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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6월의 나날의 조각들 – 이일우 단원

5월에 에세이를 제출하지 못하였기에 6월 달에는 에세이를 꼭 써서 제출해야지 라고 굳게 결심하였으나 생각이 너무나도 많았던 탓에 무엇을 써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결국 의식의 흐름대로 써나가기 시작하였다. 싱숭생숭한 6월의 어느 날, 몽골에서의 지난날들을 돌이켜본다.

#100일

몽골에 체류한지 어느덧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몽골인의 모습으로 점점 동화되어 가는 내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몽골 간지 반년은 된 거 같은데 아직 100일 밖에 안 되었냐며 놀라워했지만:D). 며칠 전 핸드폰 앨범을 뒤적이다가 돈드고비 조림장에 처음으로 견학 왔을 때의 사진을 보는데 뭔가 아련하였다. 그때는 눈이 채 녹지도 않은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조림지였는데 지금은 조림지의 나무뿐만 아니라 들판위의 이름 모를 잡초마저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에 새로 식재한 비술나무, 소훼나무들도 새로 자리 잡은 보금자리에서 별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 올해는 유독 비소식이 들리지 않아 점점 메말라가는 땅을 보면서 걱정이 많았었는데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건지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목마른 대지에 하나 둘 빗방울이 쏟아지고 촉촉하게 젖어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면서 마치 자식의 앞날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 나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도하게 되었다. 부디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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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년도 새로 조성된 8조림지. 한창 푸르른 잎들을 피워내고 있다.>

#어린이날

한국에 비해 공휴일이 적은 몽골. 몇 안 되는 공휴일 중에서도 6월 1일은 특별한 날이다. 그것은 바로 어린이날! 한국에도 어린이날이 있는데 어린이날이 무슨 특별한 날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몽골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한 것 같다. 우리 돈드고비 사업장에서도 막간을 이용하여 어린이날 기념 미니운동회를 개최하였다. 사과 빨리 먹기, 풍선 빨리 터뜨리기, 공중에 매달아 놓은 사탕 빨리 먹기, 젓가락만을 이용하여 빨리 탑 쌓기(나열해보니 전부 다 “빨리하기” 위주 게임 이었네) 등등. 그리고 어느 게임에서든 빠지지 않는 벌칙까지! 우리 이번 미니운동회의 벌칙은 노래 부르기 였는데 다들 정말 가수왕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셔서 벌칙이 아닌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역시 흥이 넘치는 몽골이다. 다 큰 성인들한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게임들인데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서 하나 된 마음으로 즐기면서 일의 고단함도 잠시 잊고 서로 교감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린이날을 단순히 공휴일이 아니라 의미 있고 행복한 날이라고 느낀 게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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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빨리 먹기 게임 중 순간 포착! 게임하는 사람들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다 유쾌했던 시간:)>

#챙김 받고 있어요:)

“오카, 잘 쉬었니?” “피곤하지 않아?” “덥지는 않고?
‘주민직원분들과 일상적으로 인사를 나눌 때 마다 항상 듣게 되는 관용구 같은 문장들이다. 아직 체력이 팔팔해야할 나이인데 가끔씩 비실비실 병든 닭처럼 맥을 못 추리는 내 모습을 보고 다들 걱정이 많으신가보다. 나름대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했었는데 만성피로가 쌓였던 탓인지 피치 못하게 병가를 내고 결근했던 날이 있었다. 다음날 출근 하였을 때, 나에게
“오카, 하늘나라로 간 줄 알았다” 며 우스갯소리를 던지셨지만 그와 동시에 몸은 괜찮은지, 다 나았는지 나를 볼 때마다 물어보시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챙김 받고 있다는 생각에 죄송하면서도 너무나도 감사하였다. 몽골어 실력이 아닌 몽골어를 알아듣는 눈치만 늘어나고 있기에 가끔씩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웃으면서 우리들을 반겨주시고, 걱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봐주시고, 또한 따뜻한 손으로 감싸주실 때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해지는 진심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러한 따뜻한 진심들이 넘쳐흐르기에 오늘도 힘차게 현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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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활력소가 되어 주시는 감사한 주민직원분들:)>

#내려놓음

5월의 분주한 식재기간을 지나 지금은 주로 관수에 집중하면서 일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몽골에서의 일상도 익숙해지면서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이 많아졌는지 이번 달에는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졌고 어느 샌가는 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넘어서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 섞이게 되었다. 나름 목적의식을 가지고 몽골에 온 건데 내가 과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건지, 나는 이곳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등등 원초적인 질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마음속에는 걱정과 불안함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동안의 나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몽골에서의 흐름에 맡겨보려고 한다. 앞으로 나감에 있어서 무조건 직진이 아니라 잠깐 정지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 잠시 내려놓고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는 것. 나에게 있어서의 새로운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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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과 하늘을 가득 수놓은 구름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고민들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