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9-[송상훈의 식물이야기] 불 밝히는 식물2

#배 방수처리, 비행기 연료 등 용도가 다양했던 동유

유동(油桐. 기름오동나무. 대극과)은 제주도나 남부에서 드물게 보이는데 잎이 오동나무 비슷하고 수피가 미끈한 식물이다. 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동유(桐油. 텅오일)라 하는데 용도가 매우 다양하며 그 중 등잔유로도 활용되었다.

나무에 칠하면 마치 옻이 그렇듯이 동유는 나무에 깊이 스며 습기와 부식을 방지하기에 지금도 목재마루 마감제로 쓰인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배의 방수처리를 위해 유동기름과 석회를 섞어 틈을 메웠으며, 마르코폴로(Marco Polo)의 무역물품이도 했다. 일제 말기 비행기 연료로도 쓰였고, 한 때 디젤 대용으로 중국에서 바이오디젤(Biodiesel) 역할도 했으나 엔진 이상을 일으켜 사용 중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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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문서에는 좀벌레가 기생하는 나무 구멍에 유동기름을 붓거나 유동기름종이를 태워 막으면 좀벌레가 사라진다는 기록도 있다. 일설에 의하면 몽골 침입을 부처님 힘으로 막기 위해 제작한 팔만대장경 경판에 동유를 입혔다고 한다. 그러나 2013년 복구된 숭례문을 단청할 때 들기름이 아닌 동유를 쓰면서 단청 안료가 빨리 벗겨지고 누수가 발생했다는 뉴스도 있었기에 동유를 경판에 사용했는지 믿기 어렵다.
동유를 태워 아교를 섞어 만든 먹은 광택이 뛰어나 서예가에게 인기 있다 한다.
지금도 건조성, 투명한 접착제, 내열성, 내습성, 내산성, 내부식성, 녹방지와 절연물질을 만드는 절연체로 광범위하게 이용되어 도료, 니스페인트, 광택제, 바닥재 합성수지나 윤활유에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조금만 복용해도 엄청난 설사를 동반하기에 유독물질을 섭취했을 때 속을 게워내는 구급약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포마드 원료로 쓰인 아주까리기름

아주까리는 열대지방 원산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나무처럼 굵고 크다. 아주까리(피마자.대극과) 기름을 영어로는 Castor Oil이라 부르는데, 먼저 잡지 개벽(開闢)에 실린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 걸어만 간다. / ····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

시에서 보듯이 아주까리 기름은 동백기름만큼이나 머릿기름으로, 등잔유로 애용되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멋쟁이 남성들은 머리에 포마드를 잔뜩 바르고 빗질하여 올백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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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기름은 포마드의 원료이다. 머리에 바르면 모낭에 기름이 스미면서 영양을 공급하여 머리카락을 굵게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인 이상화는 머리카락을 빗어 넘기기 위해 아주까리기름을 발랐을까 포마드를 발랐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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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포마드는 복고패션으로 이용되지만 점차 역할이 줄어드는 듯하다. 90년대부터는 무스와 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스프레이와 왁스도 사용되지만, 스프레이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에 사용에 주의해야겠다.

동유처럼 주로 공업용으로 활용되며 피부에 바르기도 하는데 새알처럼 예쁜 씨앗 날것은 독성이 있으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씨앗은 열을 가하면 독성이 사라지지만 날 것은 내장 출혈과 혈압저하를 동반하므로 반드시 볶아서 기름으로 압출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간혹 설사를 일으키는 관장제로 이용하기도 하고, 배가 살살 아플 때 소량 복용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구토제와 분만 촉진제로도 사용되었다.

또한 피부에 마사지나, 찜들을 하게 되면 림프구가 순환을 하게 되고 찜질을 할 때 사용하는 울융단을 통해 독소를 흡수하기에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비슷한 사용 예인데, 몸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어 아토피 등 피부병에 특효하고 박테리아를 없애기에 상처가 빨리 아물고 흉터도 남기지 않는다. 한방에서도 식중독과 위장염, 기관지염, 변비에 두루 쓰이는 고마운 기름이다.
계약할 때 도장에 묻히는 인주의 원료는 주사(朱砂)인데 이는 아주까리기름과 수은을 섞은 것이다.

아주까리 열매에는 독성이 있지만, 성장은 잎은 매우 거세서 식용하기 어렵지만 어린 잎은 식용 가능하다. 삶아서 흐르는 물에 씻고 간장과 들기름 등으로 무치거나 볶아서 식용한다. 정월 대보름에도 빠지지 않는 귀한 나물이다. 쌈으로 장아찌로 인기 있으며 천식에 효능 있다.

