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황영현2.사이드이벤트 발표(왼)

vol.82-[한국청소년 UNCCD 13차 총회 참가기-황영현] 흙에 대한 정보 담은 앱, 영농에 활용… 흥미로워

<서문> 2017.9.6
내일 드디어 내몽골 오르도스로 간다. 나는 이 기회를 어떻게 얻었는가? 선생님께서 나에게 갈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셨고, 나는 있다고 대답했다. 어째서 가겠다고 대답했는가?
첫째, 마침 열하일기를 읽던 참이었기에 나도 그와 같은 일기를 쓰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했다. 이 일기를 쓰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둘째,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몽골의 밤하늘은 아름답다고 들었다. 새로운 하늘을 보고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고 싶었다.
셋째,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여러 해외 경험에 대비해 미리 경험을 쌓기 위함이었다. 청심에 있으면서 다양한 목적으로 해외에 나갈 기회들이 주어진다. 나에게 앞으로 주어질 몇 안 되는 이런 기회들을 위해 훈련을 하고자 했다.
나는 이번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가?
첫째, 앞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신비로운 느낌을 들 수 있다. 내가 다양한 곳들을 가보는 만큼 내가 바라보는 세계의 지평선은 넓어질 것이다.
둘째,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 환경 운동의 양상을 포착하는 일이다. 현대 세계에서 더욱 중요해져가는 환경 운동. 과연 그 현실은 어떨 것인가? 직접 그 현장을 목격하는 만큼 뭔가 얻어가는 것이 있지 않을까? 내 통찰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시험해볼 기회다.
이제 슬슬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첫째 날> 2017.9.7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중년의 남성 한 분이 표지판을 옆에 세워놓고 외로이 서 있다. 지나가면서 얼핏 살펴보니 공항 내에서의 임금 격차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공항 안에 들어서서 매우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높이가 한 150cm 정도 돼 보이는 원뿔대 모양의 로봇이 사람을 이끌며 돌아다니고 있다. 몸체의 화면에 “Escort”라고 글씨가 나온다. 말로만 듣던,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과연 미래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우리가 세계의 흐름을 보지 못한 채 우물 안에 갇혀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북경에 도착하니 입국 심사 과정이 복잡하다. 단체 비자가 조금이라도 구겨지거나 훼손되면 유효성이 없어진다 하니, 엄격하기까지 함을 알 수 있다.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3~4개 쯤 되는 것 같다. 나라 간을 오가는 까다로움이 이와 같다.
오르도스에 도착할 때쯤 몸이 아팠다.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서 곧바로 잠들었다.

