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2017몽골] 이유 찾기 – 이일우 단원

#회상

“대학원 진학한다더니 갑작스레 몽골은 왜 가기로 한 거야?”
“해외 장기 봉사?졸업했으니까 우선 취업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나중에 갔다 와서 어떻게 하려고…”

몽골로 1년 동안 장기 봉사를 간다고 말했을 때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와 염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있었다. 어찌 보면 부모님조차 의아해했던 몽골행 이었으니까 주변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걱정과 우려 섞인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지금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라고 당당하게 대답하였고 의심의 여지없이 나의 선택에 확신을 가졌었다.
몽골에 온지 5개월 째, 일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게 된 오늘날, 몽골에 온 이유에 대해 회상해보았을 때, “여기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혹시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야?” 라는 질문에 즉답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그런 날들도, 그렇지 않은 날들도 많았던 나날들이었다.

# 다름을 인정하기

현장에서 여러 일들을 마주하다보면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곤 할 때가 있다. 이제껏 살아왔던 나라는 사람은 ‘빨리빨리 문화’와 ‘효율성의 극대화 추구’에 지극히 길들여진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가끔 몽골에서의 일처리 방식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때로는 답답한 적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효율성이란 무엇인걸까? 내가 그렇게까지 목매었던 효율성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내가 보기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준들을 그대로 현장에 적용시켰을 때 현장 주민들 또한 만족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어찌 보면 나는 ‘현장관리자’ 라는 안일한 지위에 얽매여 현장관리자로서 사명을 다해야 된다는 책임감에 ‘효율성 찾기’에만 급급하였고 정작 수혜자인 ‘주민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현장으로 파견되기에 앞서 ‘몽골’이기에, ‘몽골’ 중 에서도 한국인이 전무한 ‘돈드고비’라는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되었기에 어떠한 예기치 못한 일들도 충분히 펼쳐질 수 있으며,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으로 이해하고 포용해야한다 라고 다짐했고 ,또한, 국제개발협력이란 그들의 삶의 방식에 나를 녹여 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가슴에 새겨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이 바뀔 생각은 안하고 주변의 불가항력적 조건과 환경이 바뀌길 원하면서 잘못된 선입견에 갇힌 채 나 자신만의 만족을 채우기에 급급했었고, 이러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속에서 만족되지 못하는 효능감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고 내 자신을 옥죄면서 이 곳에 있는 ‘나’의 존재이유에 혼돈을 느꼈었다.
결국, 그동안 내가 목매어왔던 ‘효율성 찾기’란 내가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인정받고 싶은 왜곡된 자기만족을 위한 그릇된 가치 추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고, 자만이라는 씨앗에서 자라난 잡초에 불과했던 것이다.

# 냉정한 이타주의자

이러한 왜곡된 ‘자기효능감’을 채우기 위하여 한동안 발버둥 쳐왔었고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일도 하찮은 일이란 없고 불필요한 일 또한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었던 것이고 비록 내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일인 것이다. 환경 분야에 박식한 것도 아니고 몽골어도 완벽하지 않은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사소하고 미비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사소한 일들이 우리 사업장, 우리 지역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그것에 조금이나마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점차 깨닫게 되면서 현장에서 내가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몽골에 온 이유를 찾고 있다. 그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지녀온 그릇된 나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오랜 시간동안 그들만의 방식대로 형성되고 지켜져 왔던 그 질서 속에 나를 녹여 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녹아들어 감정에 휩쓸린 잘못된 선행을 베풀지 않도록, 그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면서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