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9-[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김민수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공동대표

“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올해 봄은 예년과 달랐다. 유난히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다. 3월부터 5월까지 맑은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예년과 달리 마스크를 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환경부는 국내 배출원이 줄어들었다며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부풀러져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여 오히려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민수 씨는 환경부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를 느낀 시민 중 한명이었다. 평범한 엄마이자 주부에서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환경부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기준이 WHO 권고기준보다 2배나 느슨한 데 있었다. WHO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일평균 기준은 50㎍/㎥와 25㎍/㎥인데 비해 한국은 100㎍/㎥와 50㎍/㎥로 되어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WHO 권고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25㎍/㎥와 15㎍/㎥이었다. 이 느슨한 기준은 실제 현실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김 씨는 작년 여름 중학생인 아이가 미세먼지로 자욱했던 날 학교에서 등산을 다녀온 후 눈 주변의 아토피가 심해진 것을 보고 ‘이런 나쁜 공기 속에서 무방비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그것이 언론에 주목을 받은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http://cafe.naver.com/dustsolution)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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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시민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분노는 인내의 한계를 초월할 정도였다. 김 씨는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고 순식간이라 할 시간에 회원 수는 4,600여명을 넘어 섰다. 불과 5개월 새(그 사이 특별히 미세먼지가 더 극성을 부려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국회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간담회, 환경단체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와 토론회 등에 30여 차례나 초청받아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현실에 와닿는 간절하고 강한 목소리를 내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에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인터뷰도 잇달았다. 푸른 아시아와의 인연도 국회 세미나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6월15일 푸른 아시아 카페콘서트에서 현장감 넘치는 얘기를 쏟아냈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80㎍/㎥까지는 ‘보통’ 수준으로, 81㎍/㎥부터 ‘나쁨’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학교 측에서는 등산 가던 날 ‘오늘 미세먼지 보통 수준 이어서 등산을 잘 다녀왔습니다’란 답변을 보내왔는데 만약 81㎍/㎥였으면 등산을 가지 않았을 것 아니에요. 1 차이로 보통과 나쁨이 나뉘었는데요 사실 80㎍/㎥ 도 WHO 권고기준으로는 한참 나쁨이거든요. 80이냐 81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죠. 느슨한 미세먼지 기준 때문에 아이는 고통 받았습니다.”

환경부나 학교의 탁상놀음 같은 기준에 김 대표는 화가 났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를 하면서 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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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이더군요. 발암물질에 안전 허용치가 있을까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나 무관심한 대부분의 학부모를 보면서 정말 답답해요. 그들도 똑같이 마시는 공기잖아요…”
김 대표는 서울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 경남도 교육청 담당자와 정책 협의를 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함께 미세먼지 특별법을 비롯한 ‘엄마와 함께 만드는 푸른 하늘 3법’을 최근 입법 발의했다. 느슨한 기준을 바꾸기 위해 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경험도 없이 그저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뛰어 들었고 이제 그 법안의 통과에 하반기 동안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 회원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개인측정기를 구입해서 직접 실내 수치를 측정해가면서 공기청정기와 환기 방법에 대해서 확실히 공부하고 올바른 공기 정화방법에 대해 널리 알리기도 했다.

지난 3월30일 ‘생활 속 (초)미세먼지 줄이기’ 녹색소비자포럼과 4월7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도 참석, 환경부의 느슨한 기준에 시민들만 고통을 겪고 있다며 미세먼지 보통 수준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현장의 경험을 전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에는 각 당에 미세먼지 관련 대선공약을 제안하고 함께 대선공약을 만들었다. 6월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주제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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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무작정 정부만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 회원들과 함께 시민들 스스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천하고 있었다.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의 시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의 슬로건이 ‘나의 불편함이 나를 살립니다’ 라고 소개했다.

“가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도 무시 못할 수준이잖아요. 가정에서부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지요. 안 쓰는 전기 플러그 뽑기부터 LED전구로 바꾸기,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품 구입하기 등 작은 실천부터 해야 합니다.”

엄마와 함께 만드는 푸른 하늘 3법 입법 발의안 통과와 피땀 어린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의 정책이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이동형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