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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2-[Main Story] 아시아 기후·종교·시민단체 “기후변화 대응” 하나로 뭉쳤다

17개국 90여개 종교단체·시민사회 참여, ‘ICE 네트워크’ 출범

 

지난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 총회 이후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한마음으로 대응해 탄소배출 저감에 나서는가 했더니 돌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 선언을 하면서 기운을 뺐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더욱 더 뚜렷하게 지구촌에 환경위기, 기후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8월말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물바다로 만든 데 이어 9월초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5’인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해의 섬나라들과 미국 플로리다주를 할퀴고 지나가 수많은 환경난민을 발생시켰다. 한 시즌에 연달아 두 개의 초강력 허리케인이 불어닥친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이 같은 기후위기에 대해 아시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지난 2009년부터 수십차례 모임을 갖고 꾸준히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 과정을 거쳐 구체화 된 것이 바로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이하 ICE네트워크)다. ICE네트워크는 2012년 9월 ICE 컨퍼런스(Inter-faith Dialogue on Climate Change and Bio-diversity)를스리랑카 아누랃푸라에서 개최하면서 구체적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10여차례 국제행사에 참여하고 모임을 가지면서 지난 4월 발기인 총회를 갖고 발족했다. 그리고 지난 9월20일 발족기념 기자간담회와 세미나를 가졌다. 세미나의 주요 요지와 발족 배경과 앞으로의 할 일 등에 대해서는 민정희 ICE네트워크 사무총장 인터뷰를 뉴스토마토에서 자세히 다루어 주었다. 다음은 뉴스토마토 기사 전문이다.

지난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19차 UN기후변화총회에서 UNFCCC사무국은 “종교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행동, 도덕과 윤리적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과정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낼 힘을 지녔다”며 “모든 종교지도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호응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아시아 17개국 90여 개 종교단체와 시민사회가 손을 맞잡았다.

국제기후·종교·시민 네트워크(Inter-religious Climate & Ecology Network, 이하 ICE 네트워크) 는 지난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파리기후체제 하 국제사회의 대응과 종교·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족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ICE 네트워크는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성, 빈곤과 불평등의 감소를 위해 활동해 온 아시아 17개국 9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의 범아시아 플랫폼으로 지난 4월 26일 서울에서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열고 서울에 본부를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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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김명환 환경부 기후미래정책구 신기후체제대응팀 서기관,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임낙평 (재)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

“종교와 시민사회의 협력은 큰 시너지효과 만들어낼 것”

이날 ICE 네트워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교단체와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기후정의를 바로 세우고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네트워크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은 “ICE 네트워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아시아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조직”이라며, “2030년까지 아시아 30개 국가별 기후행동 리더를 양성하고, 기후적응모델을 만들고, 애드보커시 행동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ICE 네트워크는 종교단체와 기후변화 대응을 함께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전 세계 인구의 85%는 종교를 믿고 있으며, 인간이 사는 모든 곳에 종교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풀뿌리 지역사회와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어 지역사회가 기후변화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일차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종교는 전통적으로 국가적인 이익보다는 가장 가난한 이들과 약자를 대변해 왔고 조직적, 경제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부재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대표를 맡은 미산 스님은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를 보고 느끼며 종교인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다”며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운영위원인 김종화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그간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실 만큼 기후변화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셨다”며 “종교인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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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민정희 ICE네트워크 사무총장, 오기출 운영위원장(푸른아시아 사무총장), 미산스님 공동대표(조계종 상도선원장), 김종화 운영위원(한국프란치스코회 신부), 천권환 운영위원(피스빌리지 사무총장)

기후변화 현안 공유 및 종교·시민사회 협력 방안 논의

이날 세미나에서는 네트워크의 주요 사업 및 활동의 소개뿐 아니라 기후변화 관련 국제사회 현안 공유 및 종교와 시민사회의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김명환 환경부 기후미래정책국 서기관이 <파리기후체제 하 최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을, 이상훈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이 <한국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제8차 전력수급계획>을, 임낙평 (재)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가 <기후 정의 구현과 종교, 시민사회의 역할>을 각각 발표했다.

