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

[2018몽골] 5月 – 차이 (差異) – 박지혜 단원

2018년 2월 9일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 파견식 당일, 우리는 각자 꿈꾸는 목표를 그리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파견된 지 3개월. 아끼던 동생이 꿈을 접으며 국제개발 현장에서 등을 돌렸다.
경험이 없던 나와는 달리,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를 앞서 경험해보고 용기 있게 청춘의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무책임한 단체와 잡혀있지 않은 시스템 속에 어디에서도, 어떤 것도 보호받지 못하고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접었다.

화가 났다. ‘국제개발’ 그 거창한 이름 속에 추한 단면을 보는 거 같아 회의감이 들었다.
단원을 뽑을 때 서류전형, 면접, 교육이수, 건강검진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치만 정작 단원들이 파견되는 기관이나 단체에 대해선 어떤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 기관이나 단체는 단원들이 투자한 1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였는지.
합숙 교육을 받으면서 제일 중요시 되었던 게 ‘인권’인데 과연 단원들의 인권부터 제대로 보장해주고 있는 건지… 너무 화가 났고 안타까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보낸 한 달 남짓의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경험했지만 좋았던 기억보단 고민하고 회의감에 빠져 지낸 시간이 대부분이다.
몽골 파견 직전후, 그 어떤 당부보다 ‘단원이지만 활동가처럼 일해 달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후 나의 고민은 몽골어도 외국 생활 적응도 아닌 ‘단원과 활동가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지켜 나갈 것인지, 그 아슬아슬한 관계의 줄타기에서 어떻게 하면 문제없이 현명하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 딱 하나였다. 하지만 그 고민은 너무도 허무하게 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무너졌고, 내가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이 의미 없어지는 순간 차이(差異)를 느끼게 되었다.

파견 초반 다른 단원과 달리 UB 지부에서의 활동이 확정되면서 바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어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초반이라 잘 몰라서 그런거야.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까, 직접 하면서 겪으면 금방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두 달, 전보다 더 심한 혼란에 놓여있다. 일의 양과 크기의 문제가 아닌, 과연 함께하는 활동가들은 나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이곳은 나를 뽑을 때 내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서로 논의하였는지…
이들의 방식에 내 방식을 어떻게 맞춰 나가야 할지. 어디를 기본으로 하여 기준을 두고 나가야 하는 건지. 한국단체인데 몽골에 있으니 몽골사람들의 성향에 맞춰가야 하는 건지, 대충하는게 몽골 방식이라면 나도 대충해도 되는 건지. 그리고 대충하는 게 진짜 몽골의 방식인지, 개인의 방식인지. 내가 몽골사람들 방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저들은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는지. 교육받을 때 ‘무엇을 하려고 하지마라.’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맞는 건지… 생각이 많아진다.
잡히지 않은 체계와 시스템 속에 마냥 방황하다 1년의 시간을 허비하는 게 과연 내가 생각하고 목표로 한 봉사활동인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문제다.

3개월, 내가 보낸 시간 속에서 깨달은 것은 이 모든건 국가 차이도, 성향 차이도, 문화차이도 아닌 그냥 사람 차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NGO는 하나의 의미 있는 비전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궈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리더가 있어도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없으면 그 어떤 목표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비전과 성과를 이루기 위한 고민 전에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이해, 배려가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나 스스로에게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NGO기관을 이끌고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나누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