크기변환_황영현1.사막체험.. 홀로 사막에서 생각하다

<둘째 날> 2017.9.8.
동윤이가 깨워줘서 일어났다. 몹시 피곤했다. 씻고 나서 7시쯤에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은 뷔페식이었다. 닭 수프라는 누르스름한 국물에 닭 껍데기 조각들이 떠다니는 은식이 참으로 맛이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닭 껍질을 맹물에 넣어 놓은 것을 미지근하게 데워서 먹는 듯했다.
식사 후 양치질을 하고 모두들 1층에서 만났다. 택시를 타고 포럼 장소까지 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보니 곳곳에 몽골의 전통 문자가 보인다. 모든 건물과 표지판에 한자와 함께 몽골 문자가 쓰여 있다. 위에서 아래로 쓰는 것이 특이하다. 그 자태가 몹시 아름답다.
도시는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트여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곳곳에 조성되어 있는 나무와 꽃들도 도시의 경관에 한 몫을 한다. 건물이 없는 곳은 대부분 나무로 차 있으며 도로변을 따라 곳곳에 화단이 들어서 있다. 운전사에게 “꽃이 많다”는 뜻에서 “yǒu hěn huā(有很花)”라고 하며 말을 붙일까 생각도 들었지만 말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고, 또 대화를 시작했어도 서툰 중국어 때문에 첫마디 이후에 말이 끊길 것 같아 곰곰이 고민하다가 결국 행사장에 도착했다.
운전사와 인사를 주고받으니 거칠고 투박하지만 마음씨가 나쁘지 않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럼장에 있는 중국인 안내원들은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한다.
원래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던 사이드 이벤트가 취소되어 다른 곳을 찾아가느라고 애를 먹었다. 길을 헤맨 끝에 이미 진행 중인 곳으로 들어갔다.
이 이벤트에서 발표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핵심은 바로 ‘협력’과 ‘지원’이다. 다른 단체들과의 협력과 얼마나 어디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가 내용의 주를 이룬다. CARI라는 단체의 회장이라는 분이 단순히 국제기구와 국가의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단체로부터의 지원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중간에 나와서 다함께 우리가 개최하는 사이드 이벤트 홍보 포스터를 붙이며 돌아다녔다. 그러고선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 전시장으로 갔지만 들어간 지 몇 분 만에 나와서 근처에 자리를 구하고 한숨 잤다.
12시 20분쯤에 다 같이 식당에서 만나 오후 일정에 대해 얘기했다. 나, 동윤이, 이시은 선배는 토지와 관련된 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앱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사용자들이 자기 근처의 흙에 대한 정보를 앱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이를 토대로 그 땅에서의 농사 관련 정보, 예를 들어 어떤 식물이 그 흙에서 더 잘 자라는지와 같은 팁을 제공해주는 식이다. 정보가 틀릴 수도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니 좋은 질문이라면서 정보의 신용도를 초록-노랑-빨강(초록이 가장 신뢰성 있는 것)의 등급으로 표시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앱은 아직 정보 입력의 기능만 가지고 있으며, 개발 중이라고 한다. 방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질문들이 틈틈이 제법 오갔다. 발표자는 굉장히 차분한 태도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알아듣는 데 별 문제는 없었다.
다음은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

크기변환_황영현2.사이드이벤트 발표(왼)

인터넷 통신:
데이터 로밍을 안 해왔기에 와이파이가 있는 곳이 아니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며, 와이파이가 되는 곳들마저도 내 폰에서는 연결할 수 없다고 나온다. 폰을 쓸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외국으로 나갔을 때도 아무런 절차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전세계가 하나의 통신사로 연결되어 어느 곳을 가더라도 기존의 데이터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몽골의 하늘:
몽골의 하늘은 덕지덕지 붙은 두꺼운 구름들에 덮여 있다. 저 너머에는 맑은 하늘이 보이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두운 구름이 바로 머리 위에 낮게 들어서 있다. 지금 유난히 구름이 많은 건지, 원래 하늘이 이런 건지 모르겠다. 잠시 후 하늘이 맑아지는 걸 보니 그 순간 구름이 많았던 듯하다.
PPT:
오늘 아침의 발표를 보면서 PPT 자료 활용을 참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PPT라는 것이 원래 시각 자료로 사용하도록 만든 것인데, 모든 화면을 글로 빽빽하게 채워 놓으면 무슨 효과가 있단 말인가? 모두들 발표를 할 때는 반드시 PPT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PPT를 준비해오면 발표가 한층 세련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PPT가 있든 없든 내용이 좋은 발표가 좋은 발표고 내용이 안 좋은 발표는 안 좋은 발표다. PPT가 효과적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차라리 없는 경우에는 PPT와 발표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불편이라도 덜하다.
어쩌면 PPT라는 것이 속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중요시하는 우리 시대의 풍속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는 사람들:
어딜 가나 사람은 똑같다. 첫 발표 시간에 조는 사람들, 자기 할 일 하는 사람들, 한 눈 팔고 있는 사람들이 청중의 3분의 1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너무 무의미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UN과 관련된 행사인데. 청중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발표자에게 문제가 있다. 발표를 하면 그 내용을 통해 듣는 이는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어야 한다.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지루해하는 발표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일기를 어느 정도 쓰다가 마지막 행사장으로 가보니 마침 모두 문 앞에 나와 있었다. 다들 피곤을 토로하여 결국 호텔로 돌아가기를 결정했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보니 신호등의 모양이 한국의 것과는 판이하다. 또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을 때는 차 신호등의 불빛도 깜빡인다.
호텔에 5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6시 55분까지 자고 7시에 식사를 하러 갔다. 음식의 향이 매우 강했다. 양갈비가 맛있었지만 두 조각이나 먹으니 느끼했다.
다같이 모여서 다음날 발표를 연습하고 각자 방으로 가서 잠들었다.