김명환 환경부 기후미래정책국 서기관은 “파리 기후협정은 온실가스 감축만을 목표로 했던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기후 적응, 목표를 위한 수단 등도 함께 다루고 있고, 각 국가가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NDC, National Determined Contribution) 상향식 방식을 씀으로써 모든 당사국이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데 합의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전원칙하에 주기적 점검과 지속적인 감축 목표 상향이 이루어져 지속가능한 대응 체제가 마련됐다”고 덧붙이며 파리협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NDC를 이행하더라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급격한 감축이 필요하다”며 그만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음 발표를 맡은 이상훈 (사)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에너지 부문의 전환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힘들다”면서 “현재 화석연료가 세계 발전량의 65%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2℃ 목표를 달성하려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세계 발전량을 67%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발표한 2030년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기에 우리나라의 정책과 조치의 수정 및 보완이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임낙평 (재)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종교와 시민사회의 협력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먼저 “미국의 초강력 허리케인, 남아시아 대형 홍수의 발생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정치·경제적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 종교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기후환경 이슈의 다양한 현장에서 시민사회, 종교계가 기후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이어나가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CE 네트워크는 생명평화마당 대표인 이정배 목사를 상임대표로 선출하고, 강해윤 교무(원불교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미산 스님(조계종 상도선원장), 오상선 신부(지리산종교연대 상임대표)를 공동대표로 뽑았다. 운영위원장은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맡았다.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779207

 


“기후변화 대응에 종교계도 힘 모을 것” 
민정희 ICE 네트워크 사무총장 인터뷰

 

–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는 점이 새롭다. ICE 네트워크의 설립 배경은?

2009년에 아시아 불교단체끼리 모여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을 시발점으로, 2012년 스리랑카 아누라다푸라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 간 대화’에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 힌두교, 무슬림, 불교, 바하이, 애니미즘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단체들이 참여하면서 그 성과로 ICE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기후 변화 문제에는 종교 및 시민단체 간 이견이 없고 모두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손을 맞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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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ICE 네트워크 사무총장이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KSRN

– ICE 네트워크가 하려는 기후행동 사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기후행동 사업은 기후 저감과 기후 적응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 저감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거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등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행동들을 의미하고 기후 적응사업은 가뭄, 열파 문제 등 피해를 본 지역이 이를 극복해낼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후행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시아 내 국가의 공공정책에 지혜로운 영향을 미치고, 국제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외교적 논의를 자극하고 강화할 것이다. 기후행동 리더를 양성해 사람들의 인식제고에 힘쓰고 환경 난민들을 위해 아시아 30개 국가별 1개의 기후적응모델을 만들고 공유하며, 아시아 국가에서 애드보커시 행동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자 동시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고 생각하는데, ICE 네트워크 참여/협력 단체 중에 중국 단체들도 있나?

중국 쪽에는 아직 많은 참여/협력 단체가 있지는 않지만, 저감 사업을 하고 있는 산둥의 한 절과 베이징의 대학교수, 이렇게 두 곳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기후변화 피해가 심한 티베트 쪽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계시는 스님과도 의견을 나누어 볼 생각이다. 이제 막 네트워크가 발족했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히 기후행동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 쪽 연계를 더욱 넓힐 생각이다.

 

– ICE 네트워크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ICE 네트워크 논의의 시작이 되었던 2012년 스리랑카 회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들은 패널들의 이야기, 기조연설이 내 지평을 많이 넓혀 주었다. 그중에서도 인도랑 가까운 사찰에 계시는 한 미얀마 스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후변화 때문에 그 지역에 눈이 전혀 안 내리는 바람에 물이 부족해서 주민들이 농사도 제대로 못 짓고, 큰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 살면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그렇게까지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심각한 피해에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시아 내 국가 공공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어떻게 정부 차원에 의견을 전달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2015년 파리기후총회 전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종교를 통해 많은 사람의 인식제고가 이루어지고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자각하고 그런 여론이 형성되려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행동 리더를 양성하고, 기후교육위원회 등을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3% 정도밖에 안 된다. 다른 국가에서 기후변화 문제로 인해 식량을 생산하는 것에 차질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또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자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 이것이 공공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향후 계획은

해외에서 본격적인 기후행동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부에서 우선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려 한다. 일단 한국에서는 기후변화 인식 제고 사업을 먼저 시작할 것 같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돌입할 계획이다. 조만간 종교시설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회의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네트워크도 참여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세먼지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졌고,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네트워크 또한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이소록 KSRN기자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779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