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5-[송상훈의 식물이야기] 산에서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1

덩굴식물은 햇빛을 받기 위해 다른 식물을 감고 오른다. 다른 식물들은 이로 인해 빛을 차단 당해 고사하기도 한다. 다른 식물에 의지하거나 옥죄며 살아가는 덩굴식물은 약성이 뛰어난 편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번 회부터 3회에 거쳐 산에 가면 자주 만나는 덩굴식물 몇 종을 소개한다. 생김새가 비슷해서 쉽게 구별되지 않는 식물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겠다.

먼저, 마과를 살펴 보자. 참마(마과)는 마와 비슷하다. 마는 자줏빛 줄기이고 주로 잎 3개가 돌려나는데 비해 참마는 녹색 줄기이고 잎 2개가 마주 난다는 차이가 있다. 털이 없고, 잎 겨드랑이에 주아가 있으며 뿌리를 수직으로 내린다. 뿌리는 식용하며 약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각종 식품으로 거듭나고 있으나 옛날 가뭄 때는 고구마(메꽃과)처럼 구황식물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마, 참마같은 덩굴성이지만 잎 형태에 차이가 있어 각시마, 단풍마, 국화마, 부채마로 불리는 녀석들도 있다. 물론 뿌리 모양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는 마는 대부분 집단 재배되는 둥근마인데, 뿌리덩이가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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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덩굴성인 도꼬로마(마과)는 주로 잎 3개가 돌려나는데 잎이 퍼진듯한 느낌이며 비교적 둥글고 커서 왕마 또는 큰마로 불린다. 잎 겨드랑이에 주아가 없으며 옆으로 기며 자란다. 반덩굴성이기에 다른 마와는 달리 지면에서 반쯤 일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뿌리에는 잔뿌리가 가득하며 식용하기도 하고 약용하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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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마와 비슷해 보이지만 거치 없는 잎이 v자처럼 접히는 듯 오목하며 단정하고 줄기도 억센 댕댕이덩굴(방기과)도 자주 볼 수 있다. 목방기라고도 불리며 5m까지 자라는 다년생 식물인데 초년생 줄기는 털이 가득한 녹색이다가 년도가 지나면서 점차 회색으로 변한다. 이 점에서 초본이면서 털이 없는 마와 구별 가능하다. 줄기는 점차 왼쪽으로 휘면서 감기는데 매우 튼실하여 바구니 재료로 이용하였다. 약성도 있어서 원형탈모와 백혈구감소증을 치료하는데 쓰이며, 해열, 진통, 이뇨, 혈압강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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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고구마(메꽃과)는 처음에는 감저(甘藷. 감자)로 불렸다. 대마도에서는 효자마(孝子麻. 일본어로 고오시마)로 불렸는데 구황식물이었던 마보다 훨씬 크고 부모를 봉양하는 효자가 심었다 하여 효자라는 이름이 붙은 듯하다. 감저라는 의미는 ‘달콤한 마’라는 의미이니 고구마는 ‘마’로 인식되었던 듯하다. 이후 지금 감자라 불리는 녀석의 위세에 본래 이름을 빼앗기고 일본 발음 ‘고오’와 ‘마’가 결합되어 고구마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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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주 접하는 대표적인 식물 중에는 매우 친숙한 이름이 있다. 팥소가 든 찹쌀떡이 쉬 상하지 않고 향이 베이도록 방개잎으로 감싼 것이 방개떡(봉개떡, 명감떡, 맹감떡)인데, 방개의 정명은 청미래덩굴(백합과)이다. 이웃한 나무를 감고 오르며 높이 3m까지 자란다. 잎은 거치 없고 미끈하며 광택 있고 두터운 편이고 줄기에는 드문드문 가시가 있다. 봄에 꽃피고 가을에 열매가 붉게 익는다. 어린 잎은 쓴맛이 강하긴 해도 장아찌나 무침으로 식용한다. 덩이뿌리는 토복령이라 하는데 양지바른 곳에서 옆으로 기며 자란다. 소나무 뿌리에 버섯처럼 기생하는 복령과 생김새가 비슷해서 붙은 이름인데 이 역시 구황식물이었다. 토복령은 메밀처럼 루틴이 많아 고혈압에 쓰이고 심장에도 좋으며 성질이 평해서 위장에도 좋다. 이뇨작용이 있고 신장에도 좋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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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과 비슷한 청가시덩굴(백합과)도 자주 볼 수 있다. 5m까지 길게 뻗으면서 이웃나무를 감고 오르거나 바위에 기대어 자란다. 잎은 청미래덩굴과 달리 구불거리고 얇은 편이므로 쉽게 구별된다. 