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4-[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이복자 (사)텃밭보급소 이사장

“텃밭가꾸기, 도시농업이지만 토종농사랍니다”

 

#텃밭농사로 자연생태 복원하는 도시농부
1970년대엔 쌀이 부족해 정부에서 혼식을 장려했다. 그리곤 ‘통일벼’라고 하여 개량종을 만들어 보급하며 기존 벼보다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소릴 들었다. ‘토종벼’는 수확량이 적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토종벼’는 사라진 줄 알았다.
2017년 오늘날 ‘토종벼’를 보존하고 보급을 확대하는 이들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토종벼’라니! 한편으론 토종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의 그린토크에서 강연해 주실 분을 찾다가 소개받은 분이 이복자 사단법인 텃밭보급소 이사장인데 바로 이 분이 ‘토종벼’ 보급도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조금 알아보니 웬걸, 토종벼 뿐만 아니라 토종씨앗 보급도 하고 있었다. 주력으로 하는 일은 도시에서 농사짓기, 즉 도시 내 텃밭에서 토종씨앗으로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말 그대로 유기농 퇴비(오줌을 받아서 직접 만든 것)을 쓰며 농사를 짓는단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친환경농법으로 텃밭농사를 짓는다는 것이다.
자연생태를 복원시키고자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 이 텃밭농사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도시농부’ 이복자 이사장이야말로 철저한 생태환경운동가로 불려야 할 것이다.

– ‘도시에서 텃밭가꾸기’ 많은 도시인들이 꿈꾸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저 역시 마음만 있지 텃밭을 갖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부터 텃밭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요?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누구나 노후걱정을 하죠. 저 역시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2007년 광명지역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에 참여하고 있던 터라 이왕이면 농사를 배우자고 하여 직장에서 안식년을 맞았을 때 귀농운동본부를 찾았죠. 여기서 1년 동안 농사철학, 농사교육, 실습, 농가 견학, 손바느질, 재봉틀질, 막걸리담그기 등 다양한 교육에 참여했죠.”

– 이 이사장님이 땅을 만나기 전과 땅을 만난 후 일상 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는지요?
– “귀농운동본부에서 교육에 참여하다보니 이게 내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돈버는 일은 줄이고 농사에 관련된 일은 늘리자’는 생각에 2008년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오후 3시쯤 마칠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그후부터 오후엔 날마다 밭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소비를 줄이는데 불편하지 않고 행복한 걸 느끼는 생활이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5년 동안 옷이나 신발을 사지 않고 미장원에도 가질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지금은 물건 사는 일이 서툴러요. 대형 마트보단 동네 슈퍼 이용하는 게 편하고요.”

이복자 이사장 사진1

# 텃밭농사는 제철밥상을 차리게 되는 일
– 현재 하고 계시는 텃밭 가꾸는 일이 어떤 일인지요, 도시에서의 농사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요?
“텃밭농사도 농사입니다. 농사가 기본이 되는 삶은 자연히 절기에 따른 생활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에너지를 덜 쓰는 생활을 하게 되고, 제철밥상을 차리게 되는 등 삶의 패턴이 바뀌게 되죠. 아파트 발코니에 텃밭을 만들면 그린커튼효과가 있어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태농사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기도 하죠. 오줌을 받아서 거름으로 쓰면 변기에 있는 물을 아끼게 되고 음식물찌꺼기로 거름을 만들면 음식물쓰레기도 나오지 않지요.”

– 초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텃밭 경작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도시에서 흙을 밟으며 먹거리를 가꾸는 것이 땀이 나고 운동이 되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여가, 취미활동을 넘어 가족의 먹거리를 한 가지라도 직접 확보한다는 것도 즐거움이지요.”

– 텃밭농사를 도시농업이라고 하셨는데 도시농업의 원칙 같은 게 있나요?
“도시농업은 생태농사입니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합성 제초제를 쓰지 않죠, 농약도 쓰지 않습니다.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요, 비닐 멀칭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도시의 흙을 살리니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고요, 함께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밥상공동체, 마을공동체가 형성된답니다.”

– 저는 이 이사장님의 텃밭농사가 토종농사라는데 더 주목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토종농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생물종자의 70%가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종자, 즉 씨앗의 가격을 종자회사가 결정하는데 과일과 채소의 60%가 외국산이랍니다. 이 종자 중에는 금보다 비싼 것도 있는데 예를 들어 양파 종자 1g에 1,250원 정도 하는데 비해 토마토 종자 1g은 84,000원, 파프리카 종자 1g은 120,000원이나 합니다. 토종을 지키지 못하면 종자 가격은 더 휘둘리게 될 것입니다. 또 토종은 환경적응력이 뛰어나 병충해에도 오히려 강합니다.”

