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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2-[송상훈의 식물이야기] 멋진 수피 식물들3

#사명대사 지팡이가 자라난 밀양 영취산 대법사의 모과나무
모과나무(장미과. 木果나무)는 단단한 근육형 줄기와 아름다운 수피가 특징인 나무다. 수피가 얇게 벗겨지는 배롱나무나 노각나무와 달리 두꺼운 수피가 탈락하면서 입체감을 드러낸다.
낮은 밑둥이부터 가지가 갈라지기도 하므로 관목(떨기나무)으로 보기도 하지만 직립으로 높이 자라고 위에서도 가지를 많이 펼치는 봄이 옳다.
늦봄에 연분홍 수줍은 꽃을 드문드문 오래 피운다. 보통 높이 10~20m로 자라지만 전남 담양 용수리의 모과나무는 수령 1000년에 높이 35m에 둘레 4.5m나 된다고 하니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위용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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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과 기침, 천식, 피로에 좋은 열매는 참외를 닮았다 하여 나무참외로도 불리지만 사실은 맛없고 딱딱한 돌배와 유사하다.
「본초종신」에서는 모과가 비위(脾胃)를 조화롭게 하여 급체나 설사, 구토에 좋고, 근육을 부드럽고 튼튼히 해주므로 근육경련에 특효하고 담(痰)을 제거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모가 난 열매는 향기가 매우 강하지만 육질은 나무에 가까워 먹기 곤란하고 맛은 시큼해서 차로 음용하거나 잼이나 약재로 활용된다.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며 내한성이 강하지만 유독 건조에는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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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가 나무로 자랐다는 전설이 여럿 있는데 모과나무도 그 중 하나이다. 밀양 영취산 대법사의 모과나무는 사명대사 지팡이가 자라난 것이라고 한다.
은행나무 전설은 유독 많은데, 고려 공민왕 때 나옹대사가 영월암에 꽂은 지팡이는 은행나무가 되었고, 신라 마의태자 지팡이가 자라나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가 되었으며 산신령이 나타나 점지해준 터에 꽂은 지팡이가 자라나 충남 태안 백화산 흥주사의 은행나무가 되었다 한다. 신라시대 적멸보궁을 지은 자장율사가 꽂은 지팡이는 태백산 정암사 주목이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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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스름하고 치밀한 나뭇결 때문에 가구와 건축재료로 많이 쓰였는데, 신라시대 만들어진 구층석탑이 있는 화엄사 구층암의 칠불보전 앞에는 매우 우악스런 모과나무와 잘 뻗은 모과나무가 입구 양측에 자리 잡고 있다.
승방 기둥도 100년 된 모과나무로 세웠는데 외국인이 반할 정도로 멋진 자연미를 드러낸다. 이렇듯 껍질만 벗겨 다듬거나 덧칠도 없이 자연 모양 그대로 세운 기둥을 도랑주라 하는데 서산 개심사의 범종각이나 심검당, 무량수각에서도 볼 수 있다.

 

#해병대 군복과 비슷한 수피를 드러내 해병대나무로 나무로 불리는 육박
후박나무 사촌쯤인 육박(녹나무과)는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원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도, 홍도, 온도, 제주도 등에 자생한다.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 생달나무, 돈나무, 담팔수, 까마귀쪽나무 등 혁질성 잎들을 달고 있는 바닷가 나무들과 함께 무리짓는 암수딴그루 교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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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황색 수피가 육각으로 벗겨지면서 흑자색 수피를 드러낸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지만 육각으로 벗겨지는 건 아니다. 마치 해병대 군복과 비슷한 수피를 드러내므로 해병대나무 또는 국방부나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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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 거치가 없고 광택 있는 뒷면은 흰빛이 강하다. 생강나무 비슷한 꽃을 늦가을에 노랗게 피우며 이듬해 여름 무렵 붉게 익는 열매는 매우 작고 보잘 것 없다. 목재는 북의 몸통으로, 가구재료, 건축재, 약품재료로 사용되며 특히, 수피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관절통에도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추출한 물질을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하였는데, 특히 폐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폐암에 특효하다 한다.

