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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효능감 – 김찬미 단원

벌써 7월도 저물어간다. 더울 땐 영상 39도까지도 치솟는 날씨 속에서 그 흔한 선풍기 없이, 에어컨 없이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노력했던 날들이 벌써 흐릿하다. 어느새 해가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 보이면서, 이제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몽골의 여름더위를 처음 맛보고 이보람 간사님께 말씀드렸을 때, 몽골의 겨울이 워낙 길고 춥다보니 그 때가 되면 여름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아직 겨울은커녕 여전히 여름이고, 아직 여름 더위가 다 가시지도 않긴 했지만 벌써부터 몽골의 여름이 그리워질 것만 같다. 뜨거운 햇살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땡볕 속에서 일을 하다보면 현기증까지도 느껴지곤 했었지만, 어느 곳을 바라봐도 푸르렀고,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보이는 몽골의 하늘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으니까. 체력적으로 부치고, 열대야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러다가도 새로 활착되어 잎이 핀 나무들을 볼 때면 잎을 피우겠다고 노력한 그 모습이 새삼스레 너무 예쁘고 대견해져 뿌듯함과 보람으로 마음이 차오르곤 했으니까.

7월 내내 내 머릿속에서 가장 많이 맴돌았던 단어를 꼽자면 ‘효능감’이다. 내가 이 곳 돈드고비에 파견된 이후 겪었던 매너리즘이나 여러 고민들의 가장 궁극적인 원인이 바로 ‘효능감’의 문제였다. 학창시절부터 크고 작은 리더의 자리에 서는 경우가 많았기에, 어쩌면 ‘나’를 내려놓아야하는 단원이라는 역할이 남들보다 더욱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푸른아시아 단원의 업무에 있어서 주인공은 내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어야 하기에, 단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해왔다. 나 스스로도 효능감을 느끼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일 수 있는,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내가 단원생활을 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는 역설일지도 모른다.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없게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기에 앞으로 남은 7개월간 열심히 답을 찾아가야겠지.

효능감에 대해서 더욱 고민을 하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라서 그 안에서 여러 괴리들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처음 현장에 파견되었던 때에는 단순히 내가 너무 현실에 침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의 이상을 잃고,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내가 현실에 침잠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기대했던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내가 힘들고 답답해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개발협력의 여러 어젠다 중에서 환경문제보다는 빈곤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고, 이에 푸른아시아에 지원을 할 때에도 주민 자립에 좀 더 포커스를 둔 채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희망 사업장을 지원할 때도 협동조합과 주민 공제회를 직접 보고 배우면서 주민 자립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희망을 했었다. 하지만 푸른아시아의 여러 사업장 중에서 내가 파견된 이 곳 돈드고비는 주민 자립형 모델이 아니라 지자체로의 이양이 결정되어 있는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시이기 때문에 주민 직원 분들의 삶의 수준이나 의식도 다른 곳에 비해 높아 내가 기대했던 것들을 충족하기에는 다소 힘든 환경이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효능감’에 대한 고민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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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내가 기대하지 않았지만 얻어지고 배우는 것들에 대해 집중하고 감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바꾸게 되었을 때 6월 내내 나를 괴롭히던 매너리즘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계획만 세워놓고 여전히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 더욱 많긴 하지만, 관점을 바꾸고 새롭게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는 그 자체로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7월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KT&G 임농업센터’의 준공식이 있어서 모든 지역의 주민직원들이 한 데 모여 행사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모든 지역의 주민직원들이 다 모인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다른 지역의 단원들도 반가웠고, 얘기로만 들었던 각 지역의 주민직원들을 보게 된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그보다도 푸른아시아와 주민직원분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었다. 현장관리자로서 현장과 지부를 잇는 일을 하다보면 그 가운데에서 딜레마를 겪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지부의 방침대로 원리원칙을 지킬 것이냐 혹은 현장에서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대부분인데, 그러면서 지부가 현장을 오해하고 현장이 지부를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했었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 하지만 준공식을 치르면서, 그리고 이를 준비하는 각각의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주민 직원분들이 푸른아시아에 소속감과 애정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푸른아시아 역시 주민들을 굉장히 귀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 가운데에서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던 건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곳은 몽골이기에 한국에서의 삶에만 익숙한 나의 판단, 나의 기준을 내려놓자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기준, 내 생각으로만 판단을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또한 준공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분과 다투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다보니 그 가운데 있었던 오해들이 쌓여 서로간의 날선 감정이 맞부딪혔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나도 답답하고 기분이 나빴었지만, 이 역시 나중에 돌아보니 새삼 감사해졌다. 내가 푸른아시아 단원으로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다른 단체의 단원이었다면 이렇게 몽골 현지 주민 분들과 직접적으로 부대끼면서 희로애락을 함께 느낄 수 있었을까. 서로간의 온전한 의미 전달이 쉽지 않아 중간 중간 서로 오해를 빚기도 하지만, 그 오해를 다시금 이해하고 품을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말도 통하지 않고, 서로의 문화적 배경들도 다르지만 그러한 애로사항들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야말로 정말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내가 기대하지 않았지만 얻어가게 되는 것들이 아닐까. 앞으로도 그러한 감사함들을 더욱 얻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발버둥 치며 나만의 숙제를 풀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