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0-[대학생 기자단-이지현] 탈 원전, 독일에서 해법을 찾다

– 독일은 어떻게 탈 원전을 이루어냈는가
–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한국이 가야 할 길

최근 탈(脫) 원자력 에너지 문제가 이슈이다. 정부는 탈 원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월 14일 신(新) 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일시 중지를 결정 내렸다. 이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 목표 달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미 공정이 30%이상 진행되었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을 지시하면서 원전 유지 찬성 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너무 서두른 ‘탈원전’ 탈날라” “세계는 지금 원전건설 늘리는데 우리는···”과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사실 에너지 전환은 고통과 비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단기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키며 특정 부문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경제 각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중 참여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에 앞서 탈 원전의 길을 지났던 독일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을까? 지난 6월 20일 환경운동연합이 독일의 탈 원전을 주제로 가진 독일의 탈핵 전문가 인터뷰 내용이 공감이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통해 원전 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문제 합의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토론 방식을 거쳐야 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6월 20일 독일 뮌헨 공대 공공정책대학에서 환경 및 기후 정책학 교수로 재직 중인 미란다 슈로이어와 간담회를 가지고, 독일의 탈 원전 과정, 현재 독일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독일의 탈 원전을 결정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Ethics Commission for a Secure Energy Future)’ 위원이자, ‘핵 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국가위원회’ 위원장, 유럽연합 ‘환경 및 지속가능개발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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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년에 걸쳐 진행된 독일의 ‘탈 원전’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긴 역사를 갖는다. 에너지 민주주의 운동은 여러 시점에 걸쳐 진행되어 왔다. 1970년대부터 수십만 명의 반핵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독일 시민들은 핵 발전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인식하는 과정을 겪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인 2010년, 메르켈 정부가 핵 산업계를 위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추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했다. 그리고 6개월 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하자 탈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22년’이라는 원전 제로 시점이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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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두 번(2001년, 2011년)의 탈핵 결정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반대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반핵 운동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탈핵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없어진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전에는 녹색당만 원전을 반대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는 사민당도 원전을 반대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보수당도 원전을 반대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은 계속 내려갔고, 사람들은 재생에너지가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핵발전소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인은 이제 없다.

본래는 독일 국민들도 원자력 산업계와 규제 기관을 신뢰하지 않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원자력 산업계 전문가들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소련이고 독일은 안전하다고 말하며, 시민들의 우려를 무시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공공참여 방식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사고의 대응 방법을 연구하고, 에너지 이용의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 정부에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권고하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설립되었다. 특별한 점은 17인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 시민사회, 학계, 소비자, 교회 등을 대표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핵 공학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할 수 있게 하여 의사 결정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윤리위원회는 핵 발전에서 벗어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재생에너지 확대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원회는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가속화해야 하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당시 독일에서 원전은 전력 비중의 23%를 차지했다. 원전 중대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은 낮을 수 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례는 원전 중대 사고가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미래세대에게 방사성 폐기물을 물려주는 문제와 관련한 윤리적 우려도 있었다. 윤리위원회는 보다 안전한 형태로 이용 가능한 에너지원이 존재하므로, 독일이 원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기후 변화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대안으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택하는 것도 윤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은 석유의 99% 천연가스의 88% 석탄의 88%를 수입했다. 우라늄도 100% 수입했다. 독일은 갈탄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국가가 추구해야 할 윤리적으로 타당한 유일한 경로는 고효율, 재생에너지 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권고를 제시했다.

이러한 전환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지만, 미래세대는 보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과학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며,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줄일 것이다.

후쿠시마사고가 났을 당시 독일의 핵발전 전력량은 23%였다(2001년 탈핵결정 당시는 30%). 사고 직후 메르켈 총리는 원전 8개를 문 닫도록 조치했다. 2015년과 2017년에 2개가 문을 더 닫았고, 현재는 7개가 남아 있다. 최종적으로 2022년에 마지막 원전이 문을 닫으면 전부 다 닫게 된다.

