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3-[생태사진작가 김연수의 바람그물⑪] 늦가을 하늘을 선회하는 말똥가리(북한명:저광이 Common Buzzard)
말똥가리는 배 부분이 갈색인데다 여기에 누런 바탕이 넓적하게 따로 있는데, 그 모양이 말똥 같다고 해서 말똥가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그런가 하면 또 일부 학자들은 유달리 말똥말똥한 눈을 가져 말똥가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호 야생조류로서 비교적 보기 힘든 겨울철새이지만, 번식지인 몽골 초원에서는 말똥만큼이나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말똥가리이다.
말똥가리는 월동지에서도 일정한 세력권을 확보하는데, 이를테면 지난해에 A지역에서 월동을 했다면 그 이듬해도 바로 그 장소를 찾는다. 가족 단위가 아니고 홀로 생활을 하며, 한 개체가 확보하는 세력권은 대략 반경 1제곱킬로미터 정도이다. 자기 세력권 안에 다른 말똥가리가 들어오면 서로 세력다툼을 벌인다.
말똥가리는 기류를 타고 선회하다가 점차 하강해서 약간의 정지비행을 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날개를 반쯤 접고 곧장 내려와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이를 움켜쥔다. 그렇지만 사냥술은 매나 황조롱이만큼 뛰어나지 못해,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 종종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기도 한다.
사냥술이 뛰어나지 못해, 사냥술이 뛰어난 참매를 따라 다니며 참매가 잡은 먹이를 탈취하거나, 참매가 먹다 남은 찌거기를 먹기도 한다. 따라서 말똥가리가 하늘을 선회하는 지역에는 참매가 먹잇감을 사냥했을 경우가 많다.
글, 사진 김연수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