이복자 이사장 사진2

# 콩, 감자, 배추 등도 토종이 남아있답니다
– 아직도 토종이 좀 남아 있나요? 어떤 게 있을지요?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콩은 품종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콩’ 하면 대두를 말하는데 용도가 다양하고 이름도 다양하지요. 종자 수집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할머니 중에 씨앗 받는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종자가 남아 있습니다. 메주콩, 검은콩, 나물콩, 덩쿨강낭콩, 동부, 팥, 깨 등은 계속 씨앗을 받아 심고 있습니다. 상추, 쑥갓, 아욱 등 채소도 있습니다. 감자도 다양하게 남아 있는데 예를 들면 지역별로 울릉감자, 강화분홍감자, 곡성하지감자, 묵밭두지감자, 횡성자주감자 등이 있지요. 호박도 둥근호박, 맷돌호박, 청호박, 긴호박, 떡호박, 단호박, 되호박 등 토종이 남아 있어요. 우리가 많이 먹는 무도 단지무, 진주대평무, 게걸무 등이 있고요, 배추도 개성배추, 뿌리배추. 경종배추, 구억배추, 무릉배추 등이 있답니다.”

– 정부는 개량벼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우리는 어릴 적부터 배웠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토종벼를 보존하고, 가꾸고, 보급하는데도 노력하시는데 개인적으로 놀랐습니다. 이에 대해 배경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저도 우리의 소중한 농업유전자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토종벼들은 까락이 다양하고 참으로 곱고 이쁩니다. 북흑조는 키가 제 어깨만큼 자라는데 검은까락, 돼지찰벼는 붉은 까락, 대관도는 붓처럼 하얀 까락, 녹두도는 까락이 황백색, 버들벼는 이삭이 능수버들처럼 휘어지는 등 다양한 형태와 자연의 오묘한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자광도는 멥쌀인데 쌀이 붉은색이여서 떡이나 밥을 하면 천연 자색(紫色)을 띱니다. 우리의 역사, 문화,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소중한 자원을 이어가는 일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들이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 아울러 토종씨앗 받기를 하시는데 이런 일들이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지요?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씨앗 받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꽃이 피고 져서 씨앗을 맺을 때까지 기다리기, 열매가 늙을 때까지 따 먹지 않고 놔두기, 콩은 깍지가 누렇게 될 때까지 놔두면 씨앗이 여물거든요. 혹 씨앗 받는 농사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광명우리씨앗농장에서 매년 주1회 농살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 텃밭보급소 자체가 토종으로 보입니다. 텃밭보급소에서 하고 있는 일과 규모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사)텃밭보급소는 농림축산식품부 인증, 서울특별시 지정 도시농업지원센터이면서 도시농업전문인력양성기관입니다. 2004년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도시농업을 시작. 그 해에 도시농업위원회 창립하여 도시농부학교 1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의 텃밭보급소 전신이죠. 텃밭보급소는 국민 모두가 농부 되는 세상을 꿈꾸며, 도시를 경작하는 일은 국민 모두 농부가 되는 지름길이라 여겨 도시의 흙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고 인간도 살고 모두가 함께 공동체로 사는 길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올해로 도시농부학교 20기, 텃밭보급원(도시농업전문가) 13기가 수료를 하여 도시농부와 텃밭강사를 배출했지요. 특별히 올해는 생태적인 삶, 자립적인 삶을 살고자 애쓰는 도시민과 도시농업활동가를 대상으로 도시소농자립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

<텃밭보급소가 하는 일>

도시농부학교 ‘천만 농부를 꿈꿉니다’
연 2회, 실제적인 이론과 워크숍을 통해 농사를 배우면서 텃밭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능력을 키웁니다.

텃밭보급원 ‘텃밭 강사를 양성, 파견합니다’
농부의 마음과 생태적 소양을 갖춘 텃밭 강사를 배출합니다.

교육농장 ‘생태도시텃밭에서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생태순환 농사를 지향하고 가르치는 텃밭을 운영합니다. 언제나 여러분 곁에 전문 강사가 함께합니다.

상자텃밭 ‘콘크리트 밭에 씨앗을 뿌립니다’
텃밭상자를 보급하여 땅이 없는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합니다. 스티로폼 상자, 폐목이나 아기 욕조 등 흙을 담을 수 있다면 물과 바람과 햇볕이 허락하는 어디나 가능한 텃밭입니다.

토종종자 보급 ‘우리 종자를 보존, 보급하며 지속가능한 농사를 준비합니다’
토종 증식 농장을 운영하여 우리 종자 보급과 전통농업을 실천합니다.

도시텃밭 기획 및 협력 ‘텃밭과 농장, 도시농부학교를 지원, 협력합니다’
학교텃밭, 옥상텃밭, 공동텃밭을 조성하고 지도가 필요한 곳에 능력 있는 텃밭보급원(강사)을 파견합니다.

정책 개발 및 지원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연구, 지원합니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례를 찾고, 법(조례)과 제도의 정비 및 제, 개정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텃밭자료창고 ‘텃밭농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농업을 전파하고 농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책과 신문(텃밭신문)을 발간합니다.

농자재 기술 개발 및 보급 ‘지속가능한 도시농사 농자재 만들기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합니다’
작은 도시텃밭 규모라면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는 누구나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자재 만들기 기술을 개발하여 알려드립니다.
생태화장실, 퇴비통 보급 등 도시텃밭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보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