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3-[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⑮] 녹조 Water-blooming
강이나 호수에 녹조류(綠藻類, green algae) 또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같은 식물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해 물빛이 짙은 녹색을 띠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는 특히 부영양화된 호수에서 잘 타난다.
식물플랑크톤이 자라는 데에는 질소(N)와 인(P) 같은 영양분이 필요한데, 강이나 호수에 이러한 영양(營養)물질이 풍부(豊富)한 것, 오염 물질이 많은 상태를 부영양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라고 한다.
한글로는 같지만 녹조(綠藻)와 녹조(綠潮)는 다르다. 녹조(綠藻)는 여러 가지 조류(藻類, algae) 중의 한 종류다. 예를 들어 해조류를 녹조류·갈조류·홍조류 등으로 나눌 때의 녹조류를 말한다. 이렇게 나뉘는 것은 이들이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세포 내 광합성 색소가 다르고, 이로 인해 가장 잘 활용하는 태양광선의 파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파래·청각 같은 것이 녹조류다. 이런 대형조류 외에도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 중에도 녹조류가 있다. 담수에서는 대형조류 대신 플랑크톤이 대부분이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을 지나는 낙동강의 녹조사진.
녹조(綠潮)는 강이나 호수 등에 식물플랑크톤이 자라서 녹색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바다나 호수에 식물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해 물 자체가 붉은 색으로 변했을 때를 적조(赤潮, red tide)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적조의 경우 보통 바다에서 관찰되지만 호수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녹조(綠潮)의 원인이 녹조류 플랑크톤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내 호수나 강에서는 대부분 남조류(藍藻類, blue-green algae)가 대량으로 번식한 탓이다. 남조류는 남세균(藍細菌)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시아노박테리아가 정확한 표현이다. 일반적인 녹조류는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로서 식물로 분류되는 반면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 세균이라고 보면 된다. 세균처럼 세포 내에 별도로 구분되는 핵이 없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구지오토캠핑장 부근의 낙동강 녹조사진.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 식물과 미생물의 중간 정도인 시아노박테리아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좋은 조건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번식을 한다. 세포 하나가 두 개로 나뉘는 식으로 번식한다고 보면, 20일이면 약 1000배로 불어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태양광선이 풍부하고 수온이 높을수록 잘 번식한다. 비료성분이기도 한 질소와 인이 많으면 잘 자란다.
일부 시아노박테리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기도 한다. 공기 중의 질소는 생물이 사용할 수 없지만 이를 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것이 질소고정이다. 환경이 나빠질 때는 포자를 형성하기도 한다.
낙동강 본포교. 경남 창원시 북면 취수장 모습. 취수장에서 녹조를 밀어내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이 물속에서 크게 번식을 하려면 태양광이 풍부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하고, 영양분이 많아야 한다. 여름철 오염도가 높은 강이나 호수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도 식물플랑크톤이 잘 자랄 수 있는 이 같은 조건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녹조가 발생하면 물에서 흙냄새 같은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시아노박테리아의 경우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로운 물질, 독소를 생산하기도 한다. 상수원에 녹조가 발생하면 수돗물을 생산할 때 오존이나 활성탄을 사용해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등 그만큼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의미다.
녹조가 발생하면 호숫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알칼리성을 띠기도 한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약한 산성을 띠는데, 반대로 물속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하면 알칼리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북한강 녹조. 서종대교 (출처:환경부)
또 식물플랑크톤이 대대적으로 번식했다가 한꺼번에 죽으면 물속에 가라앉아 썩게 된다. 깊은 호수 밑바닥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때 호수처럼 고인 물에서는 물속의 산소가 고갈되기도 한다. 산소가 고갈되면 퇴적토에서 독성이 있는 이산화황(H2S)이 배출돼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기도 한다.
최근 낙동강이나 금강·영산강 등에서 매년 여름 녹조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녹조 라떼’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녹조가 심해져 강물이 녹색으로 변한 모습이 카페에서 판매하는 ‘녹차 라떼’와 비슷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보를 건설해 체류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식물플랑크톤의 경우 성장에 적당한 조건이면 보통 이틀에 한번 정도 세포분열해서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난다. 식물플랑크톤 세포가 분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체류시간이 길면 식물플랑크톤 숫자는 늘어나게 되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녹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녹조 발생이 보 때문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이 심해진 탓이라거나, 질소 인과 같은 오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환경전문가들이 대구 달성군 구지면을 지나는 낙동강에서 녹조의 정도를 조사하고자 강물을 뜨고 있다.
사실 녹조가 발생하는 데는 태양광과 수온, 질소와 인, 그리고 체류시간 등의 조건이 모두 함께 작용한다. 그런데 태양광과 수온은 계절의 변화와 지리적인 위치가 결정하기 때문에 사람이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다. 질소와 인도 하수처리장을 거쳐 나가는 것보다 논밭이나 도로, 빈 땅에 흩어져 있다가 빗물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 훨씬 많다. 바로 비(非)점오염원(non-point source)다. 정부에서도 이 비점오염원을 해결하려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통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녹조 발생원인 가운데 사람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체류시간이다. 댐을 쌓거나 보를 쌓으면 저수량이 늘어난다. 호수로 들어오는 물의 양, 즉 유입량이 일정할 때 저수량이 늘어나면 체류시간도 같이 늘어난다. 반대로 댐을 허물면 저수량이 줄고, 체류시간도 줄어든다. 체류시간이 줄면 녹조생물이 번식할 시간이 짧아지고 녹조 발생도 줄어든다. 4대강에서 보가 논란이 되는 이유다.
이처럼 4대강 강물에서는 언제든지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들면서 남조류가 자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주니까 녹조가 대대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4대강 생태계 변화를 정밀 조사한 뒤 2018년 말까지 16개 보 철거 등을 포함한 4대강 재(再)자연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 도서
≪강은 살아있다-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최병성 지음?황소걸음
목사에서 생태운동가로 변신한 저자가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진 책이다. 4대강 현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도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