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8-[리뷰]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미세먼지 대응,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 구축해야
미세먼지, 황사, 오존층 파괴 등등 환경 파괴와 관련한 단어들은 오늘날 우리에겐 익숙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파괴가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 환경오염의 현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관심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은 바쁜 일상에 치여 그마저도 챙기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그런 이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할만한 책이 있다.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이 쓴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책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후 변화가 가장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몽골에서 그 피해를 몸소 느끼고 경험한 국제 NGO 활동가의 이야기다. 그저 추상적인 수치로만 말하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진짜 피부로 와 닿는 이야기, 우리가 실감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자료나 근거에 소홀한 책은 아니다. 각종 환경 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글쓴이의 경험담과 엮어, 환경에 지식이 부족한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에서는 환경 문제의 표면적인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수단에서 기후변화로 야기된 생태계 문제로 전쟁까지 일어난 일화, 급격한 지구촌 기후 변화로 사라져버린 몽골의 호수와 강들, 늘어나는 가뭄 재해와 미세먼지 및 황사, 하나씩 들어맞아가고 있는 슈퍼태풍 시나리오 등이 나온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환경저감대책과 적응 대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한다. 여기서 저감이란 환경오염을 막는 일을 하는 것, 적응이란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생활양식을 익히는 것을 말한다.
2장에서는 환경 문제의 원인에 대해 탐구를 시도하며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수단에 곡창지대를 세운 ‘네슬레’ 등을 소개하며 기업은 돈을 벌고 피해는 지속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받는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환경 난민은 아프리카 뿐 아니라 아시아(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도 생겨나고 있으며, 그들은 테러리스트로 바뀔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글쓴이는 ‘구호기구의 선전성은 로또와 같다’고 말하며, 잘못된 방식의 구호 활동은 왜곡된 시선만 굳히는 꼴이라고 단언한다. 구호 활동에서조차 만연한 성과중심주의가 환경 관련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구호는 진짜 도움이 될 수 없고 지속가능한 도움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트렌드 중 하나인 ‘소통’이 여기에도 필요하다.
이어서 3장에서는 환경오염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최초 합의이자 구체적 합의라는 의의를 지닌다.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포함된 것이다. 또한 선진국들은 환경문제에 발맞추어서,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키워드 아래에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그러한 패러다임에 뒤쳐져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이러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마을, 커뮤니티를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에볼라를 막아낸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교육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여기에서 자그마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푸른아시아에서는 남다른 환경보호활동을 펼쳤다. 몽골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책임감을 심어주면서, 직접 환경보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푸른아시아는 단지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몽골인들이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주민자립모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자리 제공과 현장 교육을 병행했다. 주인의식을 갖도록 했고 그 결과 일정 규모의 숲과 마을을 재생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런 가시적인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2014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에서 주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저자는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각 개인이나 시민단체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환경 보호 실천이 이루어져서, 적절한 환경오염 대응을 위한 효율적인 소통 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
한지형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