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8-[대학생 기자단-여지윤] 공중화장실 관리 천차만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은 2004년 만들어졌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다. 공중화장실법의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작년 5월 8일, 대통령령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었다. 이 개정안은 2018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되었다.
이번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시행령 개정안의 개정 주요 내용은 공중화장실 관리기준 강화(기존, 신축 공중화장실 모두 해당)에서 대변기 칸 내 휴지통을 없애고, 여자화장실에 위생용품 수거함 설치(영제7조제3호)다. 공중화장실법 시행령 제7조 3호에는 “대변기 칸막기 안에는 휴지통을 두지 아니할 것. 다만, 여성용 대변기 칸막기 안에는 위생용품을 수거할 수 있는 수거함 등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개정 이유는 “물에 잘 풀리는 화장지 사용이 일반적이므로 대변기 칸막이 안에 휴지통을 두지 아니하도록 하여 악취 등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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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는 안내문

3호의 시행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공중화장실 여성용 여러 곳을 무작위 방문했다. 14일 방문한 서울의 지하철 공중화장실 일부 출입문 앞에는 “청결한 화장실을 위해 휴지통을 없앴습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위생용품은 ‘위생용품 수거함’을 이용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화장실 칸막이 안에는 변기와 위생용품 수거함만 있을 뿐 휴지통은 없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비치된 화장지는 적당량만 사용하고, 여성용품 수거함을 이용해 모두가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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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도서관 화장실 내 위생용품 수거함
15일 간 명지대학교 도서관 1층 화장실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사용에 관한 안내문과 함께
휴지통은 없고 위생용품 수거함만 있었다.

15일 간 서울 명지대학교 도서관 화장실 역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내문을 화장실 출입구에 부착하여 알리고 있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위생용품은 전용 수거함에 버려주세요” 내부에는 위생용품 수거함만 있을 뿐 휴지통은 없었다.

“휴지통을 없애면 주변 환경이 좋아지죠. 시험기간이 되면 밤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하면 힘든 일이 많았거든요. 휴지통을 가득 채운 휴지들 뿐 아니라 비집고 나온 많은 양의 휴지 때문에 변기 옆에 휴지가 가득하고 보기에도 흉하고 청소하려면 난리도 아니었죠. 아침마다 고생했어요. 그런데 휴지통을 없애고 나니 그런 것이 사라지긴 했어요. 근데 종종 막히는 변기 때문에 ‘뚫어뻥’을 항상 두고 사용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화장지를 소량으로 사용하라, 화장지 외 투입 절대 금지에 대한 안내문도 추가로 부착했어요.”
청소 관계자 휴지통을 없앤 후 관리는 조금 수월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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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도서관 화장실 변기가 자주 막히는 문제가 생기자
화장지 외 생리대, 음식물, 이물질 등을 버리지 말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뚫어뻥’을 두고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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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뉴코아 아울렛
16일 방문한 소풍의 2층 화장실은 출입구 안쪽 벽면에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라고 알렸다.
하지만 정작 기존의 휴지통에 위생용품 수거함이라는 문구만 적어 비치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방문한 부천 뉴코아 아울렛은 화장실 문에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습니다”와 함께 휴지통 없는 화장실 사용에 대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휴지통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저 기존의 휴지통 뚜껑에 “여성위생용품 수거함, 화장지는 변기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만을 부착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안내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기 대신에 수거함에 휴지를 버리고 있었다.
“여성용품 수거함이라고 적혀있는데도 모든 쓰레기를 다 여기다가 버려요. 이럴 바엔 그냥 휴지통을 다시 만들던지, 아니면 진짜 제대로 된 위생용품 수거함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만든다더니 달라진 건 없네요. 여전히 쓰레기를 분리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청소부 관계자는 이용을 제대로 못하면 오히려 더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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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소풍 CGV
“휴지는 변기에, 여성용품은 쓰레기통에”
기존의 휴지통에 “여성용품은 이곳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부착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부천 소풍 CGV도 상황은 같았다. ‘휴지는 변기에, 여성용품은 쓰레기통에’라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위생용품 수거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쓰레기통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듯 쓰레기통에 모든 쓰레기를 다 버리고 있었다. 휴지가 여전히 많이 차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쓰레기통이 있으니까 여성용품을 넣으라고 적혀있어도 습관처럼 휴지를 버리게 되더라고요. 휴지통 없는 화장실 문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것을 바꾸는 것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CGV에서 만난 한 이용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다양한 홍보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한 사례는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났다.
“선반 위에 음료 병이나 쓰레기를 그냥 올려 두고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칸막이 안에 휴지통을 없앴다고 해서 화장실에 휴지통을 아예 없어진 것도 아니고 세면기 옆에 큰 휴지통을 뻔히 놔뒀는데도 그냥 툭 던져놓고 가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그거 잠깐 들고 와서 휴지통에 버리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든 일이라고.. 그리고 청소할 때 잠깐 위생용품 넣는 휴지통을 치울 때면 그 새를 못 참고 휴지통도 없는 변기 옆 빈 곳에 휴지를 던져놓고 가고.. 한 사람이 그러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해요. 저번엔 수두룩 쌓인 적도 있어요. 변기에 휴지를 그냥 버리라는데 그것도 힘든 일인지 참 자기네 집 화장실 아니라고 이렇게 함부로 하나 봐요.”
한 청소 담당자는 시민들의 공중화장실 이용이 너무 무성의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개정 법률에 대한 대처가 다 달라 이용자들은 화장실 사용에 혼란을 겪고 관계자들도 화장실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시민들이 오랜 화장실 이용 습관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제도 정착을 위해 공공화장실 이용 예절에 대한 시민의식을 개선하는 것이 요구된다. 공중화장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임을 인식하여 시민으로서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지윤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