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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동화 다섯 – 김성현 단원

첫 번째 이야기 –이 동화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우리는 어느새 동화의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 동화의 내용이 어떻게 되었을는지, 우리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걸으면서 출구를 찾은 모양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걷고 있을 때에는 출구가 간절했는데, 왠지 이 이상한 동화 속에서 아직 못해본 일들이, 좋았던 기억이 뭔가 출구로 나가기엔 아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동화는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긴,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짧은 중편짜리 동화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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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이번 동화는 어떠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장 동화 같은 동화라 답할 것 같았다.
가장 많은 기대와 설렘으로 첫 자를 적어 내려갔고,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동화를 써내려갔으며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뒤돌아 지금까지 써내려간 부분을 읽으면서 나름 뿌듯했던 과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번 동화를 다시 쓸 수 있다면 어찌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나간 동화를 다시 쓰기보다, 새로운 동화를 쓰러가겠다고 할 것 같았다.

힘들었던 기억도 좋았던 기억도 한 번 뿐인 것이라서 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동화는 어떠하셨는지?
마무리는 잘 되어 가는지?
그리고
다음엔 어떤 동화를 쓸 계획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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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이제 어느덧 약 일 년 가까이를 물 밖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떠올려보면 기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 많았다. 실망도 자주 했었고, 여기서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인어공주는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이 세상에서 일 년을 버틸 것임을. 그래서 인어공주는 마음을 바꾸고 그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때로는 어리석었고, 욕심도 많았고, 바보 같기도 했지만 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조금 지나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물 밖의 시간을 부정하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었다.

라푼젤은 어느새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익숙해질 만하니 떠나야하는 이 상황이 조금 아쉽고 많이 홀가분했다. 라푼젤은 이제 이 세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 나가볼 예정이었다.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정이 조금 들었던 이곳을 떠나야했다. 넘어지기도 했고, 다치기도 했던 지난날. 그러나 그만큼 스스로가 많이 자라났다고 생각하면 탑에서 벗어나길 잘했단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의 세상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무엇을 해야할 지, 그녀는 잠들기 전까지 생각했다.

다들 멈춘다고 했다. 이 동화의 끝을 접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곳에서 조금 더 지내 볼 생각이었다. 처음 돈키호테가 이 이상한 나라에 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너무 무모하다’며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뭐라 하기도 했지만, 그는 우직하게 본인이 생각하는 옳은 길을 밀고 나갔다. 그렇다고 그가 항상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일들은 정말로 현실성이 없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나(작가)는 어쩌면 그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내년은 올해와 다를 것이었다.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났다. 유리 구두 때문은 아니었다. 순전히 자기 자신의 노력들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신데렐라는 왠지 이곳에서 떠날 때, 아주 조금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일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즐거운 일만 가득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다시 한 번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이것보다 열심히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좋은 동화였다. 생각해보니 요정 할머니는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직접 해낸 것들이었다. 하늘을 보니 오타가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 삶이 복잡하더라도 항상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들이 되기를 항상 화창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하고 바랐다.

피터 팬은 생각 중이었다.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바뀌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려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생각대로 결실을 맺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을 다해 대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좌절했던 적도 많았다.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보다 내가 해낼 수 있는 업무나 일에 더 매달리게 되는 그런 한 해였던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배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피터 팬은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다시 살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백설공주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중이다. 상처 받고 어쩌면 상처 주었을지 모르는 지난 시간들 동안 그녀의 머릿속에 계속 남았던 고민이었다. 어찌 보면 지난 일 년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대견한 일이리라, 생각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백설공주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지금까지는 해본 적 없는 고민들을 참 많이 했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녀가 먹었던 사과는 독이 든 마녀의 사과가 아니라, 선악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것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었다.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는 건 어쩌면 한 발 더 나아가라는 뜻일지도 모르니.

벨은 요새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곳에서의 삶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족하며 살았던 건 자기 자신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난 시간동안 다들 힘들어했었고, 가장 가까이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녀는 이 이상한 세계를 통해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좀 더 명확히 보게 되었다. 길은 눈앞에 있었다. 뿌옇게 안개가 서린 길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조금 확실히 알 것도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또다시 새로운 이상한 세계로 도전할 것임을 알았다. 그렇게 이상한 세계를 하나씩 거치고 나면 비로소 자신이 원하던 그 무언가가 되어있으리라고 그녀는 확신했다.

앨리스는 이곳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무언가를 배웠다. 그 무언가의 실체를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숨을 쉬고 있음을 매순간 자각하는 것은 아니듯, 자연스레 몸에 익혀지는 무언가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 만났던 사람들 때문일 것이었다. 모자장수처럼 무모할 정도로 솔직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시간에 쫓겨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토끼같이 성과 혹은 결과에 쫓겨 힘겹게 뛰고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있는 쐐기벌레처럼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엄청난 지식을 가진 사람들, 체셔처럼 항상 유머와 비유로 부드럽게 상황을 대처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트여왕처럼 자신만이 옳다고 믿고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 -Alice in the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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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어느새 자신이 이 이상한 세계의 끝에 다다랐음을 알았다. 그냥 본능 같은 거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음이 느껴졌다.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나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엄청 커다란 버섯위에 앉은 쐐기벌레를 만났다. 쐐기벌레는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워낙 많은 것을 봐서 그런지 놀랍지는 않았다.

쐐기 벌레 씨는 딱히 나를 본 것도 아니고, 그러하고 나를 보지 않은 것도 아닌 그런 표정으로 뻐끔뻐끔 줄담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냥 그를 지나쳐가려 했다. 그 때, 그가 내뱉듯이 말했다.
‘만약에 다시 이곳에서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텐가?’
속삭임 같기도 하고, 혼잣말 같기도 한 그 말은 곧바로 이어졌다.
‘놀라워. 대부분은 되돌리고 싶어 하는데 말이지.’

“나는 아무 말도 안했어요.”
‘만일, 말한다는 게 인간의 생각처럼 좁은 범위라면, 입으로 소리를 내는 중이 아니니,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

자세히 보니 그 쐐기벌레 씨는 줄담배에서 한 순간도 입을 때지 않고 있었지만, 분명히 말소리는 들리고 있었다.

“입을 벌리지 않고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있죠?”
‘인간들은 참 바보 같은 착각을 해. 그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면 무조건 부정하려고만 들지. 설사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인간들이 어리석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그러는 쐐기벌레 씨도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적어도 말이지, 우리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는 중이라고. 우리는 직접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모두 가능하다고 보지. 그게 인간들과의 차이야.’

쐐기벌레 씨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쏘아붙이듯 물었다. 왜 그를 쐐기 벌레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가는 길인가? 아니면 그저 살다가 가는 길인가?’
“음….. 살다가보니 무언가를 배우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던가요? 매순간 배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껏 포기 않고 달려오기는 했네요.”

그 후로도 꽤 한참동안 그는 내게 이 이상한 세계에서 어떤 것을 얻었는지 물었다.
그럭저럭 납득 할만한 대답들이었는지 계속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던 그가 무심코 툭 던지듯 말했다.

‘스스로에 대해 무엇을 알지?’

말문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들었던 질문 중에 가장 이상한 것이었다.
내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걸 보던 쐐기 벌레는 줄담배를 길게 피워올리며 나를 내려다보고는,

‘뭐, 결국 가장 중요한 것도 못 찾은 셈이군.’

하고는 내게서 몸을 돌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