 공유하는 건강한 세상과 환경에 대한 그들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캔 694,887개와 페트 604,386개와 빈병 256개의 순환자원이 네프론을 통해 모였다.

재활용 가능한 캔이나 페트병, 빈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품목을 분류하고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인공지능형 자판기인 네프론의 사용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네프론의 시작하기 버튼을 누른 후 캔/페트병을 넣고,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여 포인트로 적립한 후에 현금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네프론은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을 가져온 딥러닝 기술 회선신경망을 가지고 있는데, 일종의 순한 자원 인식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인공지능이다. 이 기술은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로부터 유입된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여 학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활용 처리를 많이 하면 할수록 네프론의 인식률도 올라가며, 나중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찌그러진 캔도 인식가능하게 된다.

네프론은 네프론 CP와 네프론 G로 나뉘는데 각각 캔/페트병과 빈병을 담당하고 있다. CP의 경우에는 언급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인식률이 95%에 달하며 네프론의 경쟁사들과 비교하여 120%만큼 적재가 가능하다고 한다. G의 경우에는 보증금이 있는 빈병 72종류가 인식가능하다고 한다. 네프론 한 대당 최대 저장 가능 개수는 캔/페트는 3000여개, 빈병은 200여개다. 투입된 순환자원은 자원화에 최적화하여 분류수거함과 동시에 ‘수퍼빈’의 운송시스템으로 연결해준다. 투입한 쓰레기가 네프론 내에서 압착이 끝나고 나면, 자신의 휴대번호로 정산이 완료되며, 캔은 1개당 15원, 페트병은 1개당 10원이 지급된다. 수퍼빈 홈페이지에 가입해 본인확인 과정만 거쳐야 한다. 향후 개선작업을 통해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는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 현장 취재 :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의 네프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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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 제1동 주민 센터(좌)/주민센터 앞의 네프론 CP 2대(우)

네프론을 직접 사용해보기 위해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을 찾아가보았다. 갈현 제1동 주민 센터 앞에 네프론 두 대가 놓여있었다. 이는 올해 1월에 현 제1동의 주민들이 스스로 제안하여 설치된 것이었다. ‘골목길 쓰레기 문제 개선사업’으로 재활용 자동 수거기를 갖추는 대안이 제시되었는데, 마을총회에서 네프론이 선정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갈현동에 있는 네프론은 두 대 모두 네프론 CP 유형이었다. 또한 손이 닿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용 계단도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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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용 계단(좌)/네프론 좌측에 놓여있는 사용 설명(우)

사용방법은 위의 설명처럼, 재활용쓰레기를 넣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여서 쓰레기를 현금으로 적립 가능했다. 간단한 사용방법으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쉽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은 네프론을 통해 쓰레기도 돈, 즉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갈 것으로 보였다.
또한 이용하는 주민이나 일반 시민들도 버려진 자원이 새로운 자원이 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길거리에 놓여 있기에 길 가는 도중에 발생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들을 투입할 수도 있었다.

쓰레기 자원순환을 통한 가치 재창출의 시도 자체가 미미했던 한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선보이는 네프론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넘어서 그 이후에 행위의 결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그 과정을 시민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시스템의 출현인 것이다.

■ 주민 인터뷰 : 네프론에 대해 한 마디

갈현 제1동 주민 센터 앞에서 머물며 네프론을 사용하는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대체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들고 네프론 앞으로 찾아왔다.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으며 아이와 함께 찾아온 부모들도 있었다. 들고 오는 쓰레기의 양도 천차만별이었다.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가다가 다 마신 캔을 넣는 행인도 있었고, 아예 쓰레기를 한 보따리 싸들고서 주민 센터의 네프론까지 걸어온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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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판을 밟고 올라가 쓰레기를 넣는 차윤우 어린이(좌)/입구에 빈 페트병을 넣고 있는 차윤우 어린이(우)

