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전시관 전시물 강찬수IMG_6968

vol.82-[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⑭] 녹색성장 Green Growth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자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자동차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환경보다는 경제성장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에서, 즉 경제성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경제발전을 추구하자는 뜻이다.

07녹색성장위원회 회의_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회의

지난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는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을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녹색성장은 곧바로 핵심 국정과제, 즉 이명박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후 5년 내내 녹색성장을 추진하면서 많은 노력을 들였고 투자도 많이 했다.
태양광‧풍력‧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스마트그리드나 전기자동차 등의 보급 확대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녹색성장 정책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일으켜 세워 수출산업으로 키우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 경제발전을 이루자는 게 목표였다.

녹색성장 전시관 전시물 강찬수IMG_6972

녹색성장 전시관 전시물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목표를 제시했다는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녹색성장 정책은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도 강조했다.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0%를 줄인다는,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제시했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녹색성장이 처음 거론된 2005년 아태환경장관회의-환경부

녹색성장이 처음 거론된 2005년 아태환경장관회의

특히 2007-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맞아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됐고,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녹색성장 전략과 마찬가지로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함으로써 대공황을 타개한 뉴딜정책처럼 신재생 에너지 부문 투자 등 친환경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발전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녹색성장에 포함시킴으로써 논란을 일으켰다. 원자력발전은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사고위험과 핵폐기물 처리문제로 인해 오히려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과 물 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4대강 사업 역시도 강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녹색으로 분칠한 토건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성장전시관 전시물 강찬수IMG_6968

녹색성장전시관 전시물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은 당초 200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경제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개발도상국들이 환경훼손을 줄이는 방식의 경제개발을 하도록 조언하는 내용이었다. 개도국이 참고할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해야 할 한국에 이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이 녹색성장보다 더 큰 개념인데도, 녹색성장을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위에 두는 잘못을 범하기도 했다. 녹색성장위원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녹색성장 1.0≫에서도 다음과 같은 지적이 나왔다.

제도적 차원에서 대통령 수준에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녹색성장위원회로 대체하고 환경부 장관 자문위원회로 격하시킨 조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지속가능발전은 국적의 균형잡힌 운영을 촉구하는 원칙 혹은 지침으로서 누구보다도 대통령 수준에서 활용되어야 할 국정운영의 평가 틀인 것이다. 더구나 환경부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 업무 담당부처가 아니다. -그린북 편찬위원회, ≪녹색성장 1.0≫

녹색성장전시관에 전시된 전기자동차-강찬수IMG_6962

녹색성장전시관에 전시된 전기차동차

2013년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있던 녹색성장위원회를 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녹색성장이란 개념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녹색성장 정책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어나갈 부분도 있는데도, 정부가 바뀌었다고 폐기하고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환경·경제·사회라는 세 축으로 이뤄지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로서 녹색성장(환경개선)과 창조경제(경제성장), 나아가서는 새마을운동(사회개조)까지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관련 도서

≪녹색성장 1.0≫
그린북 편찬위원회 지음∣교보문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수립과 추진에 간여했던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들과 외부 집필진이 녹색성장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 비판에 대한 변론 등을 담은 책이다. 앞으로 더 나은 녹색성장 정책, 즉 녹색성장 2.0을 위한 방안도 일부 제시하고 있다.

≪녹색토건주의와 환경위기≫
조명래 지음 ∣ 한울 아카데미
한국 정부의 국토개발정책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저자가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해부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당선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했지만 토건 개발주의의 성향을 숨길 수는 없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