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7-[푸른아시아 새 책]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유엔 ‘환경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기후 위기 시대의 해법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20년 기후변화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보고, 겪고, 느낀 것을 책으로 펴냈다. 글로 쓴 책이 아니라 몸으로 쓴 책이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사막화현상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지금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전까진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했다. 처음 10년 간 오기출 사무총장이 아무리 기후변화의 위기를 외쳐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갑자기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관심들이 부쩍 많아졌다. 문제는 몽골의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2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photo by. 박홍순

 
저자는 왜 몽골에 주목했을까?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조사한 결과 지난 107년간(1906~2013) 전세계 기온이 0.89도 올랐다. 이에 비해 몽골은 지난 67년간(1940~2007) 기온이 2.1도나 올랐다.(몽골 정부 2010년 보고서) 한마디로 몽골은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 3배나 더 오른 것이다.
2.1도가 더 오른 몽골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강이 887개, 호수가 1,166개, 샘이 2,096개 사라졌다. 사진으로 보기 전에는,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실감하기 어렵다. 강이 사라지고, 호수가 사라지면 땅은 어떻게 될까? 몽골의 상징인 드넓은 초원은 메마른 땅, 흙모래가 드러난 사막화된 땅으로 변했다. 비유하자면 지구의 거대한 피부가 피부염으로 딱딱해지고 갈라지고 가려운 것과 같은 것이다.
자연은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기 힘들 때 인간에게 경고한다. 그게 황사고, 모래폭풍이고, 미세먼지로 나타난다.
저자는 몽골의 사막화는 몽골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곧 바로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그게 요즘 더욱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눈 앞에 나타나고 있다.

3

사막화로 몽골의 초원이 사라지면서 초속 20~40미터의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친다.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한반도의 하늘을 맑게 하기 위해선 근원적 처방으로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고.
먼저 자각한 자가 먼저 실천한다고 했던가. 저자는 18년 전부터 몽골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사막화로 초원을 잃어버린, 가축을 잃어버린 유목민들을 설득해가며 함께 나무를 심었다. 한국과는 환경이 너무나 다른 몽골에서 나무심기는 쉽지 않았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정성들여 심은 나무가 한해도 버티지 못하고 몽땅 죽어버리기도 했다.
저자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동안 기적처럼 나무가 버텨주고 살아남아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말했다.

“나무만 심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나무와 함께 ‘사람’을 키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주목한 곳이 있었다.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에서 2014년 푸른아시아에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생명의토지상’ 최우수상을 주었다. 몽골의 사막화 마을에 만든 조림장이 지속가능한 모델로 본 것이다. 그 이후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기후 변화와 사막화로 고통 받고 있는 160개 나라에 푸른아시아 모델을 대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며 저자는 현장의 지혜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이제 저자는 말한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기후 문제는 의식 있는 개인이 자동차를 덜 타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어컨 온도를 높게 설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한다.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다가는 진짜 큰 원인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4

나무를 심은 곳과 심지 않은 곳이 울타리를 중심으로 선명하게 차이가 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전체의 10.11%에 불과하다. 저자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개인의 실천에 앞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 대책이 질 좋은 마스크를 사용하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일까? 동네마다 경보 시스템을 갖추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정부는 왜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기업은 관리하지 않을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제대로 질문해야 한다. 초원을 사막으로 만들어 평범한 생활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외출도 마음 놓고 못할 정도로 공기를 오염시키고,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와 해안 도시를 바닷물 속으로 잠기게 만든,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이 책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하는지 상세하게 밝혀진다.
그 중 한 두 가지만 살펴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개인이 많이 할까? 기업이 많이 할까?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10%에 불과하다. 가장 주된 범인은 석탄화력발전소다. 그리고 1천만대가 넘는 자동차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은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어느 정도 애쓰고 있을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해 개인이 마스크를 하며 피해를 겪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경제 효율성을 따지며 책임 규명을 소홀히 하고 있다.
저자는 또 묻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부자와 가난한 자 중 누가 더 피해를 입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난한 자가 더 피해를 겪게 된다고 한다.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가난한 자가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더 입게 되는 것이 역설적이지 않은가?