– 탈 원전을 반대하는 이유와 그 해결책

핵발전소 중단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핵폐기물 관리 분야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핵폐기물 관리에 계속 전문가가 필요하고, 폐기물을 해체할 때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다. 핵폐기물 저장소를 지을 때도 핵 산업계와 관련 전문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도 중요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에너지 효율부분에서 전문가의 수요가 높다. 건축할 때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연구하는 건설업계 에너지 전문가가 필요하고, 에너지 기반 시설에도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 이외에도, 핵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다. 1990년 이후 이산화탄소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그러나 2011년 8개의 원전을 한꺼번에 닫으면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정체되었다. 원인은 석탄발전소이다. 핵발전소는 줄었지만,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핵발전소를 대체하고 있지만, 아직 석탄을 대체하고 있지는 못하다. 여전히 석탄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0년까지 1990년 배출량 기준 40%를 줄여야 한다.

2014년 기후관련 법이 만들어지면서, 석탄발전 분야도 다루기 시작했다.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건물 에너지 효율 관리 등을 통해서 2019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 8개를 닫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예정이다. 정책 논의 과정에서 석탄 산업을 퇴출했을 때 일자리를 잃는 지역에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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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재생 에너지 개발 노력

독일은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80~95%(1990년 대비) 줄일 것이다. 현재 이 목표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에는 재생에너지가 3%였으나 2016년에는 29%로 증가했다. 2020년까지 전력공급에서 재생에너지 35%가 목표인데 벌써 33%를 넘어섰다.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생에너지 100%를 공급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러한 지역들 간의 회의도 열리고 있다. 이제 교통 부문에서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일어나면, 도로 교통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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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공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독일의 칼카 고속증식로

독일은 100% 완공한 원전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칼카 고속증식로는 원전을 완공했지만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속증식로가 현재는 놀이공원이라는 것이다. 냉각탑 안쪽에는 회오리로 상승되는 놀이기구가 있고, 산 그림이 그려져 있는 냉각탑 바깥쪽은 암벽 등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만약 이 고속 증식로가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증식로 내부에는 30명이 일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 밖에도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100여명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놀이공원으로 바뀌면서 지역사회에 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현재 많은 이들이 이곳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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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물론 아직은 독일도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고압 송전선 확충, 에너지 저장 용량의 확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계통 전반의 통합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까지 주된 성과는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확대였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수송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건물 효율 향상과 스마트 도시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관련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 방사성 폐기물 문제가 있다. 미래세대를 생각하며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것은 원전 찬성, 반대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핵발전소에 저장하고 있는데, 이 시설들은 설계 자체가 영구저장용이 아니며 임시 저장시설은 수명 연장이 불가능하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할 장소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처리 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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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하향식 정책결정 방식에 따라 특정 에너지 기술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유발했던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정책 결정과 이행 과정에 대중의 참여를 보장하는 다양한 노력을 시행 중이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다수 시민의 전문성을 이끌어내고, 정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며, 정책 사안에 대한 공익 추구와 소유 의식을 촉진해 더 나은 정책결정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 사례로 지난해 말 설립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선정 과정위원회’를 들 수 있다. 독일은 지난 30년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강한 사회적 반대에 부딪혀왔다. 최종 처분장 선정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선정 과정에 대한 정보가 시민들에게 제공되며, 시민들로부터 염려와 의견 수렴을 보장하기 위해 선정 과정위원회가 설립됐다. 이 위원회는 전 환경부 장관(클라우스 퇴퍼 Klaus T?pfer, 공동위원장)을 포함해 시민사회단체, 학계 그리고 다수의 “무작위”로 선출된 시민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민 참여 과정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돕는다. 우리 사회가 향후 몇 년간 직면하게 될 에너지 전환은 전 사회적 이해과 수용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정책 결정과 이행 과정에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새로운 방식의 탐색이 필요해 보인다.

본 기사에서는 독일이 탈 원전의 길을 걷게 된 계기, 그로 인해 생겨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활동, 100% 완공 후 가동한 적이 없는 원전을 활용한 사례,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들었던 기구 등을 소개하고 있다. 독일은 긴 기간 동안 원전 문제를 정치에서 다루어 왔으며, 시민이 참여하는 여러 기구를 통해 점차적으로 다수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직 현재 대한민국에는 탈 원전, 신재생 에너지 우선 정책을 찬성하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이것이 시민들의 주류 의견인지, 원전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힘 있는 관계자의 목소리인지는 아직 부정확하다.

최근 정부는 중립적인 인사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선정한 일정한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10월 중에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 활동이 탈 원전 문제의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의 긍정적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용 출처: 환경운동연합 (http://kfem.or.kr/?p=179839) )

글 이지현 푸른아시아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