여름에 꽃피고 가을에 열매가 검게 익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줄기에 가시가 가득한 까칠한 녀석이지만 어린잎은 멸구나물이라 불리는데 달콤해서 귀히 대접 받는다. 뿌리는 신경통, 관절통, 근육통, 아토피에 쓰인다. 청가시덩굴과 거의 같은데 가시가 없는 민청가시덩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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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이나 계곡, 깊은 산중 어디에서도 자주 만나는 식물로 노박덩굴(노박덩굴과)을 들 수 있다. 말이 덩굴이지 크게 자라면 줄기 직경 35cm를 넘나드는 큰 낙엽수인데 왼쪽으로 감기며 거의 다래나무만큼 10m까지 자란다. 칡만큼은 아니지만 자칫 휘감긴 나무들이 광합성을 못해 고사하기도 해서 북미에서는 인동덩굴, 칡과 함께 제거 대상 1호로 지목된다. 진노랑 껍질의 열매가 아름답다. 둔한 거치가 안으로 굽는 잎은 얇은 편이며 줄기에 가시가 없다. 꽃은 누런빛이 도는 녹색이며 열매가 익으면 붉은 씨앗을 드러내는데 이 역시 아름답고 겨울에도 지속되므로 구별이 쉽다. 열매와 줄기, 뿌리 모두 독이 없고 순하며 고혈압, 이뇨, 체질개선, 근육통, 관절통에 사용된다. 어린 잎은 식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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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과 생김새가 비슷한데 잎의 거치는 노박덩굴처럼 둔하지 않고 자잘하고 날카로우며, 턱잎이 변하여 가시가 되고, 열매 껍질이 연노랑인 푼지나무(노박덩굴과)가 있다. 청다래넌출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노박덩굴에 비해 5m로 작게 자라며 열매를 많이 맺지 않는다. 산기슭은 물론 나무와 민가의 담벼락에도 잘 붙어 자라는데, 노박덩굴와 달리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는 기근이 있기 때문이다. 중풍, 관절염에 쓰였다. 노박덩굴과 마찬가지로 푼지나무도 암수 딴그루이다. 거의 모든 산천초목이 그랬듯이 예전에는 어린 잎들을 나물로, 구황용으로 식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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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 ivy라 불리는 담쟁이덩굴(포도과)은 아이비가 아니다. 아이비는 두릅나무과이며 잉글리쉬아이비나 송악을 말한다. 담쟁이덩굴은 덩굴성 목본으로 나무나 바위, 벽 어디에서나 덩굴손 끝의 개구리 발같은 흡반으로 달라붙는다. 산은 물론 도시의 담벽과 유리벽, 차음벽, 대학건물에서도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데, 타고 오를 객체를 만지지 못할 때는 바닥을 기기도 한다. 감고 오르지 않고 타고 오르므로 이웃나무에게 큰 부담이 없다지만 자칫 이웃나무의 광합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복거치 잎이어서 톱니나 결각이 단정하지 않고 불규칙하다. 잎의 변이도 매우 심한데, 처음에는 3개의 소엽이었다가 점차 위로 오르면서 2개로, 1개로 변한다. 성장이 필요할 때는 여러 장 잎을, 위로 오르면서 아래쪽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단출한 잎으로 변한다는 주장이 그럴싸하다.

소나무를 타고 올라간 담쟁이를 송담이라 하는데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무자비하게 훼손 당하기도 한다. 소나무 외에도 참나무 등 어느 나무든 달라 붙어 살아가는 담쟁이덩굴 줄기는 모두 약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담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은 외면함이 좋다.

참고로 두릅나무과 아이비의 약성도 뛰어나다. 두릅나무과에는 두릅나무, 음나무, 오갈피나무, 인삼, 산삼, 황칠나무 등이 있는데 모두 약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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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담쟁이덩굴 중에 미국담쟁이덩굴이 있다. 담쟁이덩굴과 달리 잎이 5갈래인데 오가피 비슷해 보이며 흡반이 없다. 도심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담쟁이덩굴을 화훼용으로 개량한 무늬종을 고려담쟁이덩굴이라 하는데 더 작고 아담하며 잎맥에 흰빛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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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식물은 다음 회에서도 계속된다.

글 송상훈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