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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몽골] #몽골에서 #어떻게든 (2) – 박정현 단원

오기 싫었다. 그리고 하기 싫었다.

룸메이트 없이 홀로 외국인으로써 타지에, 그리고 돈드고비 등 타지역과는 달리 홀로 외국인노동자로 현장에, 나는 가기 싫었다. 울란바타르를 떠나 지방으로 가는 길이 내게 귀양길만 같았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내가 여기 왜 왔지?’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주말을 지나 첫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침상에서 폭발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정히 폭풍처럼 휩쓸려 지나갔음을 고백한다. 아침마다 몽골인 아저씨와 함께 일터까지 가는 40분의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몽골어를 들어야 했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했으며, 가능한 몽골어로 어떻게든 답변을 해야했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또 다른 몽골어를 이해해야만 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15명 남짓하는 현지직원분들 그리고 주민팀장님과 함께 있으면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몽골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든 허우적대야만 했다. 즉,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우려했던 주민들과 함께 먹는 현지식 점심식사도 너무 배가고픈 나머지 두 그릇씩 먹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어느새 나는 양냄새가 무엇인지도 기억이 안 나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주민들은 집에 가지만, 나는 집에 가는 길에도 다시 40여분 동안 몽골어 프리토킹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도착한 다음 터덜터덜 겨우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바로 씻고, 밥을 해서 먹고, 드라마 두 편 정도 본 다음 바로 잠이 들어버린다. 그것이 4월의 일상이었다.

지부장님께서 제시하신 다신칠링의 올해의 미션은 ‘영농의 사업화’였다. 나 또한 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그것을 어떻게 프로세스를 통해 실현시켜나갈 것인지를 수도에 있는 동안 많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다음 나는 그것을 고이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야만 했다. 다신칠링에 도착한 다음 제일 먼저 한 것은 사업장 파악이었다. 받은 조림지 도면도를 가지고 모든 조림지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조면도와 현장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여기 있어야 할 것이 여기 없고, 저기 없어야 할 것이 저기 있는, 섹터와 블록 내의 나무 식재 또한 기획과 많이 다름을 발견하였다.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는 문제였다. 나는 주민들과 같이 구덩이를 파야 하는가. 관수를 해야하는가. 퇴비를 만들어야 하는가. 내가 내린 답은 ‘아니다’였다. 몽골인 분들은 골격 자체가 한국인과 많이 다른 듯하다. 웬만한 어르신들도 나보다 힘이 세셨다. 심지어 여성분들도 마찬가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체력을 요하는 노동력으로써 얼마나 이 가운데에서 득이 되겠는가. 과감히 방향을 틀을 필요가 있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기로 했다.

필자는 문서작업이 강하고, 널브러져 있는 어떠한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에 재능이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것이 매우 필요해 보였다. 주민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신다면 그 일하신 만큼의 이익이 반드시 생길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푸른아시아가 다신칠링을 떠난 후 이곳의 모든 것을 친히 관리하실 수 있을 수 있도록, 필요한 그 무엇들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결과물은 다소 쓸모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나무 한 그루를 더 심고, 물을 한 번 더 주는 것이 눈에 띌만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위인 김정호가 요즈음 자주 떠오르는 것은 아마 같은 맥락에서인 듯하다. 그가 지도를 만들 때에 그는 그것이 왜 필요하냐는 많은 비웃음을 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이 완성된 다음 창출된 엄청난 유익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 필자는 삽을 한번도 잡지 않았다. 어떠한 공구또한 잡아본 적이 없다. 매일 연필과 공책을 들고 조림지를 돌아다니면서 도면도를 새로 드리고, 블록과 섹터를 일일이 모두 돌아다니며 나무의 생존 현황을 지도화하였다. 그리하여 글을 쓰고 있는 4월 19일까지 조림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나무의 생존 현황을 모두 다 파악하였으며, 그것을 정리하여 주민팀장님께 전달해 드렸다. 이렇게 많은 나무가 죽어있었다는 것을 숫자를 통해 확인하신 다음 굳어진 주민팀장님의 얼굴에서 희망을 엿본 것은 나뿐이었을까.

아는 것이 힘이다. 아니, 알아야 힘을 쓸 수 있다.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할지가 그제야 보인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은 ‘힘을 쓰실 수 있도록 힘을 쓰는 것’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오기 싫었다. 그리고 하기 싫었다. 왜 난 혼자 일해야만 하는지 불만이 많았고, 체력이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보였기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와서 보니 혼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산처럼 많았음을 발견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누구인가. 내 후배 단원인가, 에코투어 신청자인가,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그 누구인가. 이 지루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그대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말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몽골에서 #어떻게든 #그대여아만하는일이분명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