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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몽골] 일기 – 이동엽 단원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지금껏 살아오면서 계획한 대로 이루었던 적이 있었나?
아마 난 혼자서 계획하고 하루 이틀 지나서 계획을 수정한 적이 매우 많았을 것이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은 자신한테 관대함을 허락하면 간절함을 잊어버리게 하는 힘이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온지 석 달이 지났다. 커다란 꿈을 안고 내 자취를 통해 양껏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조직이 긴 세월동안 조심스레 다듬어가며 생겨난 암묵적인 규칙들은 나의 의지를 자연스럽게 짓이긴다. 이러한 나의 의지를 자연스럽게 꺾을 수 있었던 건, 앞으로 9개월 동안 함께할 내 식구들의 모습이 마지막엔 웃는 모습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통하여 후원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허물 수 있는 접근법은 나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봉사를 하는 쪽이 되었건 봉사를 받는 쪽이 되었건, 각각 어느 부분에서는 뛰어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지도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과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이런 장점과 더불어 부족한 점과 단점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안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다면, 금전적인 도움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으로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의 경계를 허물고 “소통“ 이라는 테이블 앞에 앉아 함께 미래 생존을 논의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 생각한다.

돈이 있는 사람은 후원하는 쪽이고, 돈이 없는 사람은 후원받는 쪽이라는 신념을 가진다면, 그 공동체는 유연히 잘 못 굴러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원조활동은 제 아무리 진심으로 후원한다 하더라도, 수혜자의 삶을 변형시키는 간섭이 되거나, 수혜자의 나태함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곳에 발붙이고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수혜자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에 대한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금전적인 번영보단, 필요한 적정기술을 교육하고, ‘나의 손으로, 내가 일군 재산‘ 이라는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푸른아시아는 주민자립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의 마음도 푸른아시아의 신념과 다르지 않다. 함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멋진 이해관계를 성립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힘이 될 것 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