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몽골] 삶의 체험 현장 in 돈드고비 ? 이일우 단원

흔히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의 시간은 유독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몽골로 입국한 날이 엊그제만 같은데 돈드고비 조림사업장에 파견되어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된지 어느덧 4주차를 맞게 되었다. 생명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허허벌판 그 자체였던 신규 조림 식재 구간에는 하나 둘 씩 울타리 나무가 세워지고 철조망이 설치되기 시작하였으며, 주민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해 나무가 심겨질 구덩이가 하나하나 완성되면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첫 출근의 설렘, 그리고 출근 3일 만에 조우한 눈보라 폭풍, 예기치 못한 현장에서의 사건, 그리고 조림지를 한바탕 휩쓸고 간 모래폭풍 까지. 앞으로 맞이하게 될 현장에서의 나날들에서 비하면 이제 겨우 시작점을 돌파한 것뿐이지만, 벌써부터 ‘이일우’ 라는 한국 이름보다 ‘오카’라는 몽골 이름으로 불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하루하루 몽골인의 삶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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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는 사람한테 “봄 같다” 고 하면 좋지 않은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몽골의 봄은 한국의 삼한사온은 발도 못 내밀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러운 탓에 하루에도 겨울과 봄과 여름이 공존을 한다. 아침에는 눈발이 휘날리다가 점심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그러다가 오후에는 먹구름이 몽실몽실 떠다니는 풍경이 놀랍지 않은 몽골의 봄이다.

아무래도 푸른아시아 조림 사업의 경우, 대부분의 작업을 실외에서 진행하므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변덕스럽다 못해 요란한 몽골의 봄 날씨가 처음에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혹여나도 예기치 못한 눈보라와 모래 폭풍이 불어 닥쳐 작업에 지장을 줄까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기예보를 찾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고, 이번 한 주 동안 무사히 지나가게 해 주세요 라고 기도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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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날씨란 것이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가. 몽글몽글한 구름이 파란 하늘을 수놓던 아름다운 하늘이 불과 한 시간 만에 마치 영화 미이라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뒤덮이는 광경을 보면서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사막화지역으로 황폐해져 가고 있는 몽골, 특히 돈드고비 지역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유의미한 일인지 자부심과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주민들이 조림지가 형성된 이래로 방풍림이 모래폭풍을 막아준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하고 나무 심기의 의의를 깨닫게 되었다는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푸른아시아 사업의 가장 큰 열매 일 것이다. 비록 광활한 몽골의 토지에 비하면 조림사업장은 아직 조그마한 점들에 불과하겠지만, 인식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것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퍼지고 퍼져서 점차적으로 몽골 전 국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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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에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첫 출근을 하였을 때는 정작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우왕좌왕 했었고,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내가 없어도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현장에서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나를 지배했었다. 어찌 보면 현장에 파견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언가를 성취해야 된다는 강박관념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현장에 발을 내밀수록 국제개발협력은 거대한 것,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방식에 나를 맞추고 녹아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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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드고비에 내려와서 하루에도 몇 번씩 습관처럼 “감사하다” 는 말을 하게 된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수채화 풍경과도 같은 아름다운 하늘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볕이 적당히 좋아서 바람이 적당히 좋아서 무사히 작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간절히 원하였던 현장을 내 두 발로 누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제 겨우 삼 주 남짓한 시간을 보낸 것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현장에서 펼쳐질 나날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후회 없는 시간들로 가득 찰 것이기에 이번 한 주도 힘차게 시작해보려 한다.
돈드고비 오카 암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