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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동화 하나 – 김성현 단원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모두 동화 나라에 산다.

동화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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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_http://cafe.naver.com/bahnhof5/블로그]

아름다운 배경위에 커다란 왕궁, 예쁜 공주님과 잘생긴 왕자님(더구나 이들은 금수저다!), 온갖 마법, 그리고 무엇보다…….그들은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결말. 그들은 아주 작은 노력으로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태어나 보니 부모가 왕과 왕비이거나, 부자이고 태어나서 거울을 보니 어이쿠, 너무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꿈은 찾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고. 다들 그렇게 쉽게 사랑을 찾고, 행복을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하긴, 그러니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일 테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원래 동화는 그리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본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신분의 차이를 무시한 사랑의 결말은 죽음이라는 비극일 뿐이다’라는 교훈을 위한 것이었다. 백설 공주에서 마녀는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씩이나 백설 공주를 죽이기 위해 빗과 허리장식과 사과를 총동원하고, 고작 유리 구두 하나를 신겠다고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신체 절단이라는 엽기적 행위를 한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가는 아이들은 꿈 대신 악몽을 꾸었을 거다. 덕분에 어른들은 머리를 좀 써서 편집과 삭제를 거쳐 잔혹동화를 동화로 만들어 냈다.

동화란 이런 것이다. 때로는 잔혹하고 가끔은 행복한 평범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이 편집을 조금 거쳐 훗날이 되면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야기 말이다. 우리 9명은 3월 말 한국을 떠나 몽골에 왔다. 꿈과 희망을 찾고, 다른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지금 모두들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느냐고? 음……. 농담 반 진담 반, 지극히 글쓴이의 주관적 해석이 담긴 이야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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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_http://cafe.naver.com/inmacbook/ 블로그]

L(RapunzeL)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성에 갇혀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외로움은 익숙해지는 감정이 아니다. L은 굉장히 하얗고 여리고 섬세해서 피아노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데, 악보 없이도 이루마나 가요 등을 칠 수 있다. 하얗고 여리고 섬세한 것은 매우큰 장점이지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리기 때문에 더더욱 외로움이 크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렇게 때문인지 L은 자주 아프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들은 탑이 L에게 너무 높은 것이 아닐까 걱정할 때가 종종 있다. 자유롭게 탑을 내려와 수도에서 많은 사람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녹녹하지 않다.

같이 있을 때면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시끌벅적 명랑한 사람 E와 D가(MErmaiD)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이 살게 된 곳에는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마녀가 살고 있다. 그녀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지만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그래서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마녀라고 불리는 듯하다). E와 D가 무엇을 원해서 마녀와 계약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어쨌든, 결과를 보고 추측컨대 아름다운 별들과 다이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녀는 그들의 목소리를 대가로 소원을 들어줬다. 효과는 확실했다. 호숫가 위에 뜬 별들은 별자리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밝았고, 두 사람 다 반쪽이 되어버렸다. 그 대신 대가도 확실 했는데……. 그들은 이제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다(다행히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서 카톡은 되는 모양이다…휴!)

N(SNow white)은 겁이 많다. 누구라도 N의 삶을 살아보면 겁도 많아지고 철도 금방 들 것이다. 그래서 N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겨우 용기를 내서 도전한 새 삶을 살게 된 이곳은 정말이지…… 가게가 하나도 없다. N의 인생에서 첫 번째 기쁨은 단연 맛있는 걸 먹는 일이었다. 그런 N으로서 이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항상 걱정되는 게 있다. 마녀가 사과를 가져온다면…… 가게가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N은 사과를, 빨갛고 달달한 사과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 끝에 N은 요즘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수련? 중이다.

O(DOn quixote)는 좋아하는 분야라면 전문가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부분에서의 열정이 엄청나다. 지식과 열정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상당한 장비?들도 갖추고 있다. 다만 때때로…….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할 때가 있어 주변사람들을 당황 시킨다. 주변 사람들은 O에게 때때로 싫은 소리를 하는데, 적당히 튕겨내는 특유의 성격이 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넘쳐나는 모험심 덕에 가장 많은 지역을 가본 사람이 되었다.

A(BeAuty Belle)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아주 당찬 사람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하루를 살고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려고 도전도 많이 한다. 모두에게 친절한 A는 야수의 집에 잡혀있는 셈인데, 그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보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이를 찾아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러는 와중에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음은 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항상 열정적인 A에게도 야수의 성에서 꿈을 찾고, 뭔가를 깨닫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A는 날마다 초심을 찾기 위해, 게을러지거나 스스로와 적당히라는 명분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P(Peter pan)는 밝은 금발(데르스를 닮았다! 놀라워라!)에 특이한 웃음소리를 내는 해맑은 사람이다. P는 항상 매우 매우 열심히 일하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기에 매우 바쁜 사람인데, 주변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마스크, 장갑 기타 등등) 자신의 것이라도 기꺼이 나누어 준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자기 자신을 챙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단 거다. 그러니 P가 아팠을 때, 사람들이 P에게 제발 본인을 챙기면서 일하라고 말하고 싶었음은 당연한 일이었을 거다. 그러나 P는 여전히 타인을 더 챙긴다. 더불어 매우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한다. 불만을 말하기보다 방법을 찾는다.

