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4-[Main Story] 국가별 탄소배출감축목표(NDC) 실천은 정부 의지·시민사회 압력 병행돼야

기후변화협약(UNFCCC) COP23 참가기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독일 본에서 제 23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3)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당사국 197개국과 2만5000여 명의 기후 변화 관련 연구기관, 산업계, 시민단체 종사자가 참여했다. 푸른아시아도 오기출 사무총장, 김종우 국장, 민정희 자문위원(ICE Network 사무총장)이 함께 참가했다.

COP23는 2018년에 개최되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4)에서 최종 합의할 의제별 이행 지침의 목차를 마련함과 동시에 촉진적 대화의 개최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국가들은 촉진적 대화를 통해 2020년까지 자신들의 지침을 강화하고 국가별탄소배출감축목표(NDC)을 실천할 여건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의제는 NDC, 투명성 체계, 국제 탄소시장 등이었다.
COP23에서는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행과정을 확인하고 내년 바르샤바에서 열릴 COP24를 준비하는 총회였다.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에서 2도 이하로 낮추기로 한 파리협약의 목표를 감축, 적응, 투명성, 탄소시장, 재원 측면에서 다루어 보는 시간이었다. 의제별 이행 지침이 내년 COP24에 최종 확정되는 만큼 국가별 노력이 잘 진행되고 있는 지를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국가별탄소배출감축목표(NDC)의 타당성과 명확성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한 적응 보고,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의 투명성, 새로운 국제 탄소 시장의 설립 등을 다루었다. 또한 빈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재원 조성 방안이었다. 결론적으로는 195개 참가국들이 폐막식을 미룬 채 치열한 논의를 끝에 2001년 교토의정서 체결로 만들어진 ‘적응기금’이 녹색기후기금(GCF)과 함께 파리협약 이행자금이 됐다. 이 기금은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한 개도국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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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 Zone에 들어가는 제1출입문, 문안에 들어가면 회의장 출입을 위한 보안검색이 이루어진다.

COP23은 두 가지 존(Zone)이 존재하는 기후 캠퍼스(climate campus)로 기획되어 진행되었다. 블라존(Bula Zone)에서는 각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본존(Bonn Zone)에서는 다양한 공개 행사 및 부수 행사, 전시가 열렸다. 아무래도 본존에서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가 많이 열렸던 만큼 활동가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다. 각 국가와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부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모여서로의 관심뿐만 아니라 고민을 나누는 장이다. 타국의 환경 단체들도 푸른아시아가 중시하는 인간 개발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후변화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활동가들이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사실 선진국의 활동가들은 여건상 대체로 이론가일 수밖에 없다. 현장을 이끄는 사람들은 개도국 활동가들이다. 피해자가 주인이 되어 문제를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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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자들의 인터뷰, 작성, 전송이 이루어지는 프레스센터 ‘Talanua space’

14일, 본 존(Bonn zone)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이 개최한 ‘배출량 간극 보고서 2017(The Emissions Gap Report 2017)’ 발표장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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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본존, UNEP ‘The Emissions Gap Report 2017’ 발표장,
왼쪽에서 세번째는 프랑스 전외무장관 파리우스, 네 번째는 유엔환경계획 에릭 솔하임 사무총장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목표 감축량과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 차이를 ‘배출량 간극’이라고 부르며 올해 ‘배출량 간극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국가의 행동과 지침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전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과학적인 진단을 담았다. 더불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장기적인 계획이 현실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UNEP는 2010년부터 매년 ‘배출량 간극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번 보고서 역시 국가별탄소배출감축목표(NDC)를 통해 이행하는 국가들의 배출량 감축 노력과 계획을 평가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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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greenhouse gas under different scenrios and the emossion gap in 2030
(median estimate and 10th to 90th percentile range)

