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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결국사람 – 이다영 단원

#결국 사람.

정든 공간을 바라봤다. 그 공간은 변화가 없었고, 늘 똑같았다. 흔들림 없이 같은 하루들의 반복이었는데, 내가 이곳을 그리워할까 , 내가 이곳을 다시 또 찾을까 싶었는데 어느새 정이 들었나보다. 정이 들어버린 공간에서 나는 떠날 준비를 하다가 그 변함없이 푸른 조림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나를 떠올렸다. 조림장 밖에서 어요카랑 같이 자전거를 탔던 기억, 우물집 앞에서 주민들과 빵과 수태차를 나누어 먹던 기억, 4차방풍림단지에서 바인나아저씨와 수다를 떨던 기억, 유실수단지에서 하루 종일 오는 비를 맞으며 뭉흐바트라 아저씨랑 짝 맞추어 차차르간을 심던 기억, 흙물에 젖은 서로의 신발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던 순간들, 버뜨러언니와 함께 김치호쇼르를 만들어먹던 기억, 근데 왜 맛이 없는 거냐며 김치호쇼르에게 화를 냈다. 튀겼는데 왜 맛이 없을까 했지만 맛없어도 앉은 자리에서 남김없이 다 먹어치우던 웃긴 순간들. 맨 처음 버뜨러 언니와 조림지에 있는 쓰레기를 줍던 4월 어느 날, 언니는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 정말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날 언니가 나한테 했던 말 중 어렵게 사전을 찾아가며 간신히 알아들은 한마디가 있었다.
“나모카, 이시간이 그리워 질 때 쯤 아마 너는 몽골어 실력이 많이 늘어 있을 거야. 그전에 있었던 사랑거와 오양가(2016년 에르덴 단원들)도 그랬어.” 라고 하던 말이 기억난다. 나는 언니와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제일 처음 말문을 트이게 한사람이 언니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래서 나 몽골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 라고 물었는데, 언니는 ”말도 잘하고 듣는 것도 척척 알아들으니까 잘하는 거지! 그래…이제 헤어질 시간이 왔나보다.“ 했다.

어쩌면 말이다. 나에게 남은 것은 식재방법, 사업장에서의 업무들, 나무에 대한 지식들보다 사람인 것 같다. 결국 나는 몽골 안에 주민들,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또 차곡차곡 쌓인걸 보면 더 닿아있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었고, 같고 싶었던 지난날들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매번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그냥 함께 하고자 했다. 가끔은 상처를 받고 실망도 했지만, 그저 같이 있는 시간,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정말 그것이 전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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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제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그렇게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린 잘 극복하고 이해해나갔습니다.
모든 밝음 뒤엔 어두움이 있었고, 장점을 넘기면 단점이 있었고, 선이 있으면 악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밝았고, 더 선했고,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사랑했고, 끝까지 놓지 않았고, 끝까지 용서했으며 끝까지 용서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도 참 많이 부족했다. 어설프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고, 내가 이렇게까지 밑바닥이었나 놀라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그 화를 참지 못해 마음이 아플 때까지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사랑했구나 싶었다. 사랑했기에 집중했고, 관심을 갖고 지쳐봤고, 끝없이 흔들리고, 실망하길 반복했다. 계속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놓을 수가 없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미워하다가, 다시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탓하고 반성했다. 끝없이 흔들렸다. 너무 오래 아팠는데, 정말 신기하게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함께 웃는 한순간에 그 아프고 모질던 시간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 한순간이 나를 다시 이끌고 나아갔다. 왜일까. 생각해보았는데, 결국 그 답은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 지독하게 내가 살고 있는 에르덴, 이곳 몽골을 사랑했나 보다.
그래서 수없이 흔들리고, 아파하면서도, 또 행복했고, 다시 일어나길 반복했다.
내가 수없이 흔들리고, 웃고 울고 말하던 그 모든 순간들조차 전부 사랑이었구나. 따뜻함이란 뭘까 정이란 뭘까. 생각하다가 크게 드는 감정부터, 지나가면서 드는 찰나의 감정까지도 전부 다 사랑이었네 싶다. 내가 우리 주민분들을 좋아하고 지켜보고 미워하고 아파하고 그러다 다시 해맑게 웃으며 함께 하기까지, 서로를 아끼고, 또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기까지 전부 사랑이었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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