네프론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 손에 빈 페트병을 들고 온 차윤우 어린이는 어린이용 발판을 밟고 올라가 익숙하게 페트병을 입구에 넣었다. 많이 써 보았냐는 질문에, 윤우는 부모님과 함께 와서 써 봤으며 자주 와서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다. 또 네프론을 처음 만들 때에 주민센터 앞에 와서 구경도 했다고 말했다. 네프론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처럼 쓰레기를 버릴 곳이 필요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계를 쓰는 게 재미도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저축된 금액으로는 과자를 사 먹었다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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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프론에 쓰레기를 넣고 있는 주 모 할머니

주 모 할머니는 네프론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널브러져 돌아다니던 쓰레기들이 많았는데 그것이 없어져서 참 좋다고 했다. 또한 주 할머니는 비슷한 연령대의 주민들과 네프론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 기계가 생겨 돈 벌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올바르게 쓰레기를 넣는 게 아니라, 이물질을 넣는 사람들도 있어서 고장이 좀 잘 나는 편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에는 네프론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신광 부동산에 찾아가 네프론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 보았다. 평일에도 네프론 사용 고객이 많냐는 물음에 부동산에서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항상 많고 리어카를 끌고 쓰레기를 잔뜩 담아 와서 버리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폐지 줍는 분들이나 일부 사람들은 좋다고들 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모여서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했다.
한꺼번에 많이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네프론이 쉽게 가득 차고, 그래서 가져온 쓰레기를 주변에 그냥 버리고 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프론 근처 길가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여럿 보였다. 또한 본인처럼 네프론 근처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도 고생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기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는 것인지를 물었는데, 부동산에서는 수를 늘리기보다는 아예 위치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마치 쓰레기 매립지처럼 님비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 네프론의 전망과 희망사항 : 더욱 바람직한 활용을 위해

슈퍼빈에서 개발한 네프론은 점차 그 설치 대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번에 찾아간 은평구 갈현 제1동의 네프론은 올해 1월에 설치가 되었으며, 상반기까지 서울 동대문구, 인천 남구, 의왕시, 제주도 서귀포시 등에도 인공지능 재활용 자판기가 추가로 설치될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 네프론 설치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의 측면에서 모두 인정받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수거되는 양에 따라 포인트(현금)를 주는 방식으로 이용되는 네프론은 쓰레기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이로운 효과를 내고 있다. 아이들, 학생들에게 재활용 교육을 재미를 결합하여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공익성, 교육성, 경제적 효율성을 모두 갖춘 최첨단 쓰레기통인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네프론이 과연 재활용 교육을 위한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환경 보호와 재활용 관련 교육에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상황에서의 재활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점이 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네프론의 효과를 긍정적으로만 보고 칭찬을 마다않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어린이들에게 대답을 들어본 결과로는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분리수거에 대한 의식보다는 기계 자체에만 흥미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쓰레기를 넣으면 포인트를 주고, 그것은 현금화되어서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쓰레기통에 가서도 올바르게 분리수거를 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기계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서는 네프론 사용 시에 음성 등으로도 분리수거에 대한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거나, 다방면에서의 체계적인 재활용 교육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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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프론이 꽉 차서 걸음을 돌리고 있는 갈월동 주민

또한 다 차버린 네프론에 대한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에 조사를 위해 갈현 제1동 주민 센터 앞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물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가 다 차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결국 쓰레기를 힘들게 가져온 주민들은 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미리 네프론이 꽉 찼다는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쓰레기를 더 수용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각 지역의 네프론이 어디에 있는 지가 지도로 표시되고, 각 네프론의 수용량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수치로 나타나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

아직 세상에 모습을 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부족한 점과 보완할 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네프론이 여러모로 좋은 효과를 내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서 논한 개선사항이 반영되어 수정·보완을 거친다면 더욱 완벽한 재활용 자판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네프론이 우리의 환경에 줄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정지웅·한지형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