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5-[푸른아시아가 만난 사람] 탁무권 ‘더숲’ 대표

“사람 중심의 ‘북아고라’ 활성화가 제 꿈이죠”

 

서점을 하면서 돈을 벌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이가 있다.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 실제로 기부를 실천한 이가 있다. 탁무권 노원문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탁 대표는 푸른아시아에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오고 있다. “20년간 일관되게, 너무 티내지 않고 묵묵히 한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기부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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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서점에서 번 돈으로 서점의 가치를 살린, 그러면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있는 기부라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노원역 5번 출구 앞 문화플랫폼 ‘더숲’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더숲’은 200여평 되는 지하공간에 북카페와 갤러리, 그리고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무대와 40석의 영화관, 여기에 세미나실과 팟캐스트를 방송할 수 있는 미디어룸까지 갖췄다.

상업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지역에 이런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상주의자의 ‘꿈의 공간’이다. 40석 영화관은 매번 매진이 되어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 북카페는 노트북을 켠 채 몇시간씩 자리잡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커피를 주문하면 세미나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시로 열리는 콘서트는 무료다. 영리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에 계신 분이 ‘임대료 충당이 되겠냐며 은근히 걱정을 해요. 하지만 강북지역에 이런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탁 대표도 손실을 어떻게 메울까 걱정이긴 하지만 서점에서 번 돈을 사회적 기부하듯 시작을 했다고 한다.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으면 대성공인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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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을 연지 두달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사람들이 북적인다. 탁 대표는 지난 2월 푸른아시아에 카페콘서트를 ‘더숲’에서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기왕 콘서트를 하는 김에 한 2주간 환경사진전을 하고, 환경영화도 상영하면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푸른아시아를 인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푸른아시아가 부탁해야 할 일을 먼저 제안해 준 것이다. 2월6~19일 푸른아시아 환경사진전은 그렇게 선을 보였다. 그 기간에 마이클 무어의 환경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도 상영했다. 푸른아시아 입장에서도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새로운 회원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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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대표는 ‘더숲’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지역사회에 사람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이 활성화되는 것,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점을 하면서 서점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생각해보았어요. 일본의 서점에선 문구 뿐 아니라 음반, 생활용품 등을 파는 복합판매장으로 진화했지요. 저는 서점이 궁극적으로 북아고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책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영화관, 세미나실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의 형태,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곳, 그런 곳이 되기를 바라는 거죠. ‘더숲’은 이런 구상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탁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더숲’보다 큰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북아고라’가 활성화되면 서점의 진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지역사회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롤모델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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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대표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1994년 노원구 상계동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때 신도시에 서점을 차리면 잘 될 것 같아 노원문고를 열었다. 이런 판단을 한 걸 보면 사업가로서 자질이 뛰어난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눈앞의 이익을 좇은 건 아니다. 자신과의 약속대로 서점으로 돈을 벌어 기부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기본이 되는 사회적 자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장 기본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취약한 부분, 이 사회적 자본이 튼튼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게 탁 대표의 지론이다. 그런 사회로 가는 길은 토론이 활성화되는 북아고라가 열어 줄 것으로 탁 대표는 확신한다. 세속적인 잣대로 보면 그는 이상주의자다. 그 이상주의자의 꿈이 현실이 되길 기대한다.

글 : 이동형?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