 

#전세계에 7종… 한국품종(Korean stewartia)이 가장 아름다운 노각
노각나무(차나무과)는 사슴뿔처럼 보드랍고 아름다운 수피를 가진 나무로 녹각나무라 부르기도 하고, 백로의 다리를 닮은 수피가 매끈하게 벗겨지기에 비단나무라고도 한다.
수피는 상황에 따라 배롱나무와 비슷하기도 하고 모과나무와 비슷하기도 한데 배롱나무 수피보다 더 부드러운 느낌이고 모과나무 수피 같은 입체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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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5m까지 느리게 자라며 내한성, 내음성이 강해서 추위에 강하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기에 양지에서 잘 자라는 자생하는 모과나무와 다르다. 남부지방에 많지만 북부에도 자생한다. 전세계에 7종이 있으나 한국품종(Korean stewartia)이 가장 아름답다. 만개일이 2~3로 짧은 흰꽃은 차나무 비슷한데 동백처럼 꽃송이를 한번에 떨구는 처연함이 있다. 그래서일까, 일본에서는 여름동백으로도 불린다. 꽃잎이 애기동백처럼 완전히 수평으로 열리면 토종노각나무라 하고 동백처럼 포개져 반쯤 열리면 일본노각나무라 한다.
남부지방 산길을 가다가 차나무꽃 비슷한 흰꽃송이가 뒹굴 때 주변을 살피면 간혹 보이던 나무인데, 시인 허영슥은 이렇게 노래했다.

