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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2-[한국청소년 UNCCD 13차 총회 참가기-봉은서] ‘사막화’ 하나의 주제로 전세계서 모인 사람들… 가슴 벅차

솔직하게 말하자면, 몽골은 나에게 낯선 나라였다. 교과서에서, 또는 영화나 책에서 본 것들이 몽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전부였다. 푸른 초원, 뛰노는 말과 탁 트인 하늘, 팔뚝에 매를 올리고 환하게 웃는, 시력이 좋기로 유명한 사람들. 하지만 1학년 2학기의 어느 날, 시원이가 나에게 내민 몽골은 그것과 정반대였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매연과 사람도 가축도 살 수 없을 만큼 메말라가는 땅. 내가 알고 있던 “푸른 몽골”은 없었다.

시원이는 나에게 팜이노베이션 활동을 함께할 것을 권유하며 그간 팜이노베이션이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한 일과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알아갈수록 몽골은 흥미로운 나라였고, 그래서 사막화로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 땅의 모습이 더 눈에 밟혔다. 푸른 몽골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시작한 활동이지만, 금세 빠져들었다. 몽골문화촌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몽골에 대해 알아가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리가 쓴 원고가 다듬어지고 정리되어 책 한권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끔은 막연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쓴 글 몇 줄은 과연 몽골에 닿을 수 있는 걸까?

이번 일정은 그런 나에게 찾아온 커다란 기회였다. 팜이노베이션의 활동을 세상에 알리고, 우리의 앞에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는 기회. 사실 사전 모임에 가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막화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부터 모여서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를 우리가 견학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팜이노베이션에 대해 발표한다는 사실이 쉬이 와 닿지 않았다. 학교생활 중에 틈틈이 만나 발표 준비를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스크립트를 쓰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준비하는 내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친구들에게 ‘내가 정말로 중국에 간다고?’ 하고 실없는 질문을 했다.

크기변환_봉은서1. 사이드이벤트 발표

오르도스 국제공항에서 나서, 정말로 오르도스 땅에 한 발을 내딛고서야 실감이 났다. 2층버스의 맨 앞자리에서 유리창을 통해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그제야 이 모든 것이 조금 현실로 다가온 기분이 들었다. 공항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는 자원봉사자분들,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COP 13이란 글자, 전 세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 그제야 UNCCD가 나에게 와 닿았다.

유령 도시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무색하게, 실제로 마주한 오르도스는 무척 아름다운 도시였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 없이 넓게 펼쳐진 도로와 높은 빌딩, 그 안에 자리한 회의장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감탄을 내뱉었다. 내 이름이 적힌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었을 때는 회의장을 가로질러 달려나가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괜스레 주변을 의식하며 차분한 척 있었다. 그래도 꾹 다문 입술 새로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회의장에서 보낸 이틀 내내 그런 기분이었다. 거대한 무언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 시민 사회 단체들이 참석한 회의에 참관할 때도, Youth Forum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로지 사막화 한 가지만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비록 대단할 것 없는 학생일 뿐이지만, 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만큼 중압감도 있었다. 아마도 회의장을 통틀어 가장 어린 축에 드는 우리로서는 넥타이에 양복 차림인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위축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진행해야 했던 사이드 이벤트는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전날 밤에는 잠에 들려다가도 도로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발표 원고를 읽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에 늦잠을 자서 지각할 뻔 했으니 그다지 자랑할 거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호텔 방에 모여서 최종 점검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발표하는 것을 들으러 와 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진지하게 호흡을 맞추는 친구들의 모습과 선생님들의 격려를 생각하며 떨쳐내었다.

아침 일찍 회의장으로 가서 아직은 텅 빈 모습의, 우리가 발표를 하게 될 방에 들어서자 의지가 차올랐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이 어려워서 길도 잘 못 물어보던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홍보지를 내밀고 사이드 이벤트를 진행하니 와줬으면 한다고 웃으며 부탁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지 그지없었다. 처음에는 정말로 한 명도 오지 않는 게 아닐까 내심 초조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 두 명이 들어오더니 자리가 조금씩 차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좀 전에 홍보지를 받아간 사람도 있었다. 많아봐야 열 명, 빈말로도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충분했다. 누군가 팜이노베이션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발표가 시작되었을 때는 긴장은 사라지고,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인상 깊다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크기변환_봉은서2.사이드이벤트 홍보(오른쪽3)

발표가 끝난 뒤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전날 Youth Forum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볼리비아 여성분이 와준 것이다. 소그룹 토론에서 같은 그룹이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선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사이드 이벤트를 진행하니 시간이 난다면 와달라고 말해두었는데 정말로 와준 것이다. 다른 회의에 참석하느라 발표는 듣지 못했지만, 바쁜 와중에도 잊지 않고 찾아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는 다음 스케줄이 있어 아쉽지만 금세 헤어져야 했다. 아마도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짧은 일정 중 만난 소중한 인연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일정 전체가 소중한 인연들의 연속이었다. 쿠부치 사막 역시 말할 것도 없이 그 중 하나였다. 처음 가보는 사막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컸다.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다시 케이블카를 비롯한 이것저것을 타고 도착한 사막은 정말이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멋진 광경이었다. 조그만 벌레가 모래 위에 남기는 발자국부터 바람이 불때마다 모래산이 깎여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습까지, 하나같이 인상 깊었다. 모래언덕을 기어가다시피 올라서 사막 전체를 내려다 봤을 땐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사막과 그 너머, 물줄기가 말라붙은 땅의 경계를 보았을 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사막에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 COP 13에서 팜이노베이션은 미약할지라도 세계 속으로 한 발짝 내딛었다. 작은 손길일지라도 사막화 방지를 위해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도 ‘사막화’ 하면 내가 쿠부치 사막에서 본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틀간 회의장 곳곳에서 듣고 보아온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되새기며, 앞으로 팜이노베이션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가 몽골에서, 그리고 오르도스에서 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계속해서 사막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이 팜이노베이션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르도스로 떠나기 전 가지고 있었던 의문에 답을 찾은 것도 같았다.

여정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급하게 결정한지라 낮선 얼굴들도 있었지만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표도 무사히 마치고, 여정 내내 유쾌하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를 믿고 멋진 기회를 만들어주신 부모님들께도,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선뜻 도움을 주신 산림청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신 푸른아시아 선생님들께 누구보다도 감사하고 싶다. 피곤하실 텐데도 여행 기간 내내 우리를 먼저 챙겨주신 신혜정 선생님, 늘 우리를 북돋아 주시고 멋진 사진까지 남겨주신 황기쁨 선생님, 그리고 함께 다녀오지는 못했지만 항상 팜이노베이션을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시는 조혜진 선생님께서 계셨기 때문에 짧은 4일 간의 여정이 매 순간 즐거웠던 것 같다.

4일 간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앞으로 계속될 팜이노베이션 활동에도, 앞으로의 우리들의 인생에서도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 남았다. 팜이노베이션은 우리의 자리에서 할 일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푸른 몽골”을 마주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봉은서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