핵심은 표에서 제시하듯 현재 각국이 내어놓은 약속을 그대로 이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설정한 배출량 감축목표의 3분의1밖에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2℃에서는 13.5 기가톤, 1.5℃에서는 19 기가톤의 간극이 발생되고 있다. UNEP 에릭 솔하임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배출량 간극’을 ‘위험한 간극(dangerous gap)’이라고 칭하며 “지구평균기온 상승폭 목표 한계치인 2도를 넘기지 않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석연료이용과 시멘트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량의 70%를 점유한다. 심각한 문제는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하임 사무총장은 기술 혁신과 투자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재생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효율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솔하임 사무총장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피력했다. 또한 그린 기술 시장을 성장시키는 정책과 경제적 제도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고 오염을 줄일 수 있으며,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한 의지 ▲산업계의 기술 혁신 ▲시민사회의 압력 등 세 섹터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산업ㆍ금융계가 협력하여 시행 가능한 혁신을 빠르게 모색하고 시민사회는 이러한 혁신이 적정한지 또한 지속적으로 시행되는지 감시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진국 주도의 혁신이나 기술 발전만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문제의 해법이 시장 및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도외시될 현안을 함께 찾아내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기후 변화를 단순히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문제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거기서 발생하는 기후변화 피해지역의 공동체의 파괴, 여성이나 아동과 같은 약자의 문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술 혁신이 물론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시장이 기후 변화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 하에서 시민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지속되기 힘들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경제적 기회로만 보는 방식은 위험하다. 인류가 기후 변화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방면으로 모색해야 한다. 시민 사회는 확실히 윤리적 접근을 통해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14일,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한 미국 정부는 에너지 회사 대표들과 함께 ‘깨끗한 화석연료’ 사이드이벤트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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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본존, 미국 사이드이벤트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국제 NGO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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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표장 내의 모습, 활동가들이 발표자를 등지고 즉석에서 개사한 ‘Below2℃’를 노래하고 있다.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후, 열린 첫 유엔기후총회에 불참한 미국이 유일하게 개최한 행사였다. 미국 정부는 “깨끗한 화석연료”를 주제로 사이드이벤트를 개최하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수백명의 활동가들이 whatsApp 메신저를 통해서 시민행동을 조직했고, 독일 정부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이를 승인했다. 미국 행사 1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입장하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고 우리도 합류했다.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갑자기 보안 수색을 다시 한다고 했고 행사 참가 인원이 200명으로 제한됐다. 아쉽게도 우리 바로 앞에서 200명 제한되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안에서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깨끗한 화석연료를 주장하자 활동가들은 그들을 등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 되어 모인 사람들은 지금 당장 기후 변화에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담아 ‘God Bless the U.S.A.’를 개사해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문 밖에서도 호응이 이루어졌다.

 

‘RECLAIM POWER, CLIMATE JUSTICE!’를 외치는 시민행동들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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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독일 본에서 COP23 기후 정상회담(climate summit)을 앞두고
행사장 밖에서 시위하는 각국 시민단체 활동가와 함게하는 푸른아시아 활동가들

15일은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고위급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회의가 열리는 ‘BULA Zone’ 앞에는 ‘RECLAIM POWER2017’ 이름으로 결성된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에너지 시스템 변혁을 향하여 그리고 지구 온도를 1.5℃를 유지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 세계 NGO 활동가들은 자발적으로 대열에 하나 둘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선택해서 사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앗아가고 있다. 푸른아시아도 대열에 합류했다. 전날 미국의 행사장에 들어가서 외치지 못했던 아쉬움과 분노를 담아 현수막을 함께 들고 구호를 외쳤다. 참가한 시민활동가들의 메시지와 퍼포먼스는 간결했다.
‘기후의 격변을 막아내자, 화석연료를 중단하자, 더러운 에너지를 몰아내자’, 이것이 기후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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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중, 어머니 지구(오른쪽)와 더러운 화석에너지(왼쪽)를 대비하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16일, 푸른아시아 ICE Network와 함께 ‘종교, 시민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행동(Faith and Community Approach to Climate Action)’ 사이드 이벤트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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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and Community Approach to Climate Action’ Side event, Bonn Zone, 16일

푸른아시아는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Network),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와 함께 ‘종교, 시민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행동(Faith and Community Approach to Climate Action)’이란 사이드 이벤트를 주최했다. 이 행사는 작은 커뮤니티들이 어떻게 에너지 자립과 Eco Village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태국의 스님인 Phra Sangkom은 에코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본인이 수도하는 파고다를 화상연결을 통해 직접 보여주며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Global Ecovillage Network(GEN)의 Kosha, Brahma Kumaris의 Golo도 공동체가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 의식과 생활상의 변화와 에너지 자립이라는 구체적인 발전상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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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and Community Approach to Climate Action’ Side event, Bonn Zone,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푸른아시아는 몽골 사막화에 대응하는 7개 지역의 사막화방지 조림 및 주민자립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주민이 주체로 참여한 미얀마의 떼야 마을과 냐웅우 지역의 ‘공동체숲(Community forestry)’ 사업도 공개했다. 몽골과 미얀마의 이 지역사회들의 삶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뀌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곳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자각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시민 사회 단체를 견제와 감시의 기구로만 생각하지 않고 변화의 주체로도 받아 들었으면 좋겠다.

 

16일 COP23 회의장에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20개 정부가 ‘탈석탄동맹’ 출범, 한국은 아직.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 중 하나가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다. 16일 COP23 회의장에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20개 정부가 ‘탈석탄동맹’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석탄발전소를 2030년 이전에 퇴출하겠다는 선언이다. ‘탈석탄’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탈석탄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 정부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고리 원전 공론화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건설 중간에 공론화를 거쳐야 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을 정책 결정 과정에 포함하기 위한 노력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아니라 사전에 시민들과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석탄동맹’ 같은 실질적인 약속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사회를 정책결정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방향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글 김종우 푸른아시아 대외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