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9-[르포] 박홍순 사진작가의 몽골 아르갈란트 르포
“사막화의 최전선에 조성한 조림장, 맨 땅은 숲으로 변할 것이다”
지난 해 푸른아시아 몽골 7개 조림장 사진취재 르포를 다녀온 박홍순 사진작가가 올해 5월 아르갈란트 식목행사 사진취재 르포를 다녀왔다. 아르갈란트에는 서울특별시가 후원해 조성한 ‘미래를 가꾸는 숲’이 있는 조림장이 있으며 지난해 처음 조림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이 현장 방문기를 인터넷신문 브레이크뉴스(http://www.breaknews.com/)에서 특별히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몽골은 우리나라에 비해(서울과 울란바타르를 기준으로) 위도가 10도 북쪽에 위치하지만 계절적으로는 한 달 보름 내지 두 달 정도 이르다.
요사이 우리나라도 가뭄에 시달리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몽골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1년 내내 몸살이다. 하지만 몽골에서도 나무심기 적합한 계절이 있는데 5월과 10월 2번의 식목일 주간이다. 5월 한 달 바짝 나무를 심지만 필요할 땐 6월까지 뿌리를 보호한 포트묘로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필자가 처음 몽골을 방문한 것은 2010년 ‘세계테마기행’ 출연자로 서몽골 울기 홉드 타왕 복드산에 갔을 때였다. 그 후 2011~2013년 한국에서 4대강을 작업의 일환으로 촬영을 자주 했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밀어 붙인 4대강의 보 설치공사로 강 전체가 황폐화된 것을 목격하다 보니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기듯 고통을 겪게 되었다. 마음의 치유 차 찾아간 곳이 몽골이었는데 몽골 역시 사막화로 초원 곳곳이 황폐화 되고 있었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찾아가 셔터를 눌렀다.
이번에 찾아간 것은 벌써 여섯 번째. 몽골에서 18년째 나무를 심어온 사단법인 푸른아시아와 함께 지난 5월 한 달 간 서울특별시가 몽골 아르갈란트 솜(郡)에 조성중인 ‘미래를 가꾸는 숲’과 기타 기후변화 현장을 둘러보았다.
몽골의 식목일은 날짜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5월 둘째주 토요일과 10월 둘째주 토요일로 지정되어 있다. 필자가 이번에 몽골 아르갈란트 솜을 방문하였을 때는 5월초로 한창 나무를 심고 있었다.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으로 80km 떨어진 아르갈란트 솜은 완만한 구릉이 있는 초원지대지만 키 큰 풀이 자라는 초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맨 땅을 겨우 면한 딱딱한 자갈밭이었다.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신기호 국장은 이곳을 ‘사막화의 최전선’이라고 했다.
서울특별시와 푸른아시아 그리고 아르갈란트솜은 2016년 협약을 맺고 100ha 조림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해 먼저 20ha에 2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필자는 작년 가을 무렵 조림장 조성이 한창일 때 이곳을 방문했었는데 당시에는 광활한 모래땅에 2만개의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고 있었다. 토질이 딱딱하고 바람이 심해 모래폭풍이 여기저기서 발원하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들었을지 생각하니 놀라울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규모 나무 심는 행사를 직접 보고 촬영할 수 있어서 내심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식목 행사엔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활동가, 푸른아시아의 몽골 회원들, 아르갈란트 지역 주민, 몽골 대학생 환경 자원활동 단체인 마이클럽 회원들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마이클럽 회원들의 나무를 심고 구덩이에 물을 주는 움직임은 몇 년 동안 해본 숙달된 솜씨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벌써 7년째 푸른아시아 조림장에서 자원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식목 행사에는 지역 기관장인 숨버 세르겔렌 아르갈란트솜장(군수)도 참여하였는데 숨버 솜장은 “서울특별시, 푸른아시아와 함께 나무를 많이 심게 되어 무척 기쁘다”며 “구덩이 파는 작업은 참 힘들지만 우리 주민들은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의 도움을 받아 아르갈란트 조림사업장의 바이갈마 주민팀장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현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바이갈마 주민팀장과의 일문일답.
“4만 그루 나무를 심어보니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2016년 조림장을 조성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4만 그루를 심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작년 가을에 이미 방풍림을 많이 심었습니다. 올해도 외곽에 방풍림을 조성하면서 조림장 가운데 부분에 유실수인 차차르간을 심기 시작했는데 빨리 열매를 수확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 서울특별시와 함께 ‘미래를 가꾸는 숲’을 조성하고 있는데 조림을 하면서 이 지역에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어디서 온 사람들이 이런 큰 땅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4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본 지금은 사막화방지를 위해 나무를 심는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간 10만 그루를 심을 예정인데, 유실수를 심고 양묘사업을 하게 되면 나를 포함해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민들이 나무심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부분에 지원이 있기를 기대하는지요?
“항상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우리가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와서 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싶다고 솜청에 요청했는데 땅을 주기로 했습니다.
– 2주전에 조림교육이 있었는데 교육의 결과는 어떠했나요?
“무엇보다 교육을 받고 나서 팀워크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강의를 듣고 나서 주민직원들이 퇴비 만드는 것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직접 퇴비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혹자는 그 넓은 땅에 나무 몇 그루 심는다고 달라질 게 뭐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직접 사막화되고 있는 현장을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찍은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사막화에서 다시 초원으로, 숲으로 자연환경이 제 모습을 회복하는 기록이 되길 기대한다.
글·사진/박홍순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