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몽골] 시작도 끝도 ? 육심제 단원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곳에 머물렀다. 그저 잠시 머물렀지만 꽤나 알찬 삶이었고 주변 환경과 스스로를 극복한 치열한 삶이었다.
아직까지도 이 곳에 오기로 마음먹은 그 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 때 내가 했던 생각을 지금의 나는 정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머리와 마음 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굳이 급하게 정리하지 않는 터라 몽골에서의 이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말과 행동과 철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 싶다. 몽골에 들어올 때 참 많은 물음표를 갖고 들어왔고 지금은 더 많은 물음표를 갖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아는 게 없어서 모든 것이 궁금했고 지금은 조금 알고 나니까 더 많은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물음표로 와서 물음표로 간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좋다. 난 이것을 얻은 것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고 미련이 남는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얻을 것이 없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봤고 미련이 남기에는 애초에 미련 남기지 말자는 각오가 컸고 나 스스로가 정말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장기 자원봉사자의 위치에 있으니 남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가끔은 건방지게 단기 봉사자들이나 보여 주기식 봉사에 대해 왈가왈부를 하게 될 때도 있는데 이제서야 제3의 눈으로 바라보자면 결국 다 비슷한 것 같다. 성과와 지속성을 자부하며 들어왔지만 이 곳에서 내가 낸 소리가 무조건 좋은 소리는 아니었고 더 솔직하게는 내가 소리를 낼 기회 조차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역시나 미련이 크지는 않다. ‘이쯤하면 됐지’라는 자만 때문이 절대 아니다. 우리가 내는 소리가 비록 소음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이것이 우리의 진실된 소리고 바로 지금 현장이 내는 소리다. 희로애락이 들어있는 현장의 소리를 가장 크게 듣는다는 것은 때론 고통스럽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내 귀에 충분히 크고 많은 소리가 채워졌다.
1년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 한다면 ‘자연스러움’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말 그대로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자연스러워야만 했다. 일이 생활이었고 생활이 일이었다. 우리가 녹아 들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억지로라도 모든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억지 조차도 자연스러워졌다. 이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는 미련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나에겐 성공이다.
결국엔 용기다. 역량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용기뿐이다. 내가 한가지 능력을 갖고 파견 될수 있었다면 난 어마어마한 용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무시하고 싶은 나태함을 누르고 생각을 시작하고 생각만 하고 싶은 나약함을 누르고 실천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1년전의 내가 용기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일을 떠나 당장 생존을 위해서라도 용기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도 가장 큰 아쉬움을 말하라하면 용기가 조금 부족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용기내서 했던 일들도 많이 생각난다. 애초에 역량이 있었던 없었던 결국 역량은 강화된다.
할 말도 많고 추억도 많고 미운 정과 고운 정도 가장 많은 지금, 오히려 굉장히 간결하게 시 한 편을 쓴다.
이방인(異邦人)
육심제
작은 배를 타고 노을을 건너간다.
넓은 바다에 찍힌 점 하나.
나를 알 길이 없는, 내가 알지 못하는 그 곳으로 들어간다.
두려움에 아직은 따듯하지 못한 봄바람을 다독이며 끌고 간다.
물 위에 출렁임이 나를 아주 천천히 밀어낸다.
아름답지만 크지 않은 소리를 갖고 간다.
나는 가만히 나의 밖을 들여다본다
묵묵히 전진하는 파동에 시선을 맞춰본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본다
과거의 내가 정리하지 못한 그 때의 생각을 꺼낸다.
생각의 조각들이 내는 소리는 아직도 꽤나 소란스럽다.
저 멀리 밭 위에는 땀방울이 내린다.
나무들은 유난히 파르르 떤다
이 적막한 상황속에도 파란 하늘엔 구름이 떠다니고
지나치는 풍경들만큼은 나를 반긴다.
나는 나를 생각하고 두려움을 벗는다.
내가 나에게 던진 질문을 지켜줘.
불편 속에 피어나는 변화처럼
나에게 충분한 따듯함을 넣어줘.
바람으로 성장하는 민들레처럼.
<조림지 마지막 모습1>
<조림지 마지막 모습2>
<조림지 마지막 모습3>
<조림지 마지막 모습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