5

환경난민으로 떠돌던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나무를 심고 가꾸며 건강한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1980년대 민주화의 열망이 뜨겁던 시절, 어머니가 원하던 대기업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선택, 30대 중반까지 민청련, 민통련, 전민련 정책실에서 활동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치 지형이 변하면서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기후 변화 문제가 가장 중대한 현안임을 깨닫고 시민단체‘푸른아시아’를 설립했다. 기후 위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으로서 기후 변화 현장에서 꿋꿋하고 뚝심 있게 헌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묻고 싶다. 저자는 왜 기후변화에 평생을 바치며 현장을 지켜왔을까? 책에 그 대답이 있었다.
“전쟁 난민은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환경 난민은 환경 악화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다.”

여기에 책의 목차를 더한다.

 

<차 례>

프롤로그_ 타미르 남매 구하기

1장 뜨거워지는 지구, 밥상이 달라지고 있다
1) 여기 우리 집은 안전한가
거대한 호수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가뭄과 폭우의 이중고/슈퍼태풍 시나리오는 현실화 될까?/생태찌개가 귀해진 이유
2) 기후 문제는 국경이 따로 없다
미세먼지, 생각보다 치명적이다/황사에 대한 오래된 오해/황사, 누구의 책임인가/환경 국장을 고소합니다
3) 기후 변화의 경고, 사막화
역사에 없던 재앙의 시작/잔인한 내전은 가뭄에서 시작되었다/난민 아닌 난민, 환경 난 민의 등장
4)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면
기온이 2도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티핑포인트는 이미 지났는가/시간이 별로 없다
5)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
‘설마 그렇다고 지구가 멸망하겠어?’/6·25전쟁과 기후변화의 닮은 점/무엇이 변화를 가 로막고 있는가

2장 모든 문제 뒤에는 기후 변화가 있다
1) 수단 내전의 진짜 원인
남과 북, 다정하던 그들은 왜 갑자기 원수가 되었나/NGO 활동가들의 뼈아픈 오판/무기 말고 씨앗을 주시오
2) 인류의 밥그릇에 폭풍이 일다
30년 후 100억 세계인은 무얼 먹고 살까?/가난한 나라의 농지를 빼앗는 거대기업/사막화, 내전, 테러 배후지가 동일한 이유/아시아, 아프리카를 닮아가고 있다
3) 기후 변화는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
그 나무엔 왜 사람의 열매가 매달려 있을까/부자 나라에도 환경 난민이 있다/도시 빈민에서 환경 난민으로, 극빈자의 끝없는 추락
4) 경제 성장은 어떻게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나
절대빈곤이 개선되었다고?/미얀마의 숲과 정글이 사라지면서 생긴 일/빈곤 문제, 결국은 기후 문제
5) 긴급구호,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
굶주린 소녀와 독수리, 그 사진의 선정성을 성찰해야 할 때/더 많이, 더 참신하게: 재난 마케팅의 함정/잘못된 구호활동이 또 다른 난민을 만든다/‘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재해 현장이 복구되어도 주민들의 삶이 더 나빠진다면

3장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1) 당신의 쇼핑이 몽골 유목민에게 미치는 영향
우아한 캐시미어 코트에 숨겨진 눈물/염소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초원이 사라진 몽골, 누구의 책임인가
2) 기후 변화의 대가, 누가 지불해야 하는가?
남태평양 섬나라의 슬픈 운명/선진국의 지원은 선행이 아니라 의무
3) 세계는 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주목하는가
무역과 경제전의 새로운 키워드, 기후 변화/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사양 산업을 살리는 방법/지금은 새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앞으로 공짜 탄소는 없다/탄소세로 달라지는 것
4) 기업을 믿어도 될까
전기자동차를 타면 다 해결된다고?/빌 게이츠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기술에 대한 환상/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의 속내

4장 마을이 지구를 살린다
1)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을 모델의 탄생
에볼라를 퇴치한 작은 마을의 기적/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백신’을 발견하다
2) 나무를 심어 세상을 구하는 방법
나무만 심어서는 안 된다/나무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좋아한다
3) 마을이 살아나고, 환경 난민이 돌아오다
감자 한 알의 약속/마을 공동체는 나무와 함께 성장 중/난민에서 마을의 주인으로
4) 마을의 힘은 위대하다
커뮤니티의 재발견/몽골 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공 비결/지구를 지키는 석관동 두산아파트/커뮤니티 간의 연결망이 시급하다/소비자여, 단결하라

에필로그 우리 모두가 나무를 열 그루씩 심는다면
해제 왜 낯선 땅 몽골에서 숲을 가꿀까_ 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