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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됩니다 – 김찬미 단원

어느덧 마지막 단원에세이다. 파견 당시 스스로와 했던 약속들 중 제대로 지킨 것이 거의 없어서, 매달 단원에세이 작성하기가 그나마 지킨 유일한 약속이다. 어찌 보면 매일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겨우 한 달에 한 번 글 쓰는 게 뭐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변명 같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몰려오는 잠을 억지로 쫒아내며 글을 쓸 때가 많았고, 대충 쓰지 않으려다보니 몇 시간이나 글을 붙잡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냥 꼭 내야하는 달에만 쓸까, 이번 달은 시간도 없고 피곤하니까 그냥 넘어갈까 하는 유혹들도 참 많았었지만, 어떻게든 그 유혹을 이겨내고 매달 단원에세이를 진심 담아 작성했고, 이를 통해 훗날 스스로의 몽골 살이 1년을 돌아볼 수 있게 됨에 참 감사한 마음이다.

2017년 3월, 첫 단원 에세이를 썼을 때 내가 적었던 제목은 ‘기꺼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때의 다짐대로 ‘정말 기꺼이 마음을 쏟았나’ 하고 돌이켜보면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참 많다. 오히려 올 한 해는 기꺼이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며 ‘내가 참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구나’하고 느끼게 되는 한 해였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감정이 풍부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많은 일우 언니를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귀찮거나 하기 싫어지던 나를 다독일 수도 있었다. 물론, 스스로의 풀어지기 쉽고 편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고 무언가 행동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은 참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었다.

왜 나는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냐고 울면서 기도했던 적도 많았고, 혼자 다이어리에 고뇌 가득한 일기를 끄적였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그래도 조금이나마, 기꺼이 사랑할 의지를 얻는 계기였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이 없이 내 감정 그대로 행했더라면, 더욱 아쉬움만 크게 남지 않았을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인 ‘박원’의 ‘노력’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나도 노력해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낸 그 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물론 이 노랫말속의 사랑은 연인간의 사랑이지만, 나에게는 몽골에 있는 1년간 내 삶 속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던 얘기였다.

거창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이름을 달고 봉사자랍시고 도와주겠다며 왔지만 정작 도움을 받기만 하던 나였기에, 여기 와서 내가 정작 할 수 있었던 건 ‘봉사’, ‘도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주어진 모든 것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상황들을 사랑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의 그릇이 너무 작아서, 내 마음 속에 사랑이 너무 메말라서 그래서 그 작은 사랑조차 너무 어려워서, 때로는 너무 버거워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저 노랫말 속에서는 ‘사랑을 노력한다’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지 노력이나 의지로 행해질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몽골에서의 1년간 내가 느꼈던 건, 사랑을 노력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쉽게 해이해지고, 또 익숙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속해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되새기는 노력이 곧 사랑의 시작일테니.

푸른아시아 단원 지원서를 작성할 때, 나의 꿈을 ‘국제개발협력전문가’라고 소개했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몽골살이 1년으로 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이제 내게 있어서 ‘국제개발협력’이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라, 빈곤 퇴치니 역량강화니 SDGs 목표 달성이니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그런데 사랑이 안 된다면 기꺼이 사랑할 의지를 갖고 사랑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도 하는 것. 혼자서 많은 번민과 고뇌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때로는 눈물이 되고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이 될지언정 ‘기꺼이 사랑할 의지를 갖고 사랑을 노력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한 번 노력해보련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