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9-[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⑰] 습지의 잠수왕 뿔논병아리(Great Crested Gr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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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는 갈대숲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고 있다. 그들은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갈대숲의 가장자리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그들의 둥지가 완성되고 알을 부화해 포란에 들어갈 때는 갈대숲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새로운 줄기와 잎이 솟아난다.
두 눈을 씻고 아무리 찾으려 해도 둥지가 보이질 않는다.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로 갈대숲을 이 잡듯이 자세히 훑어보아야 겨우 찾는다. 알을 품고 있는 암컷에게 먹이를 잡아다 주는 수컷은 둥지 주위에서 절대로 노출되지 않는다. 먼발치에서 잠수해 둥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암컷이 포란 도중에 등지를 비울 때는 알 위에 수초를 덮고 나간다. 알이 천적에게 노출되지 않게 위장하는 역할도 하지만 보온, 보습의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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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

부지런한 부부는 한해에 번식을 두 차례나 한다. 두 번째 번식을 할 때는 첫배에 부화된 형제들이 부모를 도와 공동 부양한다. 먹이도 같이 잡아다 주고 동생들을 등에다 태워주며 같이 놀아준다. 대부분의 조류들이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지만, 뿔논병아리와 논병아리들은 꾸준히 생명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들의 훈훈한 가족애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훈훈한 가족애를 갖는 새들은 제비, 오목눈이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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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

이들의 어린새끼들의 깃털은 독특하다. 특히 목에서 머리까지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로 위장색을 지녔고 그 모습은 타이거마스크를 뒤집어 쓴 형국이다. 둥지에서 알이 부화되면 대부분의 물새처럼 둥지를 떠나 엄마를 따라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유영하다가 지치면 어미 등에 올라탄다. 아주 어릴 때는 밤에 기온이 내려갈 때, 다시 둥지로 돌아가 어미 품에 안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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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논병아리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을 때부터 시작해 새끼들이 자립할 때까지 하루에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 온다. 4-5마리의 새끼들을 배불리게 먹이려면 하루에 100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사냥해야 한다. 따라서 뿔논병아리와 논병아리가 번식하는 하천은 다량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건강하고 살아있는 습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진 글=김연수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