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9-[엄민용 전문기자의 <우리말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⑤>] 어린이는 ‘-짜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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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을 맞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요. 어느 달에 특별히 가족을 소중히 여길 게 아니라 모든 나날 동안 가족을 귀하게 여겨야 하지만, 그래도 5월이면 가족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각별해집니다.
그중에서도 5월이면 ‘어린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중심을 이루는 세대가 오래전에 어린이로 ‘대접’받았고, 지금은 어린이를 ‘대접’하며 보살피고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물론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귀히 생각하는 것이 우리만의 문화는 아닙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어린이날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는 아예 5월에 어린이 주간을 두기도 합니다. 어린이 주간에는 일주일 내내 각종 공연과 즐거운 행사가 펼쳐집니다. 또 터키는 4월 23일이 어린이날인데요. 이날은 터키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합니다. 나라의 미래가 어린이들에게 달렸다는 의미이겠지요.

어린이날 자료 사진
왠지 모르게 ‘닫힌 사회’로 여겨지는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있습니다. 6월 1일은 ‘국제 아동절’로 유아들이 대상이고, 6월 6일은 ‘소년단 창립일’로 초등학생들이 대상입니다.
그런데요. 북한의 어린이날에서 알 수 있듯이 대개의 나라는 ‘아이’를 높여 부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처음 만들어 사용한 ‘어린이’ 속에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른’에 대한 대칭어로 쓰이는 ‘아이’란 말 대신에 ‘어린 사람’이라는 뜻과 함께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그건 그렇고요. 이렇듯 귀한 어린이에게 어른들이 잘못 쓰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조막손’도 그중 하나이지요. 어떤 의미로든 아이들의 손을 ‘조막손’으로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조막손’이란 “손가락이 없거나 오그라져서 펴지 못하는 손”을 뜻하는 말이거든요. 즉 심각한 장애를 지닌 손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귀엽게 이르는 말은 ‘고사리손’입니다.
또 “엄 씨는 두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따위 예문에서 보이는 ‘-짜리’ 역시 아이들을 홀대하며 쓰는 말입니다.

어린이날 자료 사진1
‘-짜리’는 도포짜리·삿갓짜리·양복짜리 등처럼 “의관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러한 차림을 한 사람을 낮춰 일컫는 말”입니다. 두 권짜리, 석 되짜리, 100원짜리 따위처럼 “값이나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얼마의 값 또는 수량을 가진 ‘물건’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나이를 세는 데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지요. ‘일흔 살짜리 노인’이나 ‘스무 살짜리 청년’ 등으로는 쓰지 않으면서 어린아이 나이 뒤에만 ‘-짜리’를 붙이는 언어습관은 어린이를 업신여겨서 그러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의 나이를 세는 말로는 무엇이 적당할까요. 그것은 바로 ‘-배기’입니다. “나이를 나타내는 말에 붙어, 거기에 걸맞은 나이를 먹었음을 뜻하는 말”이 ‘-배기’이거든요.

참, 영어로 가족을 뜻하는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이라고 설이 있습니다. “아버지·어머니,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를 뜻하는 말이 ‘가족’이라는 것인데, 그 어원설이 맞든 안 맞든 가족은 정말 아름다운 말입니다.
영어만 그런 것이 아니죠. 우리말 ‘식구’ 역시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 즉 아침·점심·저녁을 늘 함께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참 살가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