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8-[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 조개를 좋아하는 검은머리물떼새(Eurasian Oystercatcher)
검은머리물떼새는 서해의 무인도나 작은 섬에서 번식한다. 바위섬의 틈새나 자갈밭, 모래변에 특별한 둥지가 없이 주변의 빛깔과 비슷한 알을 2-3개 낳는다. 23-24일간 포란이 끝나면 새끼가 부화하고 그들은 어미를 따라 바로 물가로 떠나 버린다.
한반도의 서남해안에서 흩어져 번식에 성공한 검은머리물떼새들은 10월 중순이 되면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와 전남 목포시 신안군 압해도에서 월동한다.
검은머리물떼새
특히 어패류가 풍부하고 연체류와 지렁이가 다량 서식하는 유부도의 완만한 갯벌은 검은머리물떼새의 천국이다. 한반도 이북에서 번식한 무리들과 합쳐서 약 3000여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월동한다.
‘뽀이잇, 뽀이잇’ 거세게 밀려오는 바닷물을 따라 3000여 마리가 넘는 검은머리물떼새가 몰려든다. 종종걸음으로 바닷물에 앞서 걸어오다가 파도에 쏠린 바닷물이 덮치면 동시에 수면을 박차고 비상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대자연의 파노라마 앞에서 펼쳐지는 서사시가 따로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유구한 세월동안 펼쳐온 자연사 그 자체다.
그러나 이러한 장관이 언제까지 지속될는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검은머리물떼새의 번식처인 갯벌은 매립되어 사라지고 있고, 그들의 주된 먹이인 조개와 굴도 씨를 말리고 있다. 이따금 들리는 해물칼국수집에서 푸짐하게 들어있는 조개를 보면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
김연수 생태사진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