I(CInderella)는 항상 밝다. 요정할머니는 어떤 소원이라도 말하라 하셨지만(정 소원이 없으면 연애라도), 나름 삶에 만족 중이라고 했단다. 그러나 요정할머니는 기어이 마법을 부려 호박마차와 유리 구두 등등을 만들어 줬다(왜…굳이?). 유리 구두를 신고 무도회에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이 I는 호박 마차를 탄다. 그런데 이 호박마차가 문제다. 12시 종이 치기 전, 아니 아침 6시까지 무도회에 갔다가 4시까지는 돌아와야 하는데, 마부는 마법이 풀리던 말던 별로 관심이 없다. 급하거나 서두름이 없다는 말이다. 때때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더구나 호박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마차는 항상 불안 불안하다. 유리 구두 신고 걷는 것보다야 마차가 낫겠지만, 이러다가는 파티도 가기 전에 마법이 풀릴 지경이다.

H(Alice in tHe wonderland)는 지금 약간 어안이 벙벙하다. 자신이 있는 이 세계에서는 너무나 많은 예상치 못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H는 때때로 자기 자신조차 낯설어질 때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이 모든 바쁘고 다사다난한 일들이 심심한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중이다. 많은 일들을 겪으며 H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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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_http://terms.naver.com/entry. 네이버 지식 백과]

 

두 번째 이야기 -Alice in the wonderland
‘불가능 한 것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하다고 믿는 거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토끼가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뭐가 이상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토끼가 주머니 속에서 시계 하나를 꺼내들고는,
‘오 이런 늦었잖아!’
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나에게 이 말은 왜 좀 더 흥미롭게 살지 않는 거야? 라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 무작정 토끼를 따라 뛰었다. 왜냐면 사람들이 일에만 매달려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이 나로서는 너무 지루했고, 말하는 토끼는 뭔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나? 토끼의 이름은 ‘꿈’이었다가 ‘희망’이었다가 ‘도전’이었다가 했다.
사람들은 항상 말했다. 토끼를 찾아 뛰기에 나는 너무 많이 커버렸고, 이제는 철이 들어야 하며, 뭔가 효율적인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그러나 나는 고작 중 고등학생이었을 뿐 이었다!). 그들은 나를 말렸다. 토끼를 쫒기에 너무 이른 시기라고, 이제야 토끼만 따라가려 하기 에는 조금 늦었다고. 차라리 토끼 말고 자격증과 돈을 쫒으러 가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깔끔하게 토끼를 따랐다. 그리고 나무 밑구멍으로 발을 들였다. 구멍은 오르막과 내리막에 연속이었다. 높낮이가 익숙해져 갈 때 쯤 눈앞에 새까만 어둠을 맞이하고서야 내가 한 걸음 물러나야 했음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걸 너무 늦게 깨달았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바닥에 닿았다. 바닥에 닿으면 산산조각이 나서 끔찍하게 죽을 거라는 걱정과 달리 나는 살았다. 물론 착지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음, 본래 학교라는 곳이 그랬다. 아무도 내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바닥을 보았다. 빠져나갈 문은 아주 작았기 때문에, 그리고 떨어진 곳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다. 그 순간 테이블 위 케이크 한 조각이 보였다.
‘나를 먹어요’
고민할 선택지라고는 없었다. 이대로 그냥저냥 사는 것과 위험성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는 케이크를 먹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 왔다.

문 안에 들어서기 전에 했던 생각이 있다. 문 밖 세상에 관한 것이었다. 저곳은 이 케이크만큼 이상한 일로 가득 차있다 라는 생각은 그 중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숲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모든 곳이 엽서 같았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푸르른 초원과 양과 염소 때, 소 때 그리고…… 생각보다 편안한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주 작았기 때문에 빗방울 하나조차 나를 질식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비를 피해 조심스럽게 걷고 있을 때, 체셔를 만났다.
생명체는 색이 있다. 고양이는 생명체다. 고양이는 색이 있다라는 삼단논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체셔는 투명 고양이다. 내가 심각하게 고민 할 때면 어디서든 체셔는 나타났다. 그런 체셔를 만났을 때,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체셔를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나는 체셔에게 물었다. 비를 피할 수 있을 곳으로 가고 싶다고. 그러나 그는 웃으며
불가능 한 것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하다고 믿는 거야. 비를 맞아봐.
라고 말할 뿐이었다. 어떻게 이 비를 맞으라는 건지. 죽을게 뻔한 조언만 남기고 떠나는 체셔를 원망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피해도 비를 맞게 되어 있다. 나는 아주 아주 조심히 이동했고, 비가 올 때면 지붕이 될 만한 곳을 찾아 숨어 있었음에도 비는 찾아왔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비를 맞고 살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 직후의 일이었다. 비를 맞자 숨이 막혔고, 순간적으로 겁이 났다. 그러나 죽지는 않았다. 한동안 몸이 아팠고, 머리는 더더욱 아팠다. 그러나 이 일련의 과정이 끝난 후에 나는 딱 0.5배 더 커진 나를 만나게 되었다. 결국 비를 맞고 죽지 않으려면 비를 맞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