보통 명주(비단)는 누에고치에서 뽑으며 누에는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다고 알고 있다. 지역명 잠실(蠶室), 잠원(蠶院)은 모두 누에와 관계 있다. 누에는 보통 여인들이 치기에 양잠 감독관은 환관(내시)였고 생산된 명주는 승정원에 바쳐졌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아주까리 잎 또는 가중나무(가죽나무) 잎으로 누에를 치는데 이 누에를 피마잠(蓖麻蠶)이라 한다. 이 누에고치는 일반 누에보다 더 크며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보다 더 질긴 잠사 생산이 가능하며 계절 구애를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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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욕제, 마사지유, 비누, 친환경 페인트 원료로 쓰이는 유채기름

유채(십자화과) 기름도 오래 전부터 등잔유와 머릿기름으로 애용되었다. 유채기름의 사용범위가 매우 넓다. 2차 대전 당시 금속표면에 바르면 마찰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용 유활유 생산을 위해 대량으로 각국에서 식재하였다. 지금도 전기변압기와 유압기에 사용되며, 항공연료로도 사용되어 자트로파(Jatropha podagrica Hook)처럼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Biodiesel) 역할을 하여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식물유지를 생산할 목적으로 62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화하였으며 그 전부터 유채유로 참기름을 대신하였다. 그러나 70년대까지는 심장에 좋지 않은 성분이 있어 대중화 되지 못하였으나 이후 신품종이 개발되면서 전량 교체되어 지금은 불포화지방이 많은 질 높은 카놀라유(Canola oil)로 애용되고 있다. 유채기름은 피부에도 좋아 입욕제로, 마사지유로, 비누로 다양하게 개발되고 친환경 페인트로도 개발되고 있다.
성장하면 매운 맛이 나는 유채의 어린잎과 줄기는 달콤쌉쌀하기에 꽃 피기 전에 꺾어 나물로, 국으로, 물김치로 식용한다. 비타민이 풍부하므로 식곤증 해소에 도움 되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눈을 밝게 하고 산부인과 질환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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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와 배추의 교잡종인 유체는 배추, 무, 브로콜리, 냉이 등 십자화과가 그러하듯 노란꽃을 피우는데 개화가 1달 여 지속되는 훌륭한 관광상품이다. 그러나 91년 농산물수입개방 이후 정부 수매품목에서 제외되면서 경쟁력을 잃어 점차 경작면적이 줄어들면서 사양기로에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참고로, 유채꽃이 붉은색이었다는 이집트 전설이 있다. 가난뱅이 처녀 아딜라와 수 천마리 양을 보유한 부자 청년 헤잠, 기름장수 무하마드의 이야기다. 너무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아딜라에게는 직물에 필요한 양털을 구입할 수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헤잠의 양에서 양털을 몰래 깍다가 실수로 양을 죽인 아딜라는 그 후 헤잠의 도움과 배려로 가난을 벗어난다. 둘은 서로 사모했다. 아딜라가 용기 내어 고백했지만 헤잠은 속마음을 숨기고 사랑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 후 아딜라는 적극적으로 구애한 무하마드와 결혼하다. 이에 슬퍼한 헤잠은 양을 모두 칼로 베어 죽이고 자살했다. 양을 키우던 평원은 피로 물들었고 붉은꽃이 피어났다. 무하마드는 이 꽃에서 기름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딜라를 설득하여 평원으로 이사한 무하마드는 기름을 짜고 팔아 부자가 되어 평안한 생활을 하였다. 유채꽃이 황금을 의미하는 노란꽃으로 변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때를 놓치면 후회하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문득 제주4.3항쟁을 떠올린다. 69년 전인 47년 3.1절 기념일에 경찰이 탄 말에 치여 아이가 죽었고 사람들이 몰리자 이를 오해한 경찰의 발포가 이어지면서, 48년 4월 3일 노동당 제주도당을 중심으로 제주도민이 봉기하게 되었다. 1948년 5월 5일, 윌리암 딘(William F. Dean) 미군정장관은 제주 시찰 후 공산분자들의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미군정 상태(이승만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국제여론은 미국의 책임을 물었고, 미국은 이를 잠재우기 위한 전략적 덮어 씌우기를 한 것이다. 이후 미국의 묵인 하에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대대적인 집단 양민 학살이 자행되었고 54년 9월까지 좌우세력의 무력충돌이 이어져 무려 1만4천명이 사망했다. 제주도민 10분의 1일 사망한 것이다. 그 중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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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제주도민이 일본으로 밀항하기도 한 이 항쟁은 여러 소설로 표현되었다. 현기영의 《순이삼촌》, 한림화의 《한라산의 노을》, 정도상 동화 《붉은 유채꽃》,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현길언의 《우리들의 조부님》, 장일홍의 《산유화》, 박용우의 《검정고무신》, 이산하의 장편 서사시 《한라산》과 감자의 제주방언을 빌린 오열 감독의 영화 《지슬》에 이르기까지 중심 소재로 작동했다. 안치환이 만들고 노래한 《잠들지 않는 남도》에는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라는 가사가 나온다. 앞의 이집트 전설과 유사한 대목이지만 한 사람의 피가 아니라 1만4천명의 피여서 더욱 가슴 에인다. 아직도 4.3항쟁의 진상규명이 완료되지 못했다. 분명한 진상규명을 통해 명예회복과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는 힘써야 할 것이다.

