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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유종의 미 – 이일우 단원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게 불과 며칠 전 일만 같은데 어느덧 봉사단원으로서의 1년에 마침표를 찍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머문 날보다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즈음,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들이 주마등을 스쳐 지나간다.

처음 몽골에 왔을 때는 설렘도 가득 하였지만, 설렘의 뒤편에는 내가 이 낯선 환경에서 언어도 완벽하지 않고 전문 지식과 경험도 없는데 무사히 활동을 마칠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어떤 분들과 일하게 될까 조마조마하며 출근했던 첫날, 첫 출근 3일 만에 불어온 모래폭풍으로 인하여 대피했던 날, 생전 처음 보는 도구들로 언 땅을 꽁꽁 깨가며 구덩이를 파던 날, 그리고 감동의 나무 식재 순간. 여름에는 쨍쨍 내리쬐는 태양 볕에 땀 범벅이 되고, 변덕스러운 봄, 가을 날씨에는 추위와 매서운 모래바람에 맞서 작업에 애를 먹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몽골의 혹독한 대륙성 기후 특성으로 인해, 자연이 허락하는 4월에서 10월 사이에 밖에 할 수 없는 조림사업이었기에 유독 더 꿈같이 느껴지는 시간들인 것 같다.

수도에서의 짧은 교육을 마친 채 파견 조림지인 돈드고비에 내려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처럼 “감사하다” 는 말을 했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수채화 풍경과도 같은 아름다운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볕이 적당히 좋아서 바람이 적당히 좋아서 무사히 작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간절히 원하였던 현장을 내 두 발로 누빌 수 있음에, 직접 현장에서 주민들과 힘을 맞대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식재 및 자립을 위한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구슬땀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점은, 이번 1년의 몽골 봉사 활동을 통해서 국제 개발 협력의 길을 걷고 싶다고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1년 전 이맘 때, 왜 몽골에 가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몽골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러 간다고 이야기 했었고 나 자신도 보람된 일을 하러 간다는 자부심에 차 있었다. 하지만, 몽골 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개발을 하러 가겠다고 생각한 것은 대단히 큰 착각이었으며 오만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국제 개발 협력이란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줘야만 하며 눈에 보이는 수치적 성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몽골에서 1년 동안 현장에서 현실의 문제에 부딪치면서 깨달은 점은, 진정한 국제 개발 협력이란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지역과 주민의 힘을 살려나가는 것,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식과 속도에 나를 맞추는 것이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오만한 생각으로 국제 개발 협력에 임해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국제 개발 협력이란 주는 자의 편의에 의해서 원조가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원조의 수혜를 받게 되는 사람들의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제일 크게 배우게 되었다. 아무리 그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 하더라도 평생 머무를 수는 없으며, 언젠가는 그 나라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런 외국인이 개발의 중심이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준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작정 주는 것이 아닌, 그곳에서 태어나 평생의 삶을 영위해야 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구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국제 개발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라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보낸 20여년들의 세월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몽골에서의 1년이 현실 같고 한국에서 보내게 될 시간들이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당분간 한국에 가면 몽골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몽골에서의 1년은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나는 개발에 목말라 있으며 국제 협력 개발 분야에 임하고 싶은 열망에 가득 차 있다. 몽골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국제 개발 협력에 임하고 한층 더 성장하고 싶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