<셋째 날> 2017.9.10.
알람을 오전에 맞췄어야 하는 것을 오후로 맞춰서 못 일어날 뻔했다. 빨리 씻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갔다.
버스는 관광업체에서 빌린 듯하다. 가이드 아저씨께서 행사장으로 가는 도중 캉바스 시에 대해 설명하셨다. 캉바스 시는 석탄 덕분에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서 캉바스를 국제도시로 만들려던 정책이 실패하여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이 동네에는 대부분 외제차 뿐이고, 정부 정책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에 집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둘째날에 처음 봤던 발표 장소가 우리의 발표 장소로 정해졌다.
발표가 끝나고 중국인 남성 한 분과 여성 한 분이 우리에게 와서 이것저것 질문했다. 여성분은 한국어를 잘 하셨고 발음이 좋았다. 남성분이 뭔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것 같은데, 나는 듣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조금 쉬다가 매우 큰 건물로 들어가서 뉴스 포럼에 참석했는데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들 지쳐 있어서 결국 중간에 나가게 되었다.

관광 코스로 사막을 갔다. 몹시 피곤하여 사막으로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잤다.
깨어나보니 사막에 거의 다 이르렀다고 한다. 창밖을 살펴보니 고속도로 너머에 풀이 곳곳에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데, 그 땅을 보니 사막인 듯했다. 의도적으로 개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사막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선 사막 깊숙이 들어갔다. 내린 후 바이킹 배 모양의 큰 차를 타고 또 이동했고, 그 후 마지막 이동수단으로 열차를 탔다. 차는 빠르고 역동적이게 운전하여 타는 사람 입장에서 신이 났지만, 열차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것이 영 지루하고 걷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마침내 도착하니 사막 한가운데 큰 천막이 쳐져 있고, 그 아래에 식당가가 있다. 천막 주변으로 놀이터와 수영장 등이 보인다.
인위적으로 꾸려진 건축물들을 빠져나와 사막 모래 위에 나무 장판을 깔아서 만든 길을 따라 걸어갔다. 곳곳에 모래 언덕이 솟아 올라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정적인 황색 바다 같다. 사막의 언덕들로 올라가 모래 산맥을 따라 걸으니 발이 푹푹 빠지고, 그에 따라 밀려난 모래가 경사면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데 그 모양이 물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온통 모래뿐이다. 표면을 자세히 보니 모래 알갱이들이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인간은 왜 자연을 보고 위대함을 느끼는가? 자연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면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듯하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인생의 전부였던 것이 자연을 바라보면서 그 허망함과 위선적임을 새삼 깨닫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시선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찌들어 있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깨우쳐주게끔 하는 것 같다.
낙타 타는 체험을 하고, 높은 사막지대에서 썰매도 탔다. 썰매를 타고 내려와 다같이 모여서 보니 모두들 사막의 경이로움은 둘째 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만 타지 않았을 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나가서 숙소로 향했다.
잠시 숙소에 들렀다가 돈을 들고 나와 인근 마트로 갔고,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샀다. 곧바로 근처 식당에 가서 샤브샤브를 먹었다. 내몽골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숙소에 가서 다들 마지막 날인만큼 즐겁게 놀려고 했으나, 나는 두통이 심하여 함께 하지 못했다. 타지에 와서 몸이 아픈 것 때문에 즐거움을 함께 향유하지 못했으니 애석할 따름이다. 그대로 잠들었다.

<마지막 날> 2017.9.11.
내몽골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 종일 비행기만 탔다. 전날에 두통이 있었던 것이 오늘은 복통이 되어버려서 몸이 매우 고생했다. 기내식도 먹지 못했다.
마침내 한국에 오니 반가운 마음이 물씬 들었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 같아선 한 달이 지난 것 같았다. 학교로 향하는 차에 탑승하면서 함께 했던 선생님 두 분과 헤어지려 하니 모두들 아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사람 간의 정이라는 것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단 4일만의 만남으로도 이토록 정이 들 수 있음을 보니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4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학교로 향한다.

황영현 청심국제고등학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