 

#구충제, 피부병 치료제로 쓰인 쉬나무기름

쉬나무(수유나무. 소동백나무. 燒燈나무. 운향과) 기름도 잘 알려져 있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속성수이고 수형이 아름다운 암수딴그루 나무이다. 운향과면서도 유자나 귤처럼 꽃향이 깊지 않은 식물이다. 그러나 비교적 꽃이 적은 늦여름에 하얀 꽃을 무더기로 피워 1달여 지속하면서 꿀벌을 부르는 대표적인 밀원식물로서, 요즘 사라져 가는 아까시나무를 대체할만한 고마운 속성수다.

10월에 쌀을 뭉쳐 놓은듯한 모양으로 붉게 익는 열매에서 기름을 내는데 다른 식물에 비해 기름이 많이 나고 산폐률도 적으면서 불빛도 밝기에 선비가 밤새워 학문을 논해야 하는 향교와 마을 주변에 심고 가꾸었다. 밤을 밝히는 등잔유로는 들기름, 유채유, 아주까리유, 목화씨 등도 있었으나 식량이 귀한 시대에 이들로 농작지를 소모할 수 없기에 더욱 유용한 나무였다. 더불어 백성의 근심을 살피고 선비의 정신을 분명히 하라는 의미에서 회화나무(학자수)도 같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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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기름 사용이 미용 외에도 이와 서캐를 제거하기 위함에서 짐작하듯이 쉬나무기름 또한 해충구제약 또는 피부병 치료제로도 쓰였다. 열매는 진통과 이뇨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풍부한 기름은 바이오디젤 (Biodiesel)로 개발될 가능성이 많아 우리나라도 계속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2006년에 황해북도 서흥군에서 대량재배 한 이후 현재 함경남도 리원군 등에 1억5천만평 규모의 수유나무 숲을 조성했다 하니 그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 이 나무 수피 역시 비교적 미끈한 편이다.

 

#개암나무 열매인 개암이 헤이즐넛

개암나무(깨금나무. 자작나무과) 기름도 있다. 개암나무는 동서양 막론하고 어느 산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중수다. 열매가 도토리를 위에서 누른듯한 팽이 모양인데 맛은 밤과 비슷하면서도 호도처럼 고소하다. 지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열매는 굽고, 볶고, 삶고, 찌고 어떻게든 식용할 수 있다. 정월 대보름 만사태평을 빌려 부스럼을 방지하고자 기원하며 깨물어 부수는 부럼으로도 쓰이며, 장을 담글 때 첨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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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역에서는 신혼 첫날밤 등잔유로 사용하여 액귀를 막았다고 한다. 혹부리영감을 변형한 전래 이야기 중 개암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들이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와 관련된 듯하다. 서양에서도 개암나무는 자신을 보호하고 적을 물리치는 상징으로 이용되었다. 물론 머릿기름으로도 사용했다.

개암나무의 영문이름은 헤이즐(hazel)이고 열매는 헤이즐넛(hazelnut)이다. 헤이즐넛커피, 헤이즐넛빵을 즐겨하는 분들이 많은데 헤이즐넛에서 짜낸 기름을 첨가한 제품들이다. 피부미용에도 좋아 최고급 화장품 재료로 취급한다. 헤이즐은 우리나라 개암나무보다 열매가 더 큰 개량종일 뿐 큰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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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따르면 개암나무기름은 기력을 돕고 배고픔을 잊게 한다. 그래서일까 대표적인 구황작물 역할도 하였다. 식욕부진, 현기증, 눈 피로, 노화방지, 고혈압 예방, 뇌혈관질환에 사용하고, 항암효과도 있다 한다.

지금까지 2회에 거쳐 불을 밝히는 식물에 대해 알아 보았다. 식물의 고마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인류에게 줄 것은 분명하다. 주변의 하찮은 식물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친다.

송상훈 푸른아시아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