∙∙∙∙ 안개를 쫓다 만난 노각나무 / 흰 동백 닮은 꽃이 핀다 해서 / 어느 시절엔가 한 번은 그 순한 얼굴을 보고자 했으나 / 나는 함부로 너를 찾을 수 없고 // 물어물어 만나지 않아도 / 스스로 낯을 내미는 것이 있는가 하면 / 다 피었다는 전언에 / 눈 헹구고 찾아봐도 보지 못하는 꽃 ∙∙∙∙
(‘노각나무꽃이여, 내가 못 보고 가더라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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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단단하여 농기구의 재료나 가구, 식기로 활용되었으며, 껍질은 간질환, 알콜중독, 관절염, 타박상에도 쓰였다.
고로쇠나 다래나무, 거제수나무, 대나무, 서어나무, 자작나무, 피나무처럼 수액을 받아 음용하기도 하는데 뼈를 튼튼히 하며, 부러진 뼈를 붙이는 접골목 역할을 하고 위장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되고, 지리산 원추리가 ‘하루백합’으로 개량되며, 북한산 털개회나무가 미스킴라일락으로 개량되었듯이, 1910년 지리산 노각나무가 미국에 반입되어 고급 정원수가 되었으나 어떠한 보상도 없었다.
진달래는 러시아인에 의해 이름 붙여졌고 개나리는 일본인에 의해 이름 지어진 과거를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지금 우리 식물자원의 반출을 엄격히 하면서 발굴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1년에 5cm 밖에 자라지 않는 백송
백송(소나무과)의 수피도 모과나무처럼 입체감을 드러내는데 매우 멋지다. 중국 중서북부 원산으로 2엽인 금강송과 달리 리키다소나무처럼 3엽이지만인데 리키다와 달리 잎이 곰솔처럼 단단하고 계란형 솔방울이 열린다. 어릴 때는 푸르스름하거나 붉은 잿빛인 나무 껍질은 차차 둥글게 벗겨져 회백색을 드러낸다. 백송은 중국에 사신으로 간 관리들이 들여왔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1년에 5cm 밖에 자라지 않고 뿌리도 빈약해서 이식이 까다로운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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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멋스러움으로 인해 보존가치가 있어 많은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하였는데, 서울 수송동 조계사 백송(9호), 높이 14m에 둘레 4m로 현재 가장 크고 가장 수령이 많으며 가장 흰빛이 강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의 300년 백송(8호), 일산 송포의 백송(60호), 이천 신대리 백송(253호), 예산 용궁리(106호)의 추사백송 등이 그러하다. 오래된 백송은 대부분 관리들이 들여와 심었기에 예산 백송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과 경기도에 있다.
재동 백송터는 영조 때 재상 조상경의 집이었고 대원군 이하응이 드나들며 풍양조씨와 교류하던 곳이었다. 이후 개화파 박규수의 집이 되었으니 권력의 흥망성쇠를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물론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기억에 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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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6m에 둘레 5m로 가장 크고 아름다웠다는 통의동 백송(4호)은 16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 돌풍에 큰 피해를 입고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3년에는 완전히 쓰러져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아있다. 일제 강점 36년 동안은 나이테가 자라지 않았다는 속설이 있는 청와대 앞의 이 백송이 쓰러지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반드시 살려내라고 명을 내기도도 했으나 300년의 노쇠한 삶을 복원할 수는 없었다.
통의동 백송이 있던 집터는 영조대왕이 임금 되기 전 살았던 곳이고 이후 추사 김정희의 유년이 묻혀있는 자리기도 하다.
충북 보은의 백송(104호)이 2005년부터 고사하였고 그보다 2년 앞선 2003년에는 원효로의 백송(6호)이 고사하였으며, 회현동 백송(7호)도 고사하였다.
높이 10m에 둘레 1.7m인 조계사 백송은 흰수피가 유난히 눈에 띄는데 대웅전 쪽 가지만 살이 있어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혹자는 수령 500년이라 하지만 현재 가장 오래된 백송이라는 헌법재판소 백송도 300년으로 보니 그 보다는 적은 수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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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백송터는 규장각부제학을 역임하였고 조선이 망하자 박동 종가집을 팔아 독립자금을 마련하고 동만주로 넘어간, 이후 북로군정서를 조직하고 김좌진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청산리대첩에서 승리한 김교헌의 집이었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역사를 목도해온 백송이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 남기를 기원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어떤 수피보다도 화려하며 마법 같은 수피를 가진 나무가 있어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는 유칼립투스 디글럽타(Eucalyptus deglupta. 도금양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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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는 700종이 넘는데 600여종이 호주에 자생한다. 종만큼이나 잎의 생김새도 다양한데 고무나무 비슷한 두꺼운 혁질잎이 대부분이다.
유칼립투스는 뜨거운 열사지역은 물론 습한 지역에서도 잘 적응하기에 에티오피아와 브라질로 수출되어 그 나라들의 주요 수종이 되었다. 재질 등 상업적 가치가 높아 유럽을 비롯한 세계 50여 국가가 도입하여 생육하기도 한다.
유칼립투스를 이용해 늪지대를 농경지로 만들기도 하며 그늘을 드리워 음지식물을 육성하기도 하며 대체로 독특한 향과 효능이 있어 화훼용으로, 아로마오일로, 식품과 약품으로 사용된다.
보통 키는 30~100m까지 자라며, 자귀나무가 그렇듯이 도금양과 특유의 얇고 긴 수술이 산방형으로 많은 꽃을 피운다. 잎에서는 가스가 분출되는데 다른 식물이 범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잎끼리 마찰하면서 열기를 만들어 다른 식물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독성이 강해서 다른 동물은 먹지 못하지만 코알라는 예외다. 코알라는 12종의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데, 늙은 잎을 먹고 그 독성 때문에 종일 수면에 빠진다. 어린 잎은 탄닌이 많아서 코알라도 견디지 못하기에 늙은 잎만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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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유칼립투스가 호주에 자생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수피를 자랑하는 유칼립투스 디글럽타는 필리핀 민다나오섬, 인도네시아 세람섬과 술라웨시, 뉴기니, 미국 뉴브리튼에 자생하며 서리가 내리지 않는 세계 곳곳의 건조지역에서 재배 중이기도 하다.
일년 내내 수피를 벗는데 처음 드러나는 초록색 수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 신기한 나무는 아로마오일, 펄프, 정원 관상수로 주로 이용되는데 페인티드 검 트리(Painted Gum Tree), 레인보우 유칼립투스(Rainbow Eucalyptus)라는 이명으로, 또는 민다나오섬에 특히 많다하여 민다나오 검 트리(Mindanao Gum Tree)로도 불린다.

지금까지 멋진 수피를 가진 식물들을 3회에 걸쳐 살펴 보았다. 인류에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는 나무를 소중한 생명으로,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기를 기대하며 이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