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4-[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⑫] 동북아의 귀족 황새(Oriental White Stork)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대표적인 새가 황새다.
예로부터 ‘관학(冠學)이라 하여 그림과 자수 등에도 흔히 등장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는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 속에 신비롭게 살아 숨 쉬던 친근한 우리의 이웃이었다.
짝을 맺은 한 쌍이 평생을 농촌 마을의 수호신으로 사람과 친숙하게 살아왔었고, 유럽에서는 아기를 원하는 가정에 아기를 선사해주는 새로 여겨져 다산다복(多産多福)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더불어 자연습지가 사라지고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황새는 지난 50년 이래 러시아와 중국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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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마지막 한 쌍이 발견됐으나, 수컷은 곧바로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 암컷은 창경원을 거쳐 서울대공원으로 옮겨 살다가 1994년 숨을 거뒀다. 토종황새는 사라졌고 겨울철에 러시아, 중국, 몽골에서 번식한 20여 마리 미만의 황새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이들은 월동지에서 단독생활을 한다. 이동할 때와 잠자리에서 가족단위로 모이기도 한다. 워낙 적은 수가 월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황새는 10월말 충남 천수만에서 7-9마리가 보였다가 한겨울에는 더 남녘으로 이동한다. 전남 해남 간척지에서 8마리가 목격된 적도 있었다.

황새는 DNA분석에 의하면 생김새가 비슷한 백로나 왜가리보다는 독수리계통과 비슷한 계열이다. 맹금류가 습지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종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실제로 물고기만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논 위에서 활동하는 들쥐도 잡아먹는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황새들은 아직도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건 만, 동북아산 황새들은 왜 멸종의 길을 걷고 있을까?
황새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물새이다. 한국, 일본 ,중국의 습지상태가 유럽보다 건강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논농사를 경작하는 동북아에서 농약과 비료의 과다살포는 이들의 멸종에 결정적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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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논도 생물들에게는 일종의 습지이다. 유기농시절의 논에는 수많은 개구리와 미꾸리, 붕어, 민물새우는 물론 우렁이가 살았다. 인간들은 가을철 쌀 수확이전에 이들도 영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사람들이 다 못 잡아먹을 정도로 풍부해, 습지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공유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귀해져서 동북아에서 귀족대접을 받고 있는 황새.
사라져가는 이들에게 양심 있는 인간들이 마지막 대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습지의 서식환경을 복원시켜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살포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농법에서 모든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유기영농과 비교적 덜 유해한 생물학적 농약으로 대체하는 것이 시급하다.
황새가 살지 못하는 땅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연수 생태사진가, 황금똥빵 창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