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7-[엄민용 전문기자의 <우리말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③>] 류관순? 유관순? 의사? 열사?
3월이면 그냥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3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면~”으로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인데, 40여 년이 흘렀어도 이즈음이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됩니다.
노래의 주인공인 유관순은 3·1운동의 상징입니다. 1919년 3월 1일 당시 이화학당 고등과 1학년생이던 유관순은 서명학·김복순·김희자·국현숙 등과 함께 ‘5인의 결사대’를 결성해 소복을 하고 대한문 앞에서 망곡(望哭)을 한 뒤 남대문으로 향하는 시위행렬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유관순 열사
또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져 고향으로 돌아온 유관순은 그곳에서도 4월 1일 수천 명이 참여한 만세시위를 주도합니다. 그들을 향해 일본 헌병들은 마구 총을 쏘아대고, 유관순의 부모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유관순은 주동자로 체포돼 공주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경성복심법원에서 3년형을 언도받습니다. 이때 유관순은 일제를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당당한 대한의 국민이다. 대한 사람인 내가 너희의 재판을 받을 필요도 없고, 너희가 나를 처벌할 권리도 없다.”
유관순은 또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애국·애족의 마음이 절절히 전해집니다. 그 마음 잘 이어받아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요. 유관순은 왜 ‘열사’라 부르고, 안중근은 왜 ‘의사’로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아시나요? 그 기준은 간단합니다.
우선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하신 분, 일본 군경에 의해 피살되신 분, 일본의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그 집행으로 숨지신 분, 독립운동과 관련해 수감됐다가 고문으로 돌아가신 분, 옥살이에서 풀려나지만 옥중 고문의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분, 망국의 한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하신 분 등을 두루 이르는 말이 순국선열(殉國先烈)입니다.
안중근 의사
그중 총 등을 사용해 무력으로 싸우다 돌아가신 분을 ‘의사’라 하고, 비폭력 저항을 하다 숨지신 분을 ‘열사’라 부릅니다. 안중근·윤봉길·이봉창 등은 의사이고, 이준·민영환·유관순 등은 ‘열사’이신 거죠. 또 김구 선생 등 1945년 광복 후에 돌아가신 분이나 광복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도 한용운 등처럼 사망원인이 일반적인 질환 또는 노환이었다면 애국지사(愛國志士), 즉 ‘지사’로 부릅니다.
유관순 열사 기념관
한편 ‘유관순’과 ‘류관순’ 중 무엇이 바른 표기인지 옥신각신하는 일도 많은데요. 정답부터 얘기하면 둘 다 맞습니다. 다만 국립국어원은 “성씨의 경우 두음법칙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아 ‘류’와 ‘유’로 둘 다 적을 수 있으나 사전에 ‘유관순’으로 등재돼 있으므로 ‘유관순’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관순사업회나 국가보훈처 측은 열사의 이름을 ‘유관순’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