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7-[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에코사전⑨] 기름오염 사고 Oil Spill

유조선이 실어 나르는 원유나 선박의 연료가 흘러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바다 밑에서 원유를 채취하는 시추선에서 발생한 사고로 기름이 누출되기도 한다. 육상에서는 송유관에서 유출된 기름이나 유조차량 사고로 토양이 오염된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퇴각하면서 기름을 퍼내는 유정에 불을 질러 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기름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야생 동물에게 큰 피해를 준다. 기름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 수십 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후유증도 오래 간다.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에서 발생한 기름 오염사고 당시 기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하는 모습 방040210NEW-ZEALAND밀포드사운드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에서 발생한 기름 오염사고 당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하는 모습

국내에서는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충돌하면서 약 1만2000kL의 원유를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태안해안국립공원 등 연안이 기름으로 심하게 오염됐다. 당시 오염 정화를 위해 전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아 해변의 기름을 닦아냈다. 이 지역 어민들은 주민들은 양식장과 어업 피해가 4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지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2013년 1월 전체 피해금액을 7341억4383만 원으로 결정했다.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당시 기름 확산 모습. 미항공우주국 인공위성에서 촬영했다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당시 기름 확산 모습. 미항공우주국 인공위성에서 촬영했다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섰던 주민들은 건강 피해를 호소했다. 2016년 장봉기 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태안지역 초등학생 330명의 알레르기성 질환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사고에 많이 노출된 초등학생은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위험도가 ‘저(低)노출군’의 1.88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14년 1월 31일에는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유조선 우이산호가 접안 중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GS칼텍스 소유 송유관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길이 200m 상당의 송유관 파이프 3개가 두 쪽으로 나뉘면서 내부에 남아있던 원유와 나프타, 유성혼합물 등 800~890㎘가 바다로 유출됐다. GS칼텍스는 2015년 여수지역에 42억원, 남해 38억5000만원, 하동 10억6000만원, 광양 5억3000만원 등 96억4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고, 사고현장 인근 신덕마을에도 11억 원을 보상했다.

태안 기름 오염 사고 때 정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979166-3x2-700x467

태안 기름 오염 사고 때 정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 만에서는 영국 석유회사인 BP의 유정에서 작업을 하던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원유 약 78만kL가 바다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BP는 오염정화와 피해배상으로 424억 달러(약 44조8000억 원)를 지출하게 됐고, 미국 정부에도 벌금과 비용 지불로 45억2500만 달러(4조7800억 원)를 내기로 했다. 2015년 BP 측은 기름오염 피해를 입은 미국 플로리다와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주에 187억 달러의 벌금을 추가로 내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1989년 3월 24일 알래스카에서 원유 22만 톤을 싣고 발데스항을 떠난 미국 유조선 엑슨발데즈 호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고, 이 때 유출된 4만 톤의 원유가 알래스카 연안 1600㎞를 시커먼 기름띠로 오염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염된 해안은 25년이 지난 2014년까지도 원래 모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태안 기름오염 사고 당시 해안에서 정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박종학 사진 D2H_7119

태안 기름오염 사고 당시 해안에서 정하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엑슨발데즈 호 사고는 유조선의 벽이 하나뿐인 이 단일 선체였기 때문에 피해가 컸다는 지적을 받았다. 1992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유조선 사고로 인해 기름이 누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1993년 7월 이후 계약되는 모든 유조선(5000t 이상)에 이중선체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2011년 이후에는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을 금지했다. 유조선 맨 바깥 부분이 부서지더라도 기름 탱크는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기름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눈에 띄는 피해는 물새들이다. 깃털에 기름이 닿으면 더 이상 헤엄을 칠 수도, 날아오를 수도 없다. 물고기는 물론 해양 포유류들도 기름 성분으로 인해 질식하거나 중독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맨 먼저 오일펜스를 쳐서 확산을 방지한다. 오일펜스 내에 모인 기름층을 걷어내기도 하고, 흡착포(기름을 잘 흡수하는 헝겊)에 기름을 묻혀 제거하기도 한다. 멀리 퍼진 기름은 비눗물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유분산제(dispersant)를 뿌려 보이지 않게 한다. 하지만 유분산제 자체도 독성을 갖고 있고, 유분산제로 잘게 쪼개진 기름도 해양생물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태안 기름오염사고 당시 해안 정화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박종학 사진 D2H_5697

태안 기름오염사고 당시 해안 정화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유출된 기름은 덩어리가 져서 오일 볼(oil ball)로 떠다니기도 하고,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기도 한다. 바다 밑바닥 모래나 자갈층에 스며든 기름은 30~40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 엑슨발데즈 호 사고로 오염된 해안은 25년이 지난 2014년까지도 원래 모습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기도 했다.

해양오염방제훈련05042708572530003010-001

해양 오염 방제 훈련

인류가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기름을 사용하면 할수록 유조선은 더 많이 다녀야 하고, 송유관은 그 만큼 더 설치해야 하고, 결국 기름 누출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국에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유국에서 실어온 기름을 저장했다가 중국 등 주변국에 공급하면서 차익을 남기겠다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기름오염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관련 도서

《살생의 부메랑》
박석순 지음│에코리브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를 분야별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해양오염, 특히 기름오염도 이 책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엑슨발데즈호 사고와 국내 기름오염사고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