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5-[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⑬] 먹황새(Black Stork)
붉은 부리에 빨간 장화를 신은 먹황새(천연기념물 200호).
우리가 잘 아는 황새처럼 생겼지만, 가슴과 배만 흰색이며 몸 전체가 청색 광택이 나는 검은색이다. 황새보다는 덩치가 작아 약 95cm 정도다. 물이 맑고 수심이 얕은 하천이나 습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먹황새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절벽에서 1938년부터 30년 동안 번식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세계적으로도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적색목록에 등재해 보호하고 있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개체수가 1000여 마리밖에 없다.
하늘을 나는 먹황새
토종 먹황새는 사라졌고 겨울철에 러시아, 중국, 몽골에서 번식한 10여 마리 미만의 먹황새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이들은 월동지에서 단독생활을 한다. 이동할 때와 잠자리에서 가족단위로 모이기도 한다. 워낙 적은 수가 월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황새보다 귀한 먹황새를 찾아 영주 내성천과 전남 함평의 대동지를 매년 찾아간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은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영주댐이 완공되면서 먹황새가 월동하던 내성천 상류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곳을 찾던 먹황새는 어디서 월동하는지 오리무중이다. 함평 대동댐과 대동저수지에서 최고 7마리까지 보인 적이 있으나, 그 곳도 월동지 조건이 변해서 몇 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남 함평 대동지의 먹황새
그들의 활동 반경은 의외로 넓다. 10km정도나 떨어진 대동댐과 대동저수지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간다. 대동댐에서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 녀석들은 안동의 학소대처럼 전망이 좋은 벼랑 끝 바위에서 쉬고 있었다. 휘어진 소나무들 사이로 불쑥 튀어나온 절벽에서 청동빛 검푸른 먹황새가 우아하게 앉아있는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보다도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서 댐상류를 한눈에 굽어보며 주변에 방해요소가 없을 땐, 사뿐히 내려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채식방법과 사냥술은 황새와 거의 똑 같았다.
먹황새
영주 내성천의 먹황새
경북도와 안동시는 도산면 가송리의 먹황새번식지를 복원하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먹황새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가송리의 학소대 일대에 먹황새가 서식할 환경을 조성하고, 러시아, 몽골로부터 종조가 될 먹황새를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귀중한 우리의 생명문화재와 동북아의 자연유산인 이들을 복원시키는 것은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의 당연한 의무인 것 같다. 우리 후손들도 이 땅에 살았던 생명문